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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va May 19. 2022

기억을 붙잡는 방법

기억에서 기록으로

초등학교 4학년, 방학동안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얼음땡을 하고 방학숙제인 일기를 몰아서 쓴 것이 나의 가장 오래된 기억이다. 더 재미있는 순간이나, 좋은 순간이 많았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잊고싶은 기억, 잊고싶지 않은 기억이 있다. 그 모든 것들이 세월과 함께 잊혀져 간다. 나는 그런 기억들을 계속해서 간직하고 싶었다. 그런 기억과 경험들이 모여서 결국 지금의 나를 만들어낸 것이니까. 예전에는 쓰기 싫었던 일기를 다시 쓰기 시작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문득 과거를 돌아봤을 때, 과거가 잘 기억나지 않으면 무서웠다. 기억에서 사라지면  내가 걸어온 길, 함께한 순간들이 원래 없던 것처럼 될까봐 두려웠다. 기억속에서 사라진다고 해도 영원히 없어지는게 아니여도, 소중한 기억들을 잃고 싶지 않았다. 언젠가 기억들의 조각을 회상하며, 즐거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펜을 들고 가장 오랜 경험부터 오늘의 경험까지 다시 생각하며 모두 기록했다. 그렇게 나의 연대기가 완성되고, 내가 살아온 길들을 다시 돌아볼 수 있게 되며, 기억들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일기, 저널링을 매일 하며 나의 하루를 글로써 기록했다. 글쓰기는 나만의 언어로 내 경험과 생각을 잘 풀어낼 수 있었다. 그러던 중 나는 '사진'을 접했다. 사진은 글쓰기와 또다른 매력이 있었다. 내 기억을 글자로 기록하는게 아닌, 한폭의 사진으로써 기록할 수 있었다. 글에는 다 담기지 않는 감정과 생각을 담고,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보여줄 수 있었다. 그 날이후 난 매일매일 셔터를 누르며 내 일상을 사진으로 남기고 있다.


차곡차곡 기억을 기록으로 만들어가던 중, 기록들을 조금 더 활용해보고 싶었다. 단순히 흘러가는 기억을 기록만하는게 아니라, 매일 살아온 스토리를 좀 더 가치있게 활용하고, 더나아가 남들에게도 알려주고 공유하고 싶었다.  가장 나다운 모습, 생각, 경험들을 이야기로 풀고, 인사이트를 주며 도움을 주려고 했다. 메신저로써 내가 경험한 기억과 인사이트를 공유하니, 사람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내고, 도움을 줄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회고록을 쓰고, 내 경험을 공유하며, 기록에 대한 다음 단계에 들어섰다.


모든 기억은 사라진다. 컴퓨터처럼 지우고 싶은 기억은 휴지통으로 보내고, 행복했던 순간만 꾹꾹 압축하여 필요할 때마다 풀어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럴 수 없기에 기억하고 싶은 순간은 기록되어야 한다. 그 순간의 여운이 바래거나 다른 무언가에 방해받기 전에. 잠시 하던 행동을 멈추고 기록해야 한다. 기억의 저편으로 달아난 나의 아름다운 순간은 다시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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