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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깊고푸른 May 25. 2021

믿을 수 없을 만큼 평범한 날들. 82

여행이란

여행이란

마음에 드는 풍경을 찾아 한참을 바라보다

이제 충분해...라는 생각이 들 때쯤 돌아오는 것이다

모히또에서 몰디브나 한 잔 하실래요?

코로나 19로 좋아진 점이 하나 있다면, 해외여행을 가서 염장 사진을 SNS 올리는 종족들이 일시적으로나마 멸종됐다는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내가 여행 자체를 싫어하거나 해외여행을 과시욕으로 가득 찬 허세로 치부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나는 여행을 몹시 좋아한다. 어서 이 지긋지긋한 코로나가 끝나 비행기에 몸을 싣고 방콕이나 암스테르담으로 날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고,  몰디브에서 모히또 한 잔 하는 염장 사진을 친구들 보라고 페북에 올리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SNS 여행 염장 사진을 싫어하는 이유는, 남들이 올린 여행 사진을 보면 내가 전염이 되기 때문이다.  

누군가 엘니도의 해변이나 시에나의 캄포 광장 사진을 올린다면 나는 또 온몸이 근질근질해져서 며칠 동안 달력을 들여다보면서 휴가를 궁리하고, 은행 잔고를 들여다보며 자금 조달 계획을 고민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구글맵과 트립어드바이저를 들락거리며 빠듯한 휴가 일정에 30분 단위로 촘촘하게 짠 일정들을 구겨 넣고 있거나 싼 항공권을 찾아 OTA를 헤매고 다닐 것이기 때문이다

내게 여행은 내성이 생기지 않는 질병이고, 그 풍경 속에 나를 집어넣는 것만이 유일한 치료제이다


여행의 자가격리기간인 요즘은 어차피 갈 수 없으니 그냥 포기가 된다. 

나뿐만 아니라 아무도 갈 수 없다는 점이 위로가 된다. 그래서 감염될 이유가 없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매주 월~ 금요일 그림과 글을 올리고 토, 일요일과 공휴일은 쉽니다

성실하게 주 5일 근무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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