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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깊고푸른 Apr 19. 2021

믿을 수 없을 만큼 평범한 날들. 58

내 속의 내가 하는 이야기를 들어라

“글을 쓰다 보면 자기감정에 대해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순간이 오는데,

그걸 자꾸 하다 보면 자기 자신에 대해 좀 더 명료하게 알게 되는 것 같아요”

- 김영하 -

글쓰기란 내 속의 내가 이야기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

어릴 적 '신밧드의 모험'이라는 만화영화를 좋아했다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1975년에 제작한 만화영화인데 우리나라에서는 1976년 TBC에서 처음으로 방영되었고, 그 이후에도 잊을만하면 재방이 되어서 1997년 KBS2 TV에서 마지막으로 방송되었다고 한다

만화영화도 재미있었지만 '두근두근 울렁울렁 가슴 뛰지만 무섭고도 두려워서 겁이 나지만 ~'이라고 시작되던 주제가도 꽤 신나고 즐거워서 꼬맹이 시절 많이 부르고 다녔던 것으로 기억한다


신밧드의 모험이 '아라비안 나이트 천일야화' 속의 몇몇 에피소드라는 사실은 나중에서야 알았다

앙투안 갈랑이 쓴 '천일야화 -Les Mille et Une Nuits, contes arabes traduits en fran Cais'의 번역본을 읽은 것은 그보다 훨씬 뒤의 일이었다

성인이 되고 읽은 아라비안 나이트 -천일야화-는 막장이라는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 선정적이고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이야기로 가득 차 있었다

왕비 세헤라자데는 살아남기 위해 매일 밤 왕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줘야 했고 매일매일 실을 뽑아 집을 만드는 거미처럼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상상의 세계를 직조해내는 이야기꾼이 되어야 했다

왕비의 이야기에 매료된 왕이 주는 선물은 하루 동안 연장된 생명이었고, 왕비는 끝없이 이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가고자 했다


어떤 글을 쓰든, 무엇인가 글을 쓰는 사람들은 결국 세헤라자데의 운명을 지닌 자들이다

이런 저러한 이유로 글을 쓰지만 결국 그들이 마주치게 되는 것은 이야기꾼으로서의 자신의 운명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된다

 역시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매일 그림과 글을 올리는 일이 생각보다는 만만치 않은데, 그려놓은 그림을 들여다보며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할까 고민을 하다보면 결국 나의 이야기쓰게 된다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삶을 드러내는 일이 옳은 일인지 걱정이 되지만 김영하의 말처럼 모든 이야기꾼은 결국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안 될 순간과 마주하게 될 것이고, 나역시 삶과 죽음의 운명이 다가올 때까지 -세헤라자데 처럼- 무언가를 쓰고 또 쓰게 될 뿐이라고, 그냥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매주 월~ 금요일 그림과 글을 올리고 토, 일요일과 공휴일은 쉽니다

성실하게 주 5일 근무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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