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4일
어느 덧 겨울입니다.
하얀 입김이 어색하지 않은 시간입니다.
아마도 얼마 되지 않아
하얀 눈송이들이 세상을 덮어가겠죠.
하얀 것들이 가장 어울리는 이 시점에,
나는 겨울을 닮은 하얀 색깔로 당신에게 걸어갑니다.
세상의 대부분의 것들은
새하얀 것 위에서 태어나게 됩니다.
도시의 건축물도 하얀 평면에
평면도를 그려내야만 누군가 지을 수 있겠죠.
유명한 어느 화가의 그림도
처음에는 점 하나 없는 하얀색에서 시작합니다.
언젠가 한 번은 들어봤을 법한 천재들의 음악도
새하얀 오선지를 채워가며 만들어지게 되죠.
나 역시 글을 쓰는 사람이기에
빈틈만 가득하던 A4지를 빼곡히 채워가면서
또 다른 세상을 만들어갑니다.
하얀 색은 언제나 생의 시작입니다.
하얀 색은 위대한 모든 것들을 품고
만들어 내는 가능성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나는 당신께 하얀 빛깔로
더 없이 하얀 색으로 다가가고 있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첨탑보다 훨씬 높게
쌓아질 우리의 사랑을 위해서요.
무엇이든 만들어 갈 수 있을 기적,
우리가 함께함으로서 만들어질 놀라운 일들이
새겨지고 그려지고 연주되기 위해서는
하얀 색보다 더 없이 어울리는 색은 없습니다.
그러니 나는 내 모든 것들을
깨끗이 비워내고 또 개워내어
그런 하얀 색으로 당신에게 다가가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