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사라져도 뿌리는 살아있다

프롤로그

by 리재아빠

나는 8.15 해방과 더불어 부모님과 고향에 돌아왔다.

고향 마을은 전남 광주에서 약 40리 떨어진 평야의 한 복판이면서도 앞으로는 큰 하천 영산강이 흐르고 있었고, 마을 뒤편으로는 10여 리 먼 산은 아지랑이가 피어올라 잘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

이와 같이 생활환경이 바뀌고 보니 한일(韓日) 말이 매우 불편하게 느껴져 답답했다.

그렇게 인생의 맛을 모르고 세월을 보낸 지 6,7개월이 흐르니 말은 다소 익숙해지고 있었으나, 여전히 아는 사람 하나 없어 무료한 나날들을 보내던 어느 날 촌락시장을 가게 되었다.

볼 일 없이 시장을 배회하던 때 순간 눈에 들어온 것은 단정한 복장의 단독 무장을 한 경비대 군인이었다.

그 후에도 난 단정하고 용감한 그 모습이 항시 머리에서 사라질 줄을 몰랐으며 언제나 호기심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공상 속을 헤매다 결국 부모님 모르게 집에서 뛰쳐나왔다.

열차에 몸을 싣고 광주 4연대 2대대 정문까지 와서 훈련받고 있는 것을 하루 종일 구경하다 여관에 돌아와 잠을 자고, 다음 날 아침 일찍 또다시 부대 앞으로 갔다.

두려운 마음에 곧바로 부대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하고 한참을 서성이다가 결국 부대 정문으로 들어섰다.


*일본어와 한자 혼용의 원문을 번역하다 보니, 수기 전문에 걸쳐 오역과 현대와 맞지 않는 문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점 양해부탁드립니다.


*복무 중의 부대 정보 및 집결지 정보는 할아버님께서 기밀로 취급하시어, 00 혹은 xx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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