브레송과 내가 남았다
그녀는 브레송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브레송을 좋아하게 되었다
그녀가 떠나고 난 후
브레송과 나만 외롭게 남았다
모든 것은 흔적을 남긴다
범죄자는 반드시 증거를 남기고, 폭력은 트라우마를, 헤어진 사랑은 상처를 남긴다
나는, 나를 지나간 모든 것들이 남겨놓은 흔적들이다
나의 취향은 어디서 온 것인가를 가만히 생각해본다
글을 쓰는 습관은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았고, 감성적이고 관계 중심적인 성격은 어머니의 영향이다
그림 그리기는 작은 형, 사진은 큰 형의 어깨너머로 배웠다
즐겨 입는 옷은 와이프의 취향이 주로 반영되고 좋아하는 음식은 외할머니의 손맛을 따라 굳어졌다
정치적 성향과 종교관은 함께 청춘을 보낸 친구들과 영향을 주고받았다
나는 나 자신인 동시에 그들의 일부다
늘 좋은 영향만을 받았던 건 아니었다 깊은 상처와 슬픔을, 충격과 분노를 느끼게 한 기억들도 꽤 있었다
시간이 지나 고통에서 회복된 뒤 생각해 보니 그것이 오히려 좀 더 성숙한 어른이 되는 성장의 계기이기도 했다
나에게 영향을 주었던 모든 사람, 그들에게 빚진 많은 것들에 대해 늘 감사한 마음이다
매주 월~ 금요일 그림과 글을 올리고 토, 일요일과 공휴일은 쉽니다
성실하게 주 5일 근무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