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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신저클레어 Jun 15. 2023

모성에 대한 단상

감사하게도 여러 출판사에서 신간을 제공받고 있다.

물론 서평을 쓰는 조건이다.

처음에는 숙제 같아서 그만할까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독서를 할 것 같아 유지했더니 가끔 준비하는 강의 내용이 풍성해지는 것은 물론, 내가 운영하는 독서토론에도 영향을 주면서 여러모로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챗GPT, 시간 관리, 마음 챙김 등 다양한 주제이지만 대부분 정보성 책들이다.

그런데 처음으로 소설을 받았다.

일본 영화로도 개봉되어 화제가 되었던 <모성>이라는 책이다.


소설은 소설이더라.

읽는 내내 빠져들어 금방 다 읽어버렸다.

게다가 엄마와 딸의 이야기다. (나도 딸이 있...)

줄거리는 간단하게 다음과 같다.


루미코는 엄마의 사랑을 듬뿍 자랐고 엄마의 기대에 한치도 어긋나지 않으려고 매번 노력한다.
신랑감마저 엄마가 좋아하는 사람으로 택하여 묵묵한 타도코로와 결혼한다.
사야카라는 딸이 태어나서 초등학교 취학 전까지 세 가족이 함께 산다.

어느 날 사야카의 외할머니가 방문하여 사야카와 하룻밤 묵는 사이 산사태가 발생하여 토사로 인해 외할머니가 장롱에 깔린다.
함께 깔린 외손녀 사야카를 구하라고 딸 루미코에게 말하지만, 자식은 또 낳아도 되며 엄마를 꼭 구해야 한다고 루미코가 말하자 루미코의 엄마는 자신의 딸이 그녀의 딸(외손녀)을 구하게 하고자 혀를 물고 자살한다.

이후 루미코 가족은 전소된 집을 떠나 시댁으로 들어가 고생하며 살아간다.
사야카는 엄마의 기대와 다르게 예의 바른 딸로 자라기보다 자신의 주장을 똑 부러지게 하는 딸로 자라고 루미코는 그런 딸이 자신의 청소년기와 달라 낯설다.
얹혀사는 가족이라는 느낌을 매일 받으며 시댁의 눈치를 보던 어느 날, 외할머니가 자살하면서까지 자신을 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딸 사야카가 죄책감에 목을 맨다.
이 사건을 통해 루미코(엄마)의 입장과 사야카(딸)의 입장을 묘사하면서 모성을 다각도로 바라본다.


누구나 엄마가 있다.

또 엄마가 된 사람도 있다.

하지만 엄마의 본능적 사랑이 자녀에게 독이 되는 경우도 간혹 있다.

그렇다면 모성은 자녀에게 어떻게 작용하는가?


나의 경험과 책의 내용을 오가며 모성의 실루엣을 그려봤다.




주인공 루미코는 모범적인 딸의 이상적인 모습을 그려놓고 그 안에 자신을 맞추며 살아왔다.

모범적 혹은 이상적이라는 기준은 오직 엄마의 반응이었다.

자신의 의사와 상관 없이 엄마가 기쁘면 자신도 기뻤고 좋아지게 되는 소위 마마걸이었다.


그래서 루미코는 누군가의 엄마이기보다 사랑하는 엄마의 딸이길 더 원했다.

게다가 엄마에 대한 사랑이 지나치다 못해 건강하지 못한 가족 관계로 이어지게 되었다.

사랑하는 엄마의 사고사는 루미코의 일방향적인 삶을 더욱 무채색으로 만들어버렸다.


엄마와 딸을 동시에 구해야 하는 상황에서 루미코의 얕은 모성이 드러난다.

그 갈등을 루미코의 엄마는 너무나 잘 알았기에 혀를 물었으리라...

역시 그 사건은 성장한 사야카에게도 영향을 주었을테고, 그럼에도 엄마가 좋지만 또 멀게 느껴졌을 수 있다.


다행히 루미코의 딸 사야카는 자신의 의견을 똑 부러지게 말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음에도 루미코 눈에는 엇나가는 듯 보였다. 

자신과 같은 여성(주변 사람들을 공감하고 다 받아주며 특히 엄마의 사랑을 받기 위해 매일 노력하는 착한 딸)으로 자라길 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엄마를 지키기 위한 사야카만의 사랑 방법은 바로 엄마를 위해 가족들 앞에서 직언을 하는 것이었다.


엄마와 자녀의 사랑 표현 방법이 서로 다를 수 있다.

특히 대화가 많지 않으면 행동에 대한 오해가 따르고 이것이 누적되면 만성질환처럼 꽤 곪게 된다.

아주 오랜만에 엄마가 양팔 벌려 자녀를 안으려 할 때 자녀는 감격하다 못해 그 마음 들킬까 봐 휙 돌아설 수 있다. (책 속에서의 한 장면이다.)

하지만 역시 아주 오랜만에 양팔 벌린 엄마는 거절당했다는 느낌에 상처받고 다시는 양팔 벌리는 애정 표현을 하지 않을 수 있다.


본의 아니게 느끼게 되는 거절감이 부모자녀 관계의 매우 강력한 독이다.

꼰대 같지만 어른으로서 맞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자녀에게 밀어붙이는 경우, 자녀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서라지만 충분한 설명이 미흡하면 아이는 자칫 거절감으로 받아들이기 십상이다.

자녀 역시 유행하는 언어로 엣지있게 부모님께 대답했을 뿐인데 제대로 이해 못한 부모님은 속으로 '내가 저를 어찌 키웠는데 감히!'라 부르짖으며 거절감에 몸을 떨 수 있다.


결국 사랑 방법과 표현이 문제다.

그게 너에게는 사랑표현이었구나? 오해했네~

내 딴엔 너를 위한 사랑표현인데 넌 불편했구나, 미안해~

굳이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피붙이인데 알겠지 싶으면 오산이다.

이를 해결할 방법은 교과서같지만 아이(I)메시지(나 전달법)로 충분한 대화를 자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부모자녀 관계는 연령상 수직적이라 부모의 훈육이 강요되기 쉬워 올바른 방법이 아니라면 모성이나 부성의 탈을 쓴 학대가 될지도 모른다.

또한 가여운 자녀는 그 괴로움을 피하기 위해(혹은 살기 위해) 엇나가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여러 방어 기제로 필사적인 대응을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책의 전개상 엄마의 독백 vs. 딸의 독백으로 한 사건을 양쪽 입장에서 기술하고 있다.

본능적으로 최고의 엄마라 생각하는 모습으로 자녀를 키워줬건만, 결과적으로 아이는 엄마의 사랑을 느끼지 못했다.

"안돼."를 자주 언급하는 나로서는 많은 반성으로 읽게 된 책이었다.

오늘도 이상적인 청소년의 모습을 떠올리고 엄마의 권위(?)를 내세우며 '안돼'를 얼마나 많이 써먹었는지...


모성이 있을수도 있고 없을수도 있다.

모성이 있다 하더라도 자녀에게 엄마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지 않는 한 모성을 사랑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다.


끝으로 모성에 대한 책의 한 구절이 인상적이라 공유하며 마친다.

모성이란 게 도대체 뭘까?!

다시 원점이 되는 기분이다.

다양한 각도로 모성에 대한 고민을 더 해볼 테지만, 답도 없고 끝도 없다.

그래도 이러한 사유를 통해 한번쯤 나의 모성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음에 감사하며...


m.Claire.



아이를 낳은 여자들이 전부 어머니가 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모성이란 게 모든 여자에게 있는 건 아니고, 그것 없이도 아이는 낳을 수 있죠.
아이가 태어난 다음부터 모성이 생겨나기 시작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요.

<모성> 중에서 247p




Petrucy@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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