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직후 꾸준히 브런치 스토리 작가 심사에 도전했으나, 네댓 번의 탈락을 뒤로하고 한동안 잊고 살았다.
그 사이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도 하고, 어여쁜 아들도 태어났다.
시 쓰기 이외에도 타로나 별자리 풀이 등 취미 부자이던 내가 결혼 생활과 육아에 집중하면서, 스스로를 위한 시간을 잊고 살았다.
그러다 문득 무의식 중에 계속 글을 쓰려하는 모습을 깨닫고, 다시 한번 브런치 스토리에 도전했다.
이번에는 시가 아닌 꽃차례 서첩이라는 꽃들의 생태와 그에 붙여진 한자를 알려주는 글로 신청했다.
3일이 채 안되어 심사 통과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브런치 스토리 입성 이후 여태 쌓아만 두었던 할아버님의 한국 전쟁 참전 수기와 정보 전달이 주를 이르는 글들을 올렸다.
그중 다른 건 몰라도 참전 수기만큼은 서적으로 만들고 싶었기에 연재 완결 이후 재탈고를 진행 중이다.
내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의 글을 계속 작업하다 보니 의문이 들었다.
나는 시인일까?
여전히 아름다운 것을 보면 함축을 통해 표하고자 하는 욕구는 늘 생긴다. 그러나 영감은 어디 멀리 마실 갔는지 문장으로 다듬기가 참 어렵다.
그래도 쓰고 본다.
나중에 전부 지워버리더라도 일단 써야 한다는 강박을 좇는다.
내년이면 등단 10년 차에 접어든다.
작은 문예지, 그들만의 리그 출신이지만 현시대에 이것이 어떤 상징성을 가질 수 있겠는가?
난 여전히 내 정체성을 의심하고 있으나, 죽을 때까지 무언가를 쓸 것이란 건 짐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