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자(譯者) 허경
이 이야기는 6.25 한국전쟁에 직접 참가하여 낙동강, 평안도 신의주, 중동부전선, 백마고지 등 각종 최전선 전투에서 용맹스럽게 싸워서 자유대한민국을 훌륭하게 지켜낸 정순근(鄭淳根, 1927~1981) 상사가 직접 자신이 기록했던 메모와 기억을 바탕으로 쓴 수기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많은 6.25 전쟁이야기가 있었지만 이 이야기처럼 직접 수많은 전투에 직접 참가하여 최후방 낙동강까지 후퇴하였다가 인천상륙작전을 기회로 계속 북진하면서 인민군, 중공군과 싸우면서도 생생하게 그 혈투의 현장, 생과 사의 기로에 섰었던 현장을 그려낸 이야기는 흔치 않다.
일본 식민지 시절 일본에서 낳고 자란 주인공 정순근은 일본에서 경도사범학교를 졸업한 직후 1945년 8.15 해방과 함께 고국인 한국에 돌아왔으며 곧이어 군에 자원입대하여 6.25를 맞는다.
당시 주인공 정순근은 전라도 광주 인근의 0사단, 0연대, 0대대 인사계로서 근무를 하던 상사였다.
그는 6.25 발발 당시 휴가를 맞아 숙부 집에서 쉬고 있다가 긴급 소집되어 군용 열차로 경기도 시흥에 도착, 한강 노량진 전투에 참전을 시작으로 숱한 전투에 참가, 선임하사로 또 소대장으로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 죽음을 마다하지 않고 싸워 전선을 지켜낸 그야말로 진정한 6.25 전쟁영웅으로 칭송받아 마땅한 인물이다.
특히 주인공 정순근은 상상 못 하는 기지와 뛰어난 용병술을 발휘할 줄 알았을 뿐만 아니라 부하들을 포용하고 이끄는 인간으로서의 멋, 참다운 리더십을 스스럼없이 표현함으로써 대원들이 겁먹지 않고 용감히 싸울 수 있도록 이끌어 덕장으로서의 면모도 유감없이 발휘한다.
용맹스럽게 싸워 혁혁한 공을 세웠던 주인공 정순근은 휴전협정이 맺어지고 군 생활을 계속 이어가던 중 부산의 모 화재진압부대에서 뜻하지 않은 위기에 직면하고 결국 16년간의 군 생활을 마무리하고야 만다. 격동의 전쟁과 혼란스러웠던 당시 우리 사회의 모순을 적절히 묘사한 면이 지금의 우리 사회 현실과도 너무 흡사하여 조용히 심금을 울린다.
한편,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 중 그 이름에 한자를 병기한 분들은 실존했던 인물들로서 생존해 계신 분도 있겠지만 고인이 되신 분들에 대하여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정중히 명복을 빈다.
지구상에서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것이 전쟁이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과거 유사 이래 수많은 외세의 침략을 받아왔었고 망국이라는 일제 식민지시대를 살았으면서도 곧바로 6.25 전쟁이라는 민족상잔의 비극을 맛보아야 했다. 그리고 지금도 전쟁 아닌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이제 다시 한번 처절했던 6.25 전쟁을 이 이야기를 통해 재조명해 봄으로써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교훈을 새롭게 음미해 볼 수 있기를 고대한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야 세상에 선을 보이게 된 이 다큐멘터리는 주인공 정순근의 넷째 아들 정일봉(1965~ )씨와 며느리인 김영록(1966~ )씨가 고인의 유고를 소중히 간직해 오다가 어느 날 우연히 조력자를 만나 우리말로 다듬어져서 늦게나마 빛을 보게 된 것임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