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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깊고푸른 Apr 14. 2021

믿을 수 없을 만큼 평범한 날들. 55

엄마... 빨래에서 햇볕 냄새가 나요

햇볕이 좋아 빨래를 널었더니

바람이 냉큼 옷을 입는다

그건 바람이 먼저 입고 가서 그런 거란다..

바삭바삭하게 잘 마른 빨래의 냄새를 좋아한다

날씨가 좋은 날 걷은 빨래에서는 따뜻한 햇볕의 냄새, 바람의 냄새가 난다


어머니는 봄이 오면 겨우내 덮었던 두꺼운 솜이불의 호청을 후드득 뜯어내고 목화솜을 터서 얇은 이불을 만드셨다

광목천을 방망이로 척척 소리가 나게 두들겨 빨아 햇볕에 말리고, 풀을 먹여 다듬이로 반질반질하게 두드리면 하얗고 고운 이불 호청이 되었다

나는 광목 호청과 베갯잇의 까끌까끌하고 바스락대는 촉감을 좋아했다


추억은 아름답지만 그 속에 담긴 어머니의 고된 노동은 슬펐다

세탁기가 없던 시절 무거운 이불을 밟아 빨고 헹구고, 빨래를 비틀어 물기를 짜내는 일은 오롯이 혼자의 노동이었다

두꺼운 바늘로 솜을 누벼 이불을  만드는 일도 빨래만큼 힘든 노동이었다

어머니의 관절과 인대는 길고 긴 노동으로 닳고 늘어나 이제는 밤이 되면 끊어질 듯 아프고 병든 손목이 되었다 

좋은 세탁기와 건조기가 있지만 어머니의 빨래에서 나는 햇볕의 냄새가 더 좋다는 말은 그래서 하고 싶지 않다



매주 월~ 금요일 그림과 글을 올리고 토, 일요일과 공휴일은 쉽니다

성실하게 주 5일 근무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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