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창작을 하겠습니까
모순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창작을 하겠습니까. 이 생각은 우리의 집이 어디인지를 정확히 집어준 칼 세이건과 그를 소개해준 정재승 교수님으로부터 얻었습니다. [1][2] 대조적으로 보이는 모순 같은 둘이 어떤 구석으로 어떤 각도로 바라보면 서로가 존재할 수 있도록 지탱해 줍니다. 이 것은 칼 세이건이 말한 회의적 사고방식과 개방정 사고방식일 것입니다.
그의 말은 우리가 직면한 도전 그러니까 모든 가설에 대한 회의적인 조사와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개방성 사이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는 단순히 과학의 영역을 넘어서 우리의 일상과 창작 과정에 깊이 관여합니다.
생각해 봅시다.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개방성 없이는 우리는 결코 변화를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우리의 창작은 신선함을 잃어버리기 일쑤고 발전은커녕 퇴보하게 될 것입니다. 반대로 모든 것을 유연한 사고로 받아들이면 두 모순 덩어리 앞에서 우리는 쉽게 길을 잃겠지만 생각하고 사유하고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낌으로 전혀 다른 길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창작의 과정은 이 두 가지 균형을 잡는 데서 시작됩니다.
칼 세이건의 강연문을 바탕으로, 우리는 이 균형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이는 우리가 마주하는 모든 아이디어에 대해 비판적으로 생각하되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문을 열어두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균형은 창작자가 직면하는 가장 큰 도전 중 하나일 수 있으나 동시에 가장 큰 보상을 안겨주는 요소임에 틀림없습니다.
모순 속에서 우리는 창조의 기회를 찾아야 합니다. 이 모순을 이해하고 받아들임으로써 우리는 더 깊은 의미를 담은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코스모스>[3] 칼 세이건은 대표적인 회의주의자입니다. 과학과 기술의 중심지 중 하나 패서디나에 위치한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CalTech)에서 했던 강연의 한 대목입니다. 참고문헌 [1]에서 원문을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이제 저도 굉장히 좋아하는 글이 되었습니다.
상충하는 두 가지 욕구 사이에 절묘한 균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우리 앞에 놓인 모든 가설들을 지극히 회의적으로 면밀히 검토하는 것과 동시에 새로운 생각에도 크게 마음을 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분명히 이 두 가지 사고방식은 어느 정도 긴장 관계에 있습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모드 중 하나만 발휘할 수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당신은 큰 문제에 봉착한 것입니다.
여러분이 뭐든지 회의적인 생각만 한다면, 어떤 새로운 아이디어를 보듬지 못할 것입니다. 새로운 것은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채, 당신은 말도 안 되는 것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고 확신하는 고집 센 노인네가 될 것입니다. (물론 이를 뒷받침하는 많은 데이터가 있습니다.) 하지만 때때로, 어쩌면 백에 한 번씩 새로운 아이디어가 타당하고 훌륭한 것으로 판명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모든 것에 회의적인 습관이 너무 강하다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놓치거나 원망하게 될 것이고 어느 쪽이든 이해와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것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귀가 너무 가벼울 정도로 지나치게 개방정 사고를 하면, 유용한 아이디어와 쓸모없는 아이디어를 구별할 수 없습니다. 모든 아이디어가 동등한 타당성을 갖는다면 어떤 아이디어도 전혀 타당성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길을 잃게 됩니다. 결국 어떤 생각도 타당성을 갖지 못할 것이겠기에 말입니다.
- 칼 세이건, '회의주의자가 짊어진 부담', 과학과 기술의 중심지 중 하나인 패서디나에 강연 (1987)
[1] 칼 세이건 <연설문 중 일부: 회의주의자가 짊어진 부담> https://wist.info/quotation-autho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