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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요일 오후 Jan 11. 2019

쇼핑몰 창업-(17) 데이터 쉽게 활용하기



9. 사업의 진화



<다시 짚어보는 쇼핑몰의 1차 진화>


쇼핑몰을 시작한 지 1년이 지났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1년간 쌓인 노하우와 성실히 수행한 콘텐츠 마케팅 덕분에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사업이란 게 자기 시간을 다 쏟아야 하는 만큼 일하는 시간을 생각하면 그냥 직장을 다니는 것보다 낫다고 볼 수는 없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블로그로 상품을 판매하는 사람들이 승승장구하고 있단 정보를 듣게 됐고,  도움이 될까 싶어 블로그 마켓이 인기를 끄는 이유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블로그 마켓은 기존 쇼핑몰과 어떤 차별점이 있을까? 왜 사람들은 1인 마켓에 열광하게 됐을까?

그중 가장 중요한 차별점이라고 생각한 부분은 고객이 마켓으로부터 느끼는 온도 차이라고 생각했다.

소비자는 기존 쇼핑몰을 이용할 때 브랜드와 대면한다고 느끼는 반면, 블로그 마켓은 사람과 대면한다고 느끼는 것 같다.

쇼핑몰은 진열된 상품 중 하나를 고르면 공장형 시스템에 의하여 건조하게 내게 배송된다고 느끼지만, 블로그 마켓은 센스 있는 블로그 주인이 날 위해 직접 상품을 셀렉하고 손수 포장까지 해서 선물을 해주는 느낌으로 다가온다.(많은 블로그 마켓 주인들이 새벽까지 힘들게 포장하고 있는 사진을 인스타에 올리는 건 이유가 있다.)

쉽게 말하면 블로그 마켓은 건조했던 쇼핑몰에 인격을 부여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근본적으로 같은 상품을 팔고 시스템에도 차이가 없지만 블로그 마켓은 주인장이라는 인격이 브랜드 전면에 나서면서 시스템을 철저히 가린다.


이런 결론에 도달한 후 블로그 마켓으로의 전환을 결정하게 되었다.

기존의 운영방식은 그대로 유지한 채 콘텐츠 마케팅을 하던 블로그만 활용하면 됐기에 블로그 마켓으로의 전환은 어렵지 않았다.

위와 같은 이점이 잘 들어맞았는지 그냥 쇼핑몰만 운영하던 때에 비해 확실히 매출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쇼핑몰에 비해 무통장 거래 비율도 높아 카드 수수료도 아낄 수 있었다.



<2차 진화가 필요한 지금>


블로그 마켓으로 전환하고 승승장구하던 중 갑작스럽게 정체기가 찾아왔다.

매출이 일정 수준에서 더 이상 올라가지 않고 일간 매출의 편차가 커지기 시작했다.

아마도 블로그 마켓이 우후죽순 늘어났기 때문이리라.

직원도 늘어난 상태라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정체기를 돌파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데이터 분석을 통해 문제점을 개선하고 매출 증진을 도모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통계 툴을 살펴봤는데 내용을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방문자의 수나 구매자의 비율은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으나 이 데이터를 가지고 어떻게 활용해야 되는지 막막했다.

데이터 활용법에 대해서도 알아보았으나 만족할만한 내용은 찾기 힘들었다.

또 장바구니 분석이나 광고 성과 분석 등의 유의미한 지표를 활용하기 위해선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데이터 활용에 대한 의지가 꺾이고 말았다.


*필자가 쇼핑몰을 운영했을 당시 위 내용까지 나아가진 못했지만, 글의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가공해서 이야기를 썼다.




위 사례처럼 통계에 대해 들어보지 못한 사업자는 별로 없지만 막상 실제로 적극 적용해본 사업자는 극히 적다. 그래서 아예 활용을 포기하거나 데이터 분석 및 마케팅을 대행해주는 업체에 비용을 들여 맡기곤 한다.


소자본 창업자들이 데이터 활용에 소극적인 반면 대형 쇼핑몰을 비롯한 대부분의 기업들은 데이터 기반으로 사업을 운영한다. 데이터는 사업자의 호흡과 같아서 데이터를 활용하지 않고 단순 매출 추이로만 현재를 판단할 경우 머지않아 숨이 끊어질 수 있다.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소자본 창업자들도 최소한 기본적인 데이터 활용은 할 줄 알아야 하기에 소자본 창업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매우 기본적이지만 중요한 데이터 활용법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1. 최근 한 달 간의 방문자 수와 매출 금액을 나타낸 지표다.

한눈에 봐도 방문자 수의 등락폭이 굉장히 크다. 많게는 300명에서 적게는 50명 정도 방문하고 있다. 물론 매출도 엄청나게 들쭉날쭉하다.

이 데이터를 먼저 제시한 이유는 방문자 수의 등락폭을 최대한 줄이고 일정 수준 이상의 방문자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데이터는 방문자가 최소 300명(사실 500명~1000명) 이상은 돼야 신뢰할 수 있다.

표본이 너무 적은 경우 편차가 워낙 커 데이터 경영이 불가하다.

예를 들면 방문자가 50명일 땐 구매 전환율 15%를 기록하다가 300명이 되면 구매 전환율이 3% 정도로 급격히 떨어지는 식이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판매자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최소 하루에 300명 이상은 방문할 수 있도록 신경 써야 한다.


그리고 일간 방문자 편차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 하루 방문자 수를 500명으로 설정했다면 최대한 비슷하게 유지하자. 그러다 방문자를 좀 더 유치해도 된다는 신호를 발견하면 방문자를 조금씩 늘려가며 데이터 변화를 추적하자.

이렇게 방문자 수를 일정하게 유지했을 때 데이터 신뢰도가 높다. 그리고 이렇게 추출된 데이터를 근거로 완만하게 방문자를 늘리는 방식으로 운영해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물론 매일매일 방문자 수를 아주 일정하게 유지할 순 없다. 아주 일정하진 않더라도 그 편차를 줄이도록 노력하자.


광고비용을 기준으로 운영하는 방법도 있다.(보통은 이 방법을 쓴다.) 매일 10만 원의 광고비용을 썼을 때 방문자 수나 매출의 변화를 체크하면 된다. 그런데 광고 비용을 기준으로 운영하게 되면 방문자 수가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고, 그렇게 되면 신뢰할만한 데이터를 추출하기 힘들어진다. 매일 광고비는 소진되는데 방문자도, 구매 전환율도, 이탈률도 급격하게 변한다면 아무래도 객관적인 쇼핑몰 상태를 파악하기 힘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일간 목표 방문자 수를 정하고 그에 따른 광고비용이 얼마나 발생하는지 체크하는 것을 추천한다. 광고비용이 줄어들수록 쇼핑몰이 건강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2. 최근 한 달 간의 신규 방문자와 재방문자의 결제건수 변화를 나타낸 데이터다.

마찬가지로 매출이 들쭉날쭉하다 보니 결제 건 수의 차이도 굉장히 심하다.

들쭉날쭉한 결제 건보다 더 큰 문제는 신규 방문자에 비해 재방문자의 결제건 수가 압도적으로 낮다는 데 있다.

신규 방문자의 결제 건수가 많은 게 이상한 건 아니다. 문제는 그 비율인데, 해당 지표는 재방문자의 결제 건이 거의 없다는 데 있다. 재구매율이 매우 낮다는 건 고객들의 만족도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상품 품질에 신경을 써야 한다.




3. 재구매까지 걸린 기간을 표기한 데이터다.

재구매까지의 기간이 짧을수록 좋지만 위 데이터의 경우 재구매까지의 기간이 굉장히 긴 편이다.

독자분들이 한 가지 기억해야 될 건 당일 재구매보다 4~7일 후 재구매가 오히려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기간은 일반적으로 고객들이 상품을 배송받은 시점으로 배송받은 상품에 만족해서 재구매에 나섰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렇게 재구매에 나섰다는 건 구매하고 싶은 상품이 또 있었으나 상품을 받아본 후 만족도에 따라 후속 구매를 결정하기로 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4-7일 후 재구매가 높은 경우 상품의 만족도도 높고 고객들의 호감을 사는 상품이 많다는 뜻일 수 있다.

그래서 잘 되는 쇼핑몰의 경우 4~7일 후 구매가 압도적으로 많다.

위 지표처럼 재구매 기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라면 재구매를 앞당길 수 있는 이벤트를 시행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첫 구매를 완료한 고객에게 사용기간에 제한이 있는 쿠폰을 제공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4. 신규 유저와 재방문 유저의 구매 단가를 나타낸 지표다.

평균적으로 신규 방문자에 비해 재방문자의 결제 단가가 높은 편인데 위 데이터는 재방문자의 구매 단가가 신규 방문자에 비해 매우 낮다.

이는 후속 구매가 활발히 일어나지 않는다는 의미이므로 좋은 지표는 아니다.

고객이 후속으로 구매할 만한 상품이 별로 없다고 느낄 가능성이 있으므로 경쟁력 있는 상품이 부족한지 점검하고, 상품의 업데이트 속도가 느리지 않은지도 체크해야 한다.




5. 즉시 이탈률이 60% 전후를 기록하고 있다.

정말 평범한 쇼핑몰의 경우 70~80% 정도를 기록하기 때문에 매우 높은 수치라고 볼 순 없다. 다만 해당 쇼핑몰이 월 1억 원 정도의 매출을 기록하는 쇼핑몰이란 걸 감안하면 꽤 높은 수치다.

방문자의 상당수를 즉시 잃고 있다는 점이 뼈아프다. 즉시 이탈률이 높다는 건 쇼핑몰 자체의 경쟁력에 문제가 있다기보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바로 찾지 못하다는 걸 의미한다.

광고로 고객을 유입시키는 경우 랜딩 페이지(고객이 처음으로 보게 되는 페이지)의 문제가 있다고 보면 된다.

일반적으로는 고객들이 쇼핑몰의 다른 상품들도 둘러보게 하기 위해 광고했던 상품보다 상위 카테고리로 랜딩 페이지를 설정하는데 이것이 꼭 정답이 될 순 없다. 오히려 고객들의 피로감을 유발해서 즉시 이탈률이 높아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즉시 이탈률이 너무 높다면 랜딩 페이지의 변화를 주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6. 플랫폼별 접근성을 표시한 지표다.

PC웹이 모바일 웹에 비해 즉시 이탈률, 구매 단가, 결제 용이성 모든 지표에서 상당히 떨어지는 것이 눈에 띈다.

이 정도로 차이가 난다면 PC웹으로 고객들이 접근할 때 분명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런 경우 PC웹으로 쇼핑몰에 접근할 때 고객들이 불편하게 느끼는 부분이 없는지 직접 테스트하는 것이 좋다.

쇼핑몰의 구석구석을 살펴보고 모든 결제수단으로 직접 결제까지 시도해보자. 분명히 고객이 결제를 포기하게 하는 요소가 있을 것이다.




7. 신규 방문자가 별로 없는데도 재방문자 덕분에 방문자 수가 유지되고 있다.

그래프를 보면 알겠지만 재방문자의 수가 압도적으로 높다. 이런 경우 고객들의 충성도가 높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벤트 참여에도 적극적일 확률이 높다. 특정 금액 이상 구매할 경우 사은품을 제공한다거나 관심 상품을 할인해주면 ARPPU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9. 방문자와 구매 전환율이 커플처럼 움직이고 있다.

구매 전환율이 평균 10% 이상인 것도 눈에 띄지만 방문자 수가 증가하는 만큼 구매자도 같이 증가하는 것이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방문자가 늘어났는데도 고객들이 일관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건 쇼핑몰 경쟁력에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는 뜻이다. 이런 경우 경쟁력이 담보되어 있다고 판단할 수 있으므로 신규 방문자를 과감하게 유치해서 매출을 증진시킬 필요가 있다.




10. 체류시간이 매우 짧다.

체류시간이 짧다면 고객이 사이트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지 못하거나 사이트가 제공하는 정보에 관심이 없는 것일 수 있다. 애초에 타깃이 잘못 설정됐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내가 판매하는 상품과 방문자 성향(연령, 성별)이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광고를 진행하는 경우 광고 적합성(광고 채널, 광고 시간대, 키워드 선정, 키워드와 랜딩 페이지의 적합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11. 상품이 특정 가격대에 너무 편중되어 있으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고객들은 단순히 자신이 원하는 상품만을 구매하고 이탈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자신이 구매하는 상품이 무료배송 기준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소액 상품을 함께 구매하게 되는데 쇼핑몰 내에 소액 상품이 구비되어 있지 않다면 곤란하다.

또 고객마다 가용금액이 다르기 때문에 가격대를 최대한 다양화해야 고객들이 가용금액 내에서 쉽게 상품을 조합해 구매할 수 있다.


최악의 예) 20대를 타깃으로 한 쇼핑몰인데 고액 상품으로만 구성된 경우




12. 카테고리별 상품 수와 매출을 나타낸 지표다.

특정 카테고리에 상품이 편중된 것도 좋지 않다. 카테고리별로 상품이 풍부하지 않으면 구매 단가를 끌어올리기 어렵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을 공략해서 방문을 유도했다면 그다음엔 당장 필요하진 않지만 구매하고 싶은 상품으로 유혹해야 한다. 그러려면 상품이 풍부해야 하고 카테고리별로도 편중되어있으면 안 된다.

예를 들어 블라우스를 보러 들어온 방문자가 있는데 쇼핑몰에 블라우스만 가득하다면 블라우스만 구매하고 나가겠지만, 스커트나 액세서리도 풍부하다면 추가 구매를 고려하게 된다.




13. 상단의 차트는 즉시 이탈률, 하단의 차트는 구매 전환율을 나타낸 차트다.

즉시 이탈률이 낮다고 자신감을 가지고 바로 공격적으로 방문자를 유치하는 것은 위험하다. 위 차트를 보면 알겠지만 방문자가 극도로 적은 경우엔 이탈률이 30%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방문자가 크게 늘어나자 이탈률도 급격히 상승했다.

구매 전환율도 마찬가지다. 구매 전환율이 높다고 판단해서 방문자를 적극 유치했는데 오히려 구매 전환율은 급격히 낮아졌다.

이처럼 방문자 수가 매우 적은 상태(표본이 적은 상태)에선 지표를 너무 믿으면 안 된다. 이럴 땐 급격한 변화를 주기보다 서서히 방문자를 늘리며 지표를 관찰하는 것이 좋다.




이번 포스팅에선 데이터로 문제점을 추측해보고 데이터만으론 알 수 없지만 경험으로 알 수 있는 노하우들을 덧붙여봤다. 독자들도 필자가 붙인 내용 외에 또 다른 가능성은 없는지 상상력을 발휘해보기 바란다.


제시한 데이터들은 일부러 문제점이 있는 데이터를 추린 것이기도 하지만 일반 소호몰들이 보여주는 아주 흔한 데이터다.

다음 포스팅에선 장사를 잘하고 있는 마켓들의 지표를 살펴보면서 소호몰들이 보여주는 데이터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지향해야 할 데이터는 무엇인지 살펴보려고 한다.


데이터가 우리에게 많은 정보를 알려주는 건 사실이지만, 데이터가 늘 어떤 사실의 명확한 근거가 되는 건 아니다.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할 순 있겠지만 무모한 확신은 경계해야 한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게 표현한 면이 있으니 감안해주길 바란다.

어떤 가능성에 확신을 가지고 무리하게 사업의 방향을 틀기보다 다양한 가능성을 상정하고 여러 시도를 해보면서 데이터가 어떻게 변하는지 지켜보길 바란다.





쇼핑몰 창업에 관해 광고성 글만 난무하는 것이 안타까워 쓰게 되었으며, 부디 많은 분들에게 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라이킷과 구독은 필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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