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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홉 Apr 13. 2022

[동심찾기] 남해, 개고생 백패킹 2

개고생백패커의 히치하이킹




6월 24일

오늘의 트레킹은 히치하이킹편!









 소리 때문에 일찍 깼다. 중간중간에 운동 나온 어머니들의 대화도 들렸다. 캠핑하나 ...(?)라는 말을 듣고 일어났다.







부스스하게 일어나서 어제 도와준 분에게 쪽지를 남겼다. 문이 그린 편지 밑에 내가 모닥불을 그렸다.








다들 요란하게  정리를 했다.

쓰레기깨끗하게 비우고 정리했다.

남은 단백질바랑 바나나도 먹었다.

간단한 스트레칭 후에 본격적인 도보 여행 시작!

오늘은 아침 8시부터 걷기 때문에......

 빡셀  같다.






#남해바래길 #13번이순신호국길



대교 아래를 내려오면 표지판이 친절하게 있었다. 오늘은 13번 이순신호국길을 걸을 예정이다.

사뭇 달라 보이는 아침 풍경. 짐을 싸고 내려오자마자 편의점에서 물을 샀다. 우리 팀의 대부분 지출은 물과 식비였다. 물이 가장 소중했다.





아래에 이순신 장군 이야기 표지판도 있었다.

대충 보면서 도보를 따라 걸었다.

햇볕이 다행히 엄청 세진 않았다.





바닷가 마을이라는  물씬 풍겨오는 . 마을의 향을 느끼며 계속 걸었다. 어제의 여파로 발바닥이 조금 무거웠지만, 그래도  길이 멀었기에 계속.....

도로 가쪽을 따라서 계속 걷는다. (남해는 도보 여행자를 위한 인도가 잘 마련되어 있진 않아서 아쉬웠다.)







길을 걷다 보니 이렇게 예쁜 곳도 만났다.

마을 풍경도 귀엽고 걷기도 편했다.

내리막길은 언제나 감사했다.





옆에는 귀여운 마늘들이 널려있었다.







무엇보다 오두막으로  화장실도 있었다. 내부도 깨끗하고 좋았다. 아무것도 없거나 화장실이 되게 별로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그렇지 않았다.

남해로 도보 여행을 와도 괜찮을 것 같았다. 많은 분들이 남해바래길을 걸었으면 좋겠다.







여행 내내 함께 했던 카메라.





무늬가 특이한 고양이를 만났다.





길을 지나 저 멀~~ 리 보이는 언덕이 무서워서 바들바들 떨었다. 다시 음소거 모드로 묵묵히 걸어 가자...




선두로 올라와서 가쁜 숨을 내쉬었다.

오랜만에 힘든 언덕. 고통을 참고 올라왔을 때의 희열감은 엄청났다.






언덕을 오르자 안내 표지판이 나왔다. 앞으로 걸어갈 길이 많이 남았다. 높은 언덕을 여러  오르니깐 작은 언덕쯤은 아무것도 아니게 느껴졌다. 장기 도보를 하다 보니깐, 한두 시간 거리는 이제 일도 아니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저질체력인 나에겐 꽤 큰 변화였다!)







또다시 숲길로. 도로가 있는 길과 다른 또 다른 재미가 있다. 특히 언덕이 정말 많다는 거...

 뜯는 흑염소도 만났다. 사람이 지나가도 전혀 관심이 없더라. 소소하게 이어지는 마을의 풍경을 지나, 혼자 놀고 있는 고양이도 만났다.





#이순신순국공원



드디어 이순신순국공원에 도착했다.

오자마자 모두 정자에 뻗어 누웠다

 명이 각각 벤치 하나를 차지했다.


솔솔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잠이 쏟아졌다.

남해의 매력  하나는 바람이었다.

따뜻하고 온기 가득한 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온다.









겨우 몸을 일으켜서 점심을 먹으러 들어갔다. 시그니처 메뉴인 냉짬뽕을 먹었다. 이곳의 면은 모두 시금치로 만든 거였다. 냉짬뽕은 진짜 맛있었다. 오묘하고 시원했다. 꼭 다시 한번 먹고 싶다. 도보 여행러에게 추천한다. 가격은 9천 원이었다.







식당을 나와서 바로 앞집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다. 초코 아이스크림 가격은 3500원. 달달하고 시원한 초코 덕분에 기운이 났다. 무덤덤하게 벤치에 앉아서 먹고 있었는데, 아이스크림 사장님이 귀엽다며 사진을 먼저 찍어주셨다. 다행히 단체사진을 건질 수 있었다.






걷기 전에 잠시 쉬기로 했다. 나무가 둘러싸인 벤치에 자리를 잡고 누웠다. 내가 누운 왼쪽에는 이렇게 아기자기한 풍경이 흘러가고 있었다. 바람이 살짝 스치면서 이파리가 움직이는  너무 예뻤다. 도보 여행을 하면 이렇게 남해의 매력을 충분히 즐길  있다. 일자로 뻗어서 잠깐 딴짓을 하다가 금세 잠이 들었다.


바람과 날씨가 정말 최고였다.

이런 날씨에 낮잠을 안 자는 건 반칙이니까.






그렇게 네 명 모두 뻗어버렸습니다.





거한 낮잠을 자고,

다시 바래길 지도를 보며 길을 찾는다.



#남해바래길 #14번바다노을길



한숨 자고 일어나니 체력이 보충되었다. 처음 계획은 이곳에서 택시를 타고 바다 노을길에 도착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체력이 남아서 걸어서 가보기로 했다.  어떻게든 되겠지. 그렇게 오늘도 선두로 달리는 . 그를 뒤따르는 우리들...

나중에 근은 우리를 버리고 사라졌다.

(하지만 아무도 개의치 않았다.)






비슷한  다른 마을 풍경이 너무 좋았다. 남해가 좋은 이유는 단연 자연이지만, 마을의 아기자기한 풍경도 너무 좋았다. 이때부터 우리는  명이서 도보를 시작했다. 저마다의 속도를 존중하면서 자연을 즐겼다.






도보여행을 계속해야겠다고 생각했던  바로 이런 풍경들 때문이었다. 걷지 않으면 절대   없는, 혹은 그냥 지나쳐버리는 이야기를  눈에 담을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걸었다.






걷다 보니 남해삼베마을 표지판이 보였다. 중간중간 이정표가 우리의 원동력이 되어주었다.

이쪽 길은 조금 심심했다. 계속 비슷한 풍경이 이어져서 어깨가 더 무겁게 느껴졌다. 조금만 더 가면 회관이 있다고 나와서 그곳에서 쉬어가기로 했다. 1시간, 30분, 10분만 더를 외치며 열심히 걸어갔다.







드디어 도착한 회관. 맞은편도 농부 관련 회관이었는 데 마당 쪽에 아무렇게나 털썩 앉았다.

어깨에서 가방이 떨어지자 자유의 몸이 되었다. 아몬드와 초콜릿 과자를 꺼내 먹으면서 당을 보충했다.

그래서 근이는 어디까지 간 걸까.






다시 힘을 내서 걷자- 하는 순간 언덕이 있어서 슬펐다. 하지만 우린 할 수 있어!

표지판을 따라 새남해농협하나로마트 중현점까지 계속 걷는다. 이쯤에서 근한테 연락이 왔다.

바래길이 아니라 다른 길로 잘못 왔는데 이미 마트에 도착했다고. 진짜 웃긴 건 우리도 바래길이 아닌 다른 길로 걸어왔는데, 알고 보니 근과 똑같은 길로 잘못 빠졌던 거였다. 이래서 우린 한 팀인가 봐 (??)



*남해는 바래길과 남파랑길이 있는데, 표시가 헷갈려서 '남해바래길'어플을 참고하는 걸 추천한다.

자칫하면 바래길이 아닌 남파랑길로 빠지게 된다. 우리처럼.






지루함을 달래고자 노래를 틀으면서 갔다.

신난 희와 문을 뒤에서 열심히 찍었다.

도보 여행에서 힘든 길이 있을 때도 

온전히 어렵지 않았던 이유가 이런  같다.

노래 5곡 들으면 도착하겠지!






약 15분 정도 남았을 때! 풍경이 너무 심심해서 발이 무거웠다. 이번 도보 여행에서 가장 지루하고

길게 느껴지는 길이었다.  때로는 이런 길도 필요하겠지 (?) 하면서 열심히 걸었다.





#농협하나로마트중현점


드디어 마트 도착! 버스 정류장에서 환하게 우리를 맞이하던 근이를 잊지 못한다.

헥헥거리면서 걸어온 우리에게 그의 모습은....

마치 부유한 여행객 같았다.





농협과 마트가 같이 하고 있었던 농협하나로마트 중현점. 이곳에서 우유를 부은 팥빙수를 먹었다.

모두 아무 말 없이 팥빙수를 뿌셨다. 역대급으로 힘들었지만 완주해서 뿌듯했다.






괜찮은 척했지만 사실 지쳤다.

팥빙수가 얼마나  힘이 되어줬는지 

그때의 우리는 알고 있다.






마지막 도착지는 바다노을길 코스였다. 마을에서 나가려면 버스를 타야 하는데 이미 5시가 넘어서 막차가 떠난 지 오래였다. 마을버스는 4시 10분, 40분쯤에 끊기다고 하셨다.


예전에 대학교 때 버스를 얻어 탔던 경험이 있어서 히치하이킹이 떠올랐다. 애들이랑 같이 해보자고 했고, 농협에 들어가서 박스와 매직을 빌렸다. 다행히 직원분들이 흔쾌히 주셨고, 여러 가지 좋은 정보도 알려주셨다. 남은 박스에 문구를 적었다.


히치하이킹 팁 관련 글을 봤는데, 다른 말보다 자신의 목적지와 경유지를 적으면 좋다고 했다. 그리고 낯선이 들이기 때문에 뭘 하고 있는지 적어야 한다고 해서 '도보여행'이라고 썼다. 될까 싶었다고 했는데, 나는 무조건 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히치하이킹 #유포방향



밖으로 나와 걸으면서 히치하이킹을 했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트럭  대가 우리를 스쳐갔다.


근이 재빠르게 팻말을 들었는데,

바로 기사님이 차를 세웠다.

솔직히 너무 어벙벙해서 웃겼다.


친구들 모두 하이텐션으로 감사합니다!!!  연신 외쳤다. 영상으로 남기고 있는  우리 보고 유튜브 채널 뭐냐고 물어보셨다.


(유튜브 아니에요... 라며 변명하던 우리들) 나오는 거 좋다면서 유쾌하게 웃으시던 사장님.






선의를 베풀어주신 아저씨의 트럭 뒤에 타고 달렸다. 묘한 뿌듯함과 행복이 밀려왔다.






트럭을 타고 엄청  코스를 지나 유포 쪽에 내려주셨다. 흔쾌히 태워주신 기사님과 아들분! 너무너무 감사했습니다.







남해스포츠센터를 향해 다시 걸어갔다. 이번 코스는 너무 길었는데 노을이 질 것 같아서 또 한 번 히치하이킹을 도전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도로에 사람도, 차도 거의 오지 않았다....

.





그런데도 마을 풍경이 정말 멋있어서 좋았다. 산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큰 존재감이 느껴진다니. 걷는 게 지루할 법도 한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다시 히치하이킹.

그나마 오는 트럭도 우리 쪽이 아니라 다른 쪽으로 갔다. 갑자기 경운기가 왔는 데 저~쪽으로 가라면서

방향을 알려주시고 쿨하게 사라지셨다. 다들 띠용한 표정이었지만 나름 재밌었다.

그렇게 성과 없이 계속 걸었다.





#히치하이킹 #남해스포츠센터방향


팻말을 옆으로 들고 계속 걷고 있는데 갑자기 카니발 한 대가 섰다. 창문을 내리시자마자 그쪽으로 간다면서 타라고 하셨다. 정말 진짜 은인을 만난 것 같았다! 여기서는 절대 성공 못할 줄 알았는데...


차를 타고 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아저씨도 도보 여행이 어릴 적 꿈이셨다고 했다. 1박 2일 동안 계속 걸어서 냄새가 절었는데... 새 차에 태워주신 그 마음이 너무 감사했다. 죽을 때까지 이런 좋은 인연과 선의를 잊을 수 있을까.


남해스포츠센터까지 왔다. 차로도 꽤 걸렸는데, 걸어왔으면 진짜 큰일 날 뻔했다. 1박이 아니라 2박이 될 뻔...... 차를 태워주신 분은 쿨하게 떠나셨다.







우리가 내린 곳은 서면.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마을이었다. 남해 마을은  저마다의 매력이 있다.







<서상양조장>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양조장도 근처여서 운 좋게 들릴 수 있었다. 특이했던 건 양조장 안으로 들어가자 엄청 큰 나무가 있었다. 주인장 분의 말씀에 따라(?) 오래된 나무도 껴안고, 돌도 밟고 얽힌 이야기도 들었다. 막걸리는 4병을 샀는데 한 병에 오천 원밖에 안 했다. 걸어서 노을을 볼까 했는데, 이쪽이 그렇게 예쁘지 않아서 그냥 일찍 들어가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택시를 타고 다시 지족으로 향했다.






뚱이네

#도보여행마무리 #지족



1박 2일의 도보 여행의 끝을 마무리하기 위해 고깃집을 갔다. 근처 뚱이네 석갈비에 들어갔다. 우연히 들어갔는 데 사장님이 너무 친절하시고 너무 맛있었다. 아주 거하고 배부르게 먹었다. 막걸리 세 병을 비우고 다시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너무 맛있어서 다음 도보여행 때 또 가게 된다...)




사진은 1일차 도보여행


밥을 먹고 택시를 타려고 기다렸다. 다들 널브러져서 차를 기다리는  전혀 오지 않았다. 남해는 밤에는 택시 잡기가 어렵다. 그러다가 우연히 마트에 장을 보러  아는 분을 만나서 겨우 얻어 타고 숙소로   있었다. 여행하는 동안 운이 정말 좋았던  같다.







오늘의 도보여행 코스

(21/6/24) 2일 차 * 2만 8천보 이상 걸음

남해바래길 14번 이순식호국길 코스, 13번 바다노을길 코스

목요일 남해각 출발 - 남해바래길 14번 이순신호국길 코스 - 이순신순국공원 - 점심 중식(열두척반상)- 남해바래길 13번 바다노을길 조금- 농협하나로마트 중현점 도착 - 히치하이킹으로 유포 - 도보 - 유포에서 남해스포츠센터 히치하이킹 - 서상양조장 - 택시타고 뚱이네 석갈비 저녁 - 차 타고 꽃내 숙소 도착




[남해바래길 코스 정보]

*14번 이순식호국길 코스 (남파랑길 46코스)
거리: 16.6km
소요시간: 약 6시간
난이도: 별 3/5
걷는 경로:  중현하나로마트 <-> 우물 <-> 백년고개 <-> 고현 <-> 이순신순국공원 <-> 월곡 <-> 노량선착장

*13번 바다노을길 (남파랑길 45코스)
거리: 12.6km
소요시간: 약 5시간
난이도: 별 3/5
걷는 경로: 남해스포츠파크 <-> 예계 <-> 상남 <-> 남상 <-> 염해 <-> 유포 <-> 노구 <-> 중현하나로마트

(출처: 남해바래길 어플)






오늘의 에필로그



도보 여행을 하는 내내 약간의 들뜸이 함께 했었다. 시작보다 끝을 향해 갈수록 더 즐겁고 행복했다. 자연의 풍경을 마주할 때마다 행복해졌다. 언덕을 오를 때마다 심장이 쿵쿵 뛰었고, 그때마다 살아있음을 느꼈다. 이렇게 두 발로 걸어 다니고, 바람을 몸으로 느끼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게 얼마나 귀한 경험인지 깨닫게 되었다. 매일 잊어버리고 마는 그 소중한 시간을 다시금 떠올릴 수 있었다. 무엇보다 힘든 여정을 함께 해준 친구들에게 감사했다.





1박 2일 도보여행을 끝마친 꼬질꼬질 트레킹 복장. 수고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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