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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깊고푸른 Apr 12. 2021

믿을 수 없을 만큼 평범한 날들. 53

감사한다

침대에 누워 내 발을 바라본다

안쓰럽다. 그동안 내 영세하고 빈곤한 삶을 지탱하느라 애썼다

감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난하고 힘없는 이의 가슴을

짓밟지 않을 수 있도록 노력해 줘서

쑥스러운 이야기지만 오늘이 나의 생일이다

해놓은 일도 없이 한 살 두 살 나이만 꼬박꼬박 챙겨 먹는 것 같아 생일이 되면 오히려 마음이 가라앉는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감사한다 

아버지 어머니와 장모님.. 가족들 모두 큰 병 없이 건강하고 서로 사랑하며 사이좋게 지내고 있어서,

이제 조금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지 않을 만큼은 됐고, 매일 오가며 출근할 직장이 있어서,

가끔씩 만나 소주잔을 기울이며 즐겁게 서로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눌 오래된 좋은 친구들이 있어서,

감사한다


태어남을 생각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죽음을 떠올리게 된다

짧지 않게 살아오는 동안 벌써 많은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보냈다

사랑하는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나버린 외삼촌들

대학시절부터 늘 함께였던 여찬형, 좋은 동료이자 소중한 친구였던 명석형...

앞으로 더 많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내고 언젠가는 나도 떠나게 될 것이다

우리 모두는 도착할 곳을 알고 있는 여행자들이니까...


짧은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아름답게 살지는 못해도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의 가슴을 짓밟으며 살아가지는 말자는 생각을 한다

나의 행복이 다른 이의 피눈물 위에 세워지지 않기를, 나의 하루가 타인의 고난과 희생 위에서 빛나지 않기를

생일을 맞아 간절히 기원해 본다


매주 월~ 금요일 그림과 글을 올리고 토, 일요일과 공휴일은 쉽니다

성실하게 주 5일 근무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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