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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신저클레어 Jun 05. 2023

서로 기도해 주는 청소년 아이들

진지하니 더 감동이더라

일요일마다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린다.

지방에 있는 큰 애를 빼고 작은 애와 셋이서 9시까지 교회에 가느라 아침마다 전쟁이다.


10여 년 전 불교 믿을 당시 일요일마다 기도하러 절에 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개종 후 우리 가족에게 큰 변화가 있다면 바로 일요일 아침을 교회에서 보내는 것이다.


초등학생 때에는 찬양팀에 소속되어 무대 위에서 춤과 노래를 하며 신나게 다니던 두 아이 모두 청소년이 되어 싸악 변했다.

하나님의 존재를 못 느끼겠다, 엄마 혹시 이단 아니냐, 신이 없는 것 같다, 내 종교는 내가 정한다 등등...

코로나 3년간 교회에 못 다닌 후폭풍이 사춘기와 맞닥뜨리며 이렇게 클 줄 몰랐다.


올해부터 대면 예배를 보면서 당연했던 그 교회 발걸음이 매우 어색하게 느껴졌는지 교회 가기를 거부했다.

지혜로운 신랑은 둘째 아이에게 무대 위 찬양할 때 사용하는 베이스기타를 가리키며 예배팀 가입을 권했다.

베이스기타에 진심인 작은 아이는 잠시 동공이 흔들리며 10초간 고민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일요일 아침 9시에 베이스기타를 연주하기 위해서는 토요일도 연습차 교회에 참석해야 하고 일요일은 오전 7:30까지 도착하여 연습해야 한다.

중2 아이의 신앙을 위하여 우리 부부는 교회 가는 시간과 겹치는 학습 관련 학원을 다 끊어주며 예배팀 생활을 독려했고 아이는 어.쩔.수.없.이 매주 교회에 함께 가게 되었다.


사실 억지로 끌려가는 듯한 아이의 모양새는 가관이다.

입은 삐쭉 퉁퉁 불은 채 뭉그적 최대한 나무늘보처럼 걷는다.

중등부 예배당에 앉자마자 딥슬립에 빠진다.

전도사님의 설교를 마치고 다시 큰 소리의 음악과 찬양이 흘러나와도 아이는 꿈쩍 않고 신생아처럼 잔다.

멀찌감치 그 모습을 보는 우리 부부는 매주 할 말을 잃는다.

도대체 이게 맞는 거야?!




오늘은 학부모 초청 예배라 아이들이 앉은 좌석 뒤로 부모님이 주르륵 앉아서 다함께 전도사님의 말씀을 들었다.

중학생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엣지있는 요즘 말투로 필요한 말씀을 쏙쏙 전하셨다.


30대로 보이는 그분의 전달력에 감탄을 하고 있던 바로 그때, 아이들에게 믿음으로 나아갈 친구들은 강단(무대) 앞으로 나와 합심하여 기도하자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몇몇 아이들이 우르르 전도사님 앞으로 가더니 은혜로운 찬양 음악 속에서 눈을 감고 기도를 하는 게 아닌가. (물론 우리 아이는 계속 딥슬립 상태였다.)


우리 교회 중등부 예배 현장


사실 기도하는 시간 동안 밴드 음악소리로 감정이 고조되고 시각적인 효과까지 곁들여 강단 무대를 붉게 물들이는 것에 약간의 반감이 들었다.

물론 중학생들의 입맛에 맞는 환경이긴 하나,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세팅을 굳이 교회에서까지 해야 하나 싶어 뜨겁게 기도하려는 마음이 잠시 식어가던 찰나, 뜻밖의 광경에 놀라고 말았다.


옆에 있는 친구와 선생님들을 위해 기도하자전도사님 말씀이 떨어지자마자 앞에 우르르 달려 나갔던 중학생 아이들이 남녀 가리지 않고 서로 손을 꼬옥 잡아 둥그렇게 원을 만들었다.

그리고 꽤 기나긴 시간 동안 큰 목소리로 친구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눈물을 흘리면서! (우리 아이는 푹신한 의자에서 계속 딥슬립 중이셨다.)


여기저기서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자신의 안위가 아닌 친구들의 믿음과 행복을 위해 깊이 기도하고 또 서로 은혜받으며 장난만 칠 것 같았던 아이들이 이렇게 신앙으로 성숙한 모습을 보일 수 있음에 충격이었다.

잠시 강단 디자인이나 평가했던 다소 냉소적 생각이 무안해졌다.


그저 장난으로 달려 나간 게 아니구나.

아이들 모두 정말 서로를 위해 기도하러 나간 거였구나.

그 마음에 나도 함께 울컥하여 진심으로 우리 청소년들을 위해 기도를 했다.

그리고 둘째 아이도 언젠가 저 그룹에 함께 서서 서로를 위해 기도해 주는 날이 오길 간절히 기도했다.


어른 예배에서 자주 졸았는데 오늘만큼은 청소년 예배에 와서 넘치는 은혜를 받은 기분이다.

예배가 끝나고 담당 선생님이 우리 아이를 흔들어 깨우셨다.

아이는 아침 기상을 하듯 기지개를 쭈욱 켜고는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화가 나지 않았다.

"잘 잤어? (함박웃음과 함께...)"

자는 동안 친구들의 기도 소리를 듣지 않았을까 하는 근거 없는 바람으로 빙그레 웃어줬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웃다니...

은혜받은 게 확실하다.


m.Cla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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