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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신러너 Apr 11. 2024

WHY1.왜 자신만의 길을 찾아야 할까(6)

인생지도가 있다면 인생을 시뮬레이션해 볼 수 있습니다.


당신을 찾아 드리는 내비게이션

     STEP1. 지금 내가 서 있는 위치 파악하기

     STEP2. 인생지도 그리기



장소세포는 우리가 특정 위치에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당신이 다녀간 장소를 기억해 뒀다가 다시 왔을 때 활성화 되어 나의 위치를 아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당신이 좋아하는 카페 안에 있을 때 그 장소에 특정 장소세포가 인상을 강하게 남겨 내가 있는 위치를 인식하게끔 해줍니다. 이 위치 정보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줄 수는 있지만 전체적인 공간 내의 방향성이나 경로에 대해서는 설명해주지 못합니다. 이러한 개별적인 장소 인식만으로는 길 찾기를 위한 지도를 가질 수 없고 목적지로 향하는 방향을 잡을 수가 없습니다.


노르웨이과학기술대학(NUST) 에드바르 모세르와 마이브리트 모세르 부부는 2005년 격자세포를 발견합니다. [1] 격자세포는 장소세포가 발견된 해마에 인접한 내후각 피질이라는 곳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존 오키프가 발견한 장소세포와는 다른 새로운 유형의 뉴런입니다. 다시 쥐의 머리에 전극을 꼽고 전기 신호를 표시해 보면 신기하리만큼 정확하고 반복적으로 일정한 패턴이 보입니다.

이 격자세포의 '아름다운' 패턴은 자연에서 발견했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일관됩니다. 수천 개의 격자 세포에 따라 격자의 크기, 격자의 방향 그리고 위상이 구별되어 있다는 것도 참 신비롭습니다. 마이브리트 모세르는 이 사실을 발견하고 놀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이 아름다운 패턴은 매우 기이하면서도 너무 멋집니다. 이것은 생물학적 현상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2]

네모 박스 안 쥐가 움직이면서 격자 세포가 활성화될 때마다 점이 찍히는 패턴 [3]*

*링크영상 [3]을 보시면 아름다움을 넘어서 경이로움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격자세포의 다양한 패턴은 시뮬레이션 공학에서 자주 사용하는 유한요소기법(FEM)**과 닮아있습니다. 유한요소기법은 복잡한 덩어리를 쪼개고 쪼개서 작은 격자를 만듭니다. 단순하게 나뉜 격자 하나씩 하나씩 계산해 나가면 복잡한 전체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유한요소기법의 핵심 원리입니다. 어쩌면 유한요소기법의 탄생은 우리 뇌가 미지의 공간을 나누어 인식하는 방식을 모방한 '바이오미믹스'의 한 사례 일런지도 모릅니다.

시뮬레이션 공학에서 유한요소가 작은 지엽적 부분들이 모여 전체 시스템을 구축하듯 격자세포의 작동은 공간을 인식하고 내비게이션이 작동할 수 있도록 일종의 내부지도를 구축합니다. 이전에 왔던 경로를 추적하는데 우리의 내부지도는 유용합니다. 중요한 경로는 특별히 강화하는 뇌 메커니즘으로 상세히 내부지도를 구축하기도 합니다. [4]

뇌가 그리는 내부지도와는 다르게 우리에게 익숙한 지도는 자동차 '내비'안에 디지털 지도입니다. 자동차 내비 안에 지도는 자동으로 다운로드되어 있어 모든 목적지와 경로를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입력하고 수동적으로 그 경로만 따라가면 아주 손쉽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내 인생지도가 자동 다운로드되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인생지도가 있다면 인생을 시뮬레이션해 볼 수 있습니다. 시뮬레이션은 예측을 위한 것입니다. 자동차를 하나 만든다고 하면 처음에 자동차 '설계'를 합니다. 설계는 광범위한 내용을 포함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선 '그린다'로 일축하겠습니다. 종이에 그리거나 컴퓨터 3D 화면에 자동차를 그립니다. 다음에 이 설계대로 만들고 두드려도 보고 부셔 보고 아주 다양한 시험을 합니다. 부족한 부분을 보수해서 다시 설계하면 이전보다 좋은 자동차를 만들 수 있습니다. 설계하고 만들고 시험하는 이 골치 아픈 루프는 시간도 많이 들고 돈도 많이 들어서 모든 회사들은 이 루프를 줄이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설계'와 '만들고 시험' 사이에 '시뮬레이션'을 넣어서 골치 아픈 루프를 줄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제조판에선 시뮬레이션을 '해석'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연구소에서 제품을 개발한다고 하면 아주 단순하게는 '설계-해석-시험'입니다. 해석 시뮬레이션은 만들기 전에 자동차의 성능을 예측해야 합니다. 로또 번호 예측보다야 쉽겠지만 로또 번호 예측만큼 어렵기도 합니다. 시뮬레이션 예측을 잘하려면 얼마나 정교하게 만들어진 '모델'이냐로 갈립니다. 모델은 시뮬레이션하기 위해 가상의 모형입니다. 모델의 한 종류는 위에서 말한 격자세포가 그리는 격자로 생긴 FEM 격자 모델이 있습니다.


자동차 시뮬레이션을 모델로 하듯이 우리 인생 시뮬레이션도 인생지도로 해볼 수 있습니다. 완벽한 인생지도가 있다면 모든 일을 다 시뮬레이션해 보고 언제나 최고의 선택을 할 수 있을 겁니다. 밥아저씨의 말처럼 “참 쉽죠?”




[1] Hafting T, Fyhn M, Molden S, Moser M-B, Moser EI (2005), "Microstructure of a spatial map in the entorhinal cortex", Nature

[2] 마이클 본드 <way finding>

[3] (영상) 뇌 속 지도: 탐험하는 쥐의 격자세포

[4] Moser M-B, Moser EI (2015), "Place cells, grid cells, and momory"

**FEM: Finite Element Meth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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