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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깊고푸른 Apr 02. 2021

믿을 수 없을 만큼 평범한 날들. 47

라연 한 그릇

서울 올라와 

자취방에 짐 풀고

첫 끼니

라면 한 그릇


한 젓가락

후루룩 삼키는데

목에 턱 걸리더니

안경이 뿌예지고


울지 않으려 

이를 악물었다


서울 올라와

먹었던 첫끼니

라면 한 그릇


라면을 먹을 때마다 시흥동 자취방이 생각난다


서울역에 이불 보따리를 들고 내렸다

이불은 따뜻한 걸 덮고 자야한다시며 어머니가 두꺼운 솜을 누벼 이불을 만드셨다

아들이 취직을 해서 서울로 올라가는데 해줄게 너무 없다고 

어머니는 보자기에 이불을 꾹꾹 눌러싸시며 또 눈물을 훔치셨다


서울역에서 이불 보따리를 들고 지하철을 타니 사람들이 흘끗흘끗 쳐다봤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 올랐다

석수역에 내려 보증금 백만원에 월세 십오만원짜리 단칸방에 옷가방 하나와 이불 보따리를 내려놓았다

그게 이사의 전부였다


짐을 내려놓고나니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해 배가 너무 고팠다 

슈퍼에 가서 라면 하나를 사서 가져간 휴대용 버너에 끓여 먹었다 

서울에서 먹은 나의 첫 끼니였다




매주 월~ 금요일 그림과 글을 올리고 토, 일요일과 공휴일은 쉽니다

성실하게 주 5일 근무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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