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KPI vs. Your KPI

남의 목표는 어떻게든 이루면서 왜 내 목표는 존재조차 알지 못할까요?

by 머신러너

팀장님은 KPI를 입에 달고 삽니다. 신입사원 때 KPI를 처음 들었습니다. 풀어쓰면 'Key-Performance Index‘. 즉, 한 해 성과를 측정하기 위한 상위 목표를 말합니다. 직원 모두 회사 KPI는 어떠한 경우라도 ‘완수된다’는 것을 직장생활 10년이 지나서야 알았습니다. 제가 수동 표현으로 '된다'라고 표현한 것은 경험적으로 연말이 되면 주변 동료 모두 당연하듯 KPI를 채웁니다.


그런데 뒤돌아보니, 남의 KPI는 절대적이고 필수적이었는데 나의 KPI는 무엇이죠? 아뿔싸 나를 위한 KPI는 잊고 살았습니다. 남의 KPI만 채우고 나의 KPI는 존재조차 알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Your KPI'를 'My KPI'로 착각한 걸 수도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어렴풋이 매년 My KPI 비슷한 것이 있기는 했습니다. 새해가 되면 모두 목표가 있습니다. 다이어트, 영어, 자격증, 승진, 사업, 창의적 활동, 모두 다짐합니다. 새해 1월 첫째 주 헬스장에 사람이 들이닥치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겁니다. 또 첫 주보다 마지막 주로 갈수록 사람이 줄어드는 것과 월요일보다 금요일에 사람이 없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나만의 KPI, 'My KPI'를 세워야겠습니다. 회사에서 보고 배우고 경험한 '회사 KPI'를 따라 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왜냐하면 회사 KPI는 항상 지켜졌으니까요. 회사가 우리를 이용하듯이 우리도 회사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회사 KPI는 정량적으로 계획됩니다. 특허 x건, 논문 y건, 보고서 z건과 같이 모두 숫자로 표현합니다. 그래서 KPI를 얼마나 달성했는지 퍼센트로 수시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매듭도 확실합니다. 여지를 남기지 않습니다. 그러면 시작도 수월하게 할 수 있고 계획한 것을 기계적으로 착착착 이행하기만 하면 됩니다. 에너지가 적게 들어서 마무리할 확률도 올라갑니다.

저는 독서 공부, 커리어, 건강, 핵심관계, 시간관리, 5가지 항목으로 나눴습니다. 그리고 가능한 모두 숫자로 적었습니다. 공대생에겐 숫자가 좋습니다. 마음이 편안합니다. 그리고 시간지평에 따라 목표를 나눴습니다. 5년 계획을 위한 1년 계획, 1년 계획을 위한 월간 계획, 월간 계획을 위한 주간 계획으로 말이죠.


직장에서 '항상' KPI가 지켜진 것은 피드백 덕분입니다. 팀 리더는 팀원 KPI를 살핍니다. 팀 리더의 주기적 피드백 덕분에 KPI는 무관심에서 활발한 관심의 대상으로 새롭게 조명받습니다. 나의 계획이 있는 둥 마는 둥 자취를 감춘 것은 피드백이 없기 때문입니다. 의식적으로 피드백을 받아야겠습니다.

혼자 하는 것은 여러 번 실패를 맛보았으니 바뀌어야 합니다. 뜻이 통하는 친구와 매주 수요일 밤 11시 온라인 미팅을 했습니다.(저희는 이 미팅을 '할리스온라인'이라고 칭합니다. 할리스 카페에서 자주 만났다가 거리가 멀어지면서 줌미팅에서 만납니다.) 저희는 이 '할리스온라인'에서 각자의 KPI를 서로 피드백했습니다.


"빠르게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 사이러스 매코"


동료가 있으니, 지속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흐지부지 되던 내 작은 목표도 관심의 대상으로 새롭게 조명받습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My KPI를 채워 갑니다.


KPI를 달성 기한은 12월이 아니라 10월입니다. 직장에서 배운 한 해의 끝은 10월입니다. 12월 31일이 아닙니다. 저는 연도가 바뀌어야 새롭게 시작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상호주관성의 개념은 다수의 사람들 사이에서 의미를 공유하고 옳다고 믿는 것입니다. 12월 마지막날이 한 해의 끝이라는 것도 동일합니다.

10월 말까지 한 해 마무리 매듭을 짓습니다. 그리고 11월 한 달간 다음 해 계획을 세웁니다. 지난해를 되돌아보고 다음 해 My KPI를 구체적으로 세웁니다. 이 11월 한 달은 참 즐겁니다. 꿈도 꿀 수 있고 다음 해에 대한 기대에 설레는 달입니다. 저는 11월이 좋습니다.

이제 '베타 테스트'를 해봐야죠. 11월에 세운 계획을 12월 한 달간 자체 베타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과도한 목표는 줄이고 여유로운 것은 더 채웁니다. 한 달 해보면 견적이 나옵니다. 새 해가 되면 12월 동안 진행한 '베타 테스트'의 진기가 발휘됩니다.


'그래 결심했어 올 한 해는~' 따위 허접한 포부는 이제 없습니다. 그냥 하는 겁니다. 그냥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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