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강

시간 속 그대의 의미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것은 시간이 흐름입니다.

시간을 보낸다는 것. 시간이 흐른다는 것. 시간이 지난다는 것.

이것은 삶의 모든 것이자 전부이지요.     

나는 그대와 함께하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이보다 더 중요하고 생생한 말이 있을까요.

그대를 사랑한다는 것에 있어서 말이에요.     

지난 며칠 나는 고심에 빠졌습니다.

혹여 시간이라는 거대한 강의 흐름 속에서

그대가 변한 것은 아닐까 혹은 내가 변한 것일까

또는 우리는 흘러가다 변한 것은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결국 시간은 어떤 형태로든 

물길처럼 바람처럼 삶을 침식하고 깎아놓고 맙니다.

나의 기도처럼 나와 그대가 더욱 가깝게 닮은 모습으로

깎여가길 바라고 또 바래왔었습니다.

그러니 당신의 눈속에 내가 어떻게 변했을지 궁금했습니다.

또 시간의 흐름에 나는 당신을 어떤 모습으로

지켜봐왔는지도 궁금했습니다.     

그러나 이내 그런 고민들의 문을 닫습니다.

그저 살아있음으로 오늘 살아있는 하나의 생으로서

처절한 삶의 선에서 함께 있다는 사실이 중요할테니 말입니다.     

때로는 너무 거창한 신화 같은 이야기에 가려

보지 못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웅장한 이야기는 삶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이지만

때로는 지상을 뒤덮은 밤처럼 깊고 깊어

눈앞에 있는 작은 웅덩이도 못보게 만들기도 하죠.     

웅장한 이야기는 시간과 닮아있고 그런 것들이

나를 지치게 만들었는지도 모릅니다.

요즘 나는 부쩍 지쳐있었고 말을 잃고 생각을 잃고

그저 꾸벅꾸벅 잠들고 싶은 마음이 많았습니다.     

한숨자고 나면 괜찮아질 것 같아서요.

펑펑 울고 싶은 마음들이 왈칵 쏟아낼 것 같은 누가가

가라앉을 것 같아서 말이죠.     

그런 순간에 그대와 서있으며 나는 사랑함의 의미를 되새깁니다.

시간이 흘러가고 또 우리는 그 흐름에 떠내려가며

함께 서있습니다.

이런 큰 흐름에 나는 혼자 떠있을 때가 있었어요.

그 때를 분명히 기억합니다.     

그 때는 분명 온통 시간에 깎여 뻘건 핏물이 뚝뚝 묻어났었지요.

그러나 지금 나는 그보다는 훨씬 건강합니다.

이것이 당신과 함게하기에 사랑을 하기에 

회복이 빨라진 까닭이겠죠?     

삶이 의미있는 이유는 희망할 수 있기 때문이기에

나는 그대에게 희망이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