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멈출 수 없는 글쓰기
비야 비야 그만 오너라
비가 온다.
너무 많이 온다.
뉴스에서 여기저기 사고와 통제 현장 소식으로 더 불안해진다.
이 마당에 예약을 취소할 수 없는 리조트에 왔다.(갇혀있다..?)
오는 길도 너무 힘들었다.
폭우 때문에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초긴장 상태로 운전한 것 같다.
내일 도로 유실 사고가 생기지 않기를 기도하는 중이다.
물이.. 누렇다..어쨌든 오늘 방학을 한 우리 고딩이는 신나서 아이패드를 끼고 리조트 방에서 나오지 않는다.
내일부터 바로 여름방학 특강으로 매일 몇 시간씩 달려야 하는 (코난을 보며 낄낄거리는) 아이 모습이 오히려 짠하다.
놀러 온다고 과하게 메이컵을 한 중딩이는 정말 얼굴을 마주하기 힘들 정도로 가부키 배우 같다.
그래.. 언젠가 그게 이상하다고 저도 느끼는 날이 오겠지..
2023년 상반기를 정리하는 비움 여행이 필요하긴 했다.
큰 애의 고등학교 적응에 울고 웃었던 상반기였다.
또한 작은 애의 첫 내신 결과와 중2병 증상에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던 기간이기도 했다.
그런데 사람 참 간사하다.
순간순간 이 시간이 너무 힘들다 느꼈지만 더 큰 산 앞에서 오히려 그랬던 시간마저 행복으로 다가오는 것 아닌가.
자기돌봄 큐레이터란 타이틀이 무색해지는 사건이 생겼다.
건강 검진 후 시신경에 문제가 있는 것 같으니 정밀검사를 받아보라는 전화를 받았다.
검사 후 평생 약물치료를 해야 하는 진단을 받았다.
어쩐지 급격히 침침해진다 했네...
그 이후 매일 약물치료 중이다.
아이들을 바라보는 눈빛도 스스로 변한 것 같다.
가부키도 미디어 중독 모습도 다 예쁘다.
볼 수 있는 게 어디야...
함께하는 매 순간이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리조트 오락실에서 내 새끼들... 뭐하고 있니?^^비가 와서 아무 데도 못 가고 방에서 각자 미디어에 빠져있다.
아빠는 스포츠뉴스, 큰 애는 명탐정 코난, 작은 애는 그저께 학교 운동장에서 연주했던 밴드부 동영상(아이는 베이스 기타를 맡았다), 나는....?!
이렇게 브런치를 쓰고 있다^^
조금만 써도 눈이 뿌얘지지만, 안약을 넣고 또 쓴다.
잘 보일 때 많이 보고 많이 남겨두고 싶다.
나중에 우리 아이들이 보며 추억할 수 있으니♡
언제나 무서운 일은 예고 없이 옆으로 쑤욱 다가와 팔짱을 낀다.
예방도 중요하지만 미처 막지 못했다면 갑자기 다가온 불행이 내 삶을 제멋대로 좌지우지하지 못하게 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나의 자기돌봄을 재구성할 때가 왔나 보다.
전국적으로 비 피해가 더 이상 없길 기도하며 오늘을 마무리해야겠다.
m.Claire.
잠시 비를 피한 카페에서 나를 바라보는 모카번의 초롱초롱한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