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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깊고푸른 Feb 25. 2021

믿을 수 없을 만큼 평범한 날들. 22

브레송과 내가 남았다

그녀는 브레송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브레송을 좋아하게 되었다

그녀가 떠나고 난 후

브레송과 나만 외롭게 남았다

모든 것은 흔적을 남긴다

범죄자는 반드시 증거를 남기고, 폭력은 트라우마를, 헤어진 사랑은 상처를 남긴다

나는, 나를 지나간 모든 것들이 남겨놓은 흔적들이다


나의 취향은 어디서 온 것인가를 가만히 생각해본다

글을 쓰는 습관은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았고, 감성적이고 관계 중심적인 성격은 어머니의 영향이다

그림 그리기는 작은 형, 사진은 큰 형의 어깨너머로 배웠다

즐겨 입는 옷은 와이프의 취향이 주로 반영되고 좋아하는 음식은 외할머니의 손맛을 따라 굳어졌다

정치적 성향과 종교관은 함께 청춘을 보낸 친구들과 영향을 주고받았다

나는 나 자신인 동시에 그들의 일부다


늘 좋은 영향만을 받았던 건 아니었다 깊은 상처와 슬픔을, 충격과 분노를 느끼게 한 기억들도 꽤 있었다

시간이 지나 고통에서 회복된 뒤 생각해 보니 그것이 오히려 좀 더 성숙한 어른이 되는 성장의 계기이기도 했다

나에게 영향을 주었던 모든 사람, 그들에게 빚진 많은 것들에 대해 늘 감사한 마음이다



매주 월~ 금요일 그림과 글을 올리고 토, 일요일과 공휴일은 쉽니다

성실하게 주 5일 근무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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