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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깊고푸른 Apr 22. 2021

믿을 수 없을 만큼 평범한 날들. 61

깊고 느리게 흘렀던 시간들

너는 느리게 흐르는 깊은 물이다

그 속에 여윈 내 발을 담그면

길게 흘러가는 지상의 시간들이

물풀처럼 조용히 흔들린다

젊음은, 봄날은 길지 않아..

내가 다녔던 대학교는 100만 평 가까운 캠퍼스를 가진 넓은 학교였다

학교 안에 저수지와 농축산대학 실습장으로 쓰는 큰 목장이 있었고, 그곳으로 이어지는 길은 봄이면 학생들 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들의 벚꽃 나들이 장소로 인기 있는 곳이었다

그 길은 '러브 로드'라고 불렸는데 이름과는 달리 봄에 러브 로드를 걷는 연인들은 가을이 오기 전에 헤어진다는 무서운 전설이 있었다

캠퍼스 커플들의 애정행각이 눈꼴시었던 솔로들이 만든 심술 맞은 전설이었을 텐데, 대학시절의 연애가 결혼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확률적으로는 그 전설이 어느 정도는 맞을 것 같다


나는 봄의 러브 로드보다 수국이 피어나는 6~7월의 러브 로드를 더 좋아했다

길고 긴 여름 방학이 시작되어 학생들이 빠져나간 조용한 캠퍼스에서 거울 못에서 시작해 러브 로드, 목장, 자원대 연못을 지나 생활과학대 앞길로 돌아오는 산책로를 느릿느릿 걸어 다녔다

목장의 목재 울타리 사이 수국이 한창일 무렵 여름의 시간은 느리고 깊게 흘렀고 

젊음은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 같았다



매주 월~ 금요일 그림과 글을 올리고 토, 일요일과 공휴일은 쉽니다

성실하게 주 5일 근무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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