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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홉 Jun 15. 2021

[퇴사일기] 마음대로 살고 싶은 퇴사러


직장인이 되었다는 글을 남기고, 브런치에 한동안 들어오지 못했다. 그 이유는 퇴사라는 이슈와, 밀린 할 일을 해치웠기 때문이다. 사실 회사를 들어가기 전부터 나는 알고 있었다. 나는 회사에 들어가도 행복하지 않을 거란 걸.얼떨결에 합격해서 들어가게 된 회사는 내 생각보다 더 많은 의문과 의심을 품게 했다.


이렇게 살아야 하나?

왜 꼬박 8시간을 책상에 앉아 하루를 보내야 할까?


시간과 노동력을 교환하고 있는 소모품이 된 기분이 들었다. 직장 생활은 오전의 느긋함과 일상의 소중함을 지우기 충분했다. 거기에 더해 업무의 불만족, 인간관계의 스트레스가 겹쳤고 매일의 출근이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착잡했다. 사실 출근은 어렵지 않았다. 장점이야 물론 있었겠지만 어쨌든 회사를 다니면서 명확한 '단점'이 더욱 와닿았고 그렇게 3개월 만에 회사를 나오게 되었다



4월 30일 퇴사.

5월, 엉망이 된 생활을 다시 원점으로 돌리기 위해 애썼다.




깨끗하게 대청소를 했고, 많은 책을 버렸다.

거실에 큰 식탁을 놨고, 양옆으로 책을 잔뜩 넣었다.

퇴근이 늦어 항상 밤에 저녁을 먹었는데, 이젠 그렇지 않아도 됐다.

조금 이른 저녁을 먹고, 운동을 하는 삶을 되찾았다.



초반에는 휴식이라는 핑계로 침대에 누워있었다.

사실 나는 누워있는 걸 세상에서 제일 좋아한다.

하지만 전처럼 늦게 자지 않았다.


오랜 시간 동안 올빼미(!)로 살아본 결과,

정신 건강에 너무 안 좋다는 걸 느꼈다.

나는 고의적으로 어떤 룰이 있을 때 더 행복한 사람임을 알게 되었다.

그러한 규칙이 조금은 괴로울지라도,

전체로 보면 사실 그게 꽤 깊은 성취감을 가져다주었다.



그래서 회사를 다닐 때도 왕복 3시간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서 다양한 성취를 줬다.

출퇴근 '매일 독서'를 하다 보니 독서 외에는 자기계발이 어려웠고,아쉬움이 남았다.


당시 출근시간에 읽었던 '미라클모닝'을 완독하고 큰 감명을 받아 실천했었다.

약 한 달 동안 친구와 함께 매일 인증을 남겼다.


한 달 기간 동안 좋은 말 낭독, 스트레칭, 명상, 감사 일기 등 다양한 활동을 아침에 할 수 있었다.

처음엔 1시간 일찍 일어났고, 그다음은 2시간 일찍, 다시 1시간 일찍, 점점 줄어서 30분 일찍 일어나게 되었다. 그 이후로 회사에 업무와 스트레스가 높아지자 미라클모닝도 더 이상 하지 못할 정도로

잠이 부족해졌다.


두 번째 성취는 글쓰기였다. 회사에서 업무가 많은 날을 제외하고 가끔은 시간이 아까운 날도 있었다.

그때 인터넷 서핑이 싫어서 글쓰기를 했다. 에세이나 블로그 글을 그동안 자주 써왔으니

새로운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그건 내 두 번째 꿈이었다.


문학 글쓰기를 했다. 지금까지 총 7-8편의 단편 글을 썼고, 4개는 공모전에 출품했다.

블로그에 소소한 일상을 남기는 걸 정말 좋아했다. 하지만 회사를 다니면서, 더 이상 일상이 즐겁지 않았다. 온통 업무 이야기와 스트레스가 전부였으니깐. 블로그나 브런치를 쓰려면 사진과 글을 써야 하는데, 당시 상황을 다시 회고할 때면 머리가 또 아파졌다.그래서 일기를 쓰지 않았다.





제주


퇴사 후 이런저런 일상을 회복하고,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왔다. 단순히 여행 가고 싶다가 아니라 그동안 잊어버린 일상을 찾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보고 싶었다. 자연과 가장 가까운 제주도로 여행을 짧게 다녀온 뒤, 다시 엄청난 나태함에 사로잡혔다. 침대는 진짜 무섭다. 평생 누워만 있고 싶다.



그래서 거실에 큰 탁자를 놨다. 6인용 원목식탁. 퇴사 후 나온 마지막 월급으로 산 내 취향의 물건이었다. 방에서 노트북과 노트를 꺼내왔다. 이제 침대가 있는 방에서 절대 작업을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다짐했다.왜냐면 나는 정말로 게으르고 나태한 인간이니깐...


지금 글도 이 원목 식탁 위에서 쓰고 있다. 오늘은 점심쯤 일어나 밥을 먹고, 설거지를 바로 하고, 할 일을 정리하고, 저녁을 먹고, 운동을 했다.내 마음대로, 내 시간을 온전히 내가 원하는 대로 쓸 수 있다는 게 정말 행복하다.



나의 가장 큰 과업이자 기록하고 싶은 주제는 '앞으로 뭐 해 먹고 살지?'에 대한 고민이다. 중학교 때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 직업이나 진로, 삶에 대한 고민이 많은 사람이었다. 사실 변한 게 없지만, 그래도 삶의 불안이나 유의미한 지표에 대해서 조금은 알게 된 부분이 많아졌다. 그러한 것들을 함께 나누고, 같이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여러가지 라이프스타일과 먹고사는 방향을 시도, 실험해보고 그 결과를 공유하려고 한다!

그 시작은 지역에서 살아보기부터.










*다음편에서는 남해살기 일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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