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트레이딩을 감으로 한다고요?
우리 뇌는 두 반구로 나뉘어 있습니다.
우뇌는 대게 직관적이고 감각적이며 인과 관계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들을 담당합니다. 반대로 좌뇌는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역할을 합니다.
딱 잘라, 우뇌는 문과생의 뇌, 좌뇌는 이과생의 뇌라고 해도 큰 문제없겠네요.
운명적 공대생은 확실히 좌뇌파입니다. 객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숫자가 편하고 논리적인 것이 옳다고 믿습니다. ‘왠지 이게 맞을 것 같은데?’와 같은 직감 따위는 저를 당황시킬 뿐입니다. 투자의 다양한 방법 중에 '시스템 트레이딩'이 있습니다. 단어에서 주는 느낌처럼(?) 시스템 트레이딩은 확실히 '이과생의 뇌'로 하는 투자입니다. 정해진 규칙과 방법을 과거의 데이터로 검증(백테스트)해보고 옳다고 믿으면 밀고 나갑니다. 이게 다는 아니지만 과한 것보다는 짧은 것이 좋겠죠.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 번 보여드리는 시간을 준비해 보겠습니다. 아무튼 여기는 '셋보단 둘이 심플해요'니까.
시스템 트레이딩계의 ‘마이클 조던‘과 같은 선수는 리처드 데니스입니다. 과거 많은 숨은 고수들이 있겠지만 데니스를 지목한 것은 기록으로 남긴 공식 수익율이 가히 압도적이기 때문입니다. 하루는 그의 동료 윌리엄 에크하트와 논쟁을 했습니다. 리처드 데니스는 투자를 가르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반대로 윌리엄은 ‘당신이 스마트하기 때문에 투자가 쉬워 보이는 것이지 아무나 따라 할 수 없을 거야.’ 그래서 그 둘은 한 번 실험해보자고 결심하고, 그때 그들의 앞에는 거북이 농장이 있어서 그 모집 멤버들을 “터틀”이라고 앉은 자리에서 정했습니다.[1]
“터틀 트레이더 모집!”
모집하기 위해 신문에(옛날이니까요) 광고를 하고 엄격한 인터뷰를 거쳐 터틀을 선발했습니다. 그때 선발된 터틀 중 ‘커티스 페이스’가 있었습니다. 그가 다른 터틀들과 달랐던 것은 그 당시에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지금처럼 퍼스널 컴퓨터(PC)가 보급되기 전인 것을 감안하면 참 특별한 터틀이었겠지요.
‘롱스토리-숏!' 커티스 페이스는 다른 터틀보다 리처드 데니스가 인정할 만큼 터틀 트레이딩을 온몸으로 흡수하고 성과 또한 압도적이었습니다. 저는 그의 첫 번째 책 '터틀의 방식'[1]에서 시스템 트레이딩을 온몸으로 흡수하고 공부했습니다. 우리는 같은 종교라는 철석같은 믿음으로.
그랬던 그가...
"직감(GUT)으로 승부하라"[2] 책을 냈습니다.
개종한 것인가? 시스템 트레이딩의 '두 번째 마이클 조던'='르브론 제임스'가 손이 아니라 발로 하는 축구를 하겠다는 거잖아. (다 읽고... 꽤 시간이 지나서, 한 1년?)
좌뇌와 우뇌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는 뇌량이 있다는 것을 이언 맥길크리스트 "주인과 심부름꾼"으로 깨달았습니다.[3]
그 순간 커티스 페이스의 두 책, 마치 다른 종교 이야기를 하는 것이 떠오르며,
"음 그렇지, 우뇌와 좌뇌 중 꼭 하나만 쓸 필요가 없지. 둘 다 쓸 수도 있겠네"
[1] 터틀의 방식 - 마이클 커티스
[2] 통찰력으로 승부하라 - 마이클 커티스
[3] 주인과 심부름꾼 - 이언 맥길크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