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태어나 처음으로 방문한 영화제에서 나의 세상이 넓혀졌다.
지난달, 태어나 처음으로 방문한 영화제에서 나의 세상이 넓혀졌다.
방문한 곳은 2025 춘천영화제다. 국내 영화제 중에서 규모나 인지도가 높은 편은 아니지만, 창작 예술 성향이 짙은 단편 독립영화에 특화된 영화제라고 할 수 있다. 총 14편의 단편 영화는 소재와 전달하는 메시지에 따라 한국단편경쟁1,2,3,4 섹션으로 나뉘어 있다. 이 중 원하는 섹션 티켓을 구매하면 된다.
나는 이중에서 ‘봄매미’ 영화가 속한 한국단편경쟁 2를 골랐다. 봄매미는 14개의 포스터 중에서 유독 눈에 띄었고, 고등학생들의 청량한 여름 청춘 이야기가 나의 관심을 강하게 자극했다.
한국단편경쟁 2는 사람의 관계와 내면의 미세한 떨림을 섬세하게 묘사하며 현실 속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낸 영화들로 이루어져 있다. 봄매미는 여고생 세 친구의 관계 속 다양한 감정선을 다루고 있다. 우정과 사랑 그 사이의 감정, 일탈의 욕구, 미래의 고민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직 미쳐 깨닫지 못한 자신의 감정을 답답해 하는 그 모습이 잘 담겨져 있다.
흔한 고등학교 수학여행이라는 스토리를 감성적인 연출과 연기로 뻔하지 않게 다뤘다. 더운 여름 수학여행이라는 시간 배경 속에는 학생들의 일탈로 에너지를 전하고, 청량한 색감과 초반 계곡 장면으로 보는 이들에게 시원함을 더해준다. 영화를 보는 내내 후덥지근한 느낌보다 초여름 새벽의 선선한 바람을 맞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미성숙한 학생 때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뭔지 모르는 그 답답하고, 복잡한 감정도 잘 표현되었다. ‘나 저 표정 알아…’ 나 또한 경험했고, 수없이 봤던 친구들의 그 표정. 감독님의 섬세한 연출에 감탄했다. 생각이 많은 눈빛, 움찔거리는 손짓 그리고 고요한 방 안에 울려퍼지는 봄 매미의 ‘맴~맴~맴~’ 소리는 내 심장 박동 리듬과 비슷해서 그런지 심장을 울리는 느낌을 받았다.
관계와 진로와 같이 무거운 소재들을 무겁게 다루지 않는 연출이 현실적이라 더 좋았다. 실제 청춘들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감정을 청량한 여름 속 추억으로 잘 풀어낸 영화라고 생각한다.
오전, 오후 총 7개의 단편영화를 관람하고, 영화 제작 팀원들과 감상평을 나눴다. 내가 가장 별로였던 영화가 누군가에겐 가장 좋았던 영화였다. ‘왜 그 영화가 가장 좋았냐’라는 질문을 나누며 각자의 취향을 더 깊이 알게 되었다.
나는 영화 내용과 등장인물에게 내가 얼마나 동기화가 되었는가에 따라 좋은 영화와 그렇지 않은 영화로 나뉜다. 봄매미는 영상의 색감과 연출부터 나의 취향을 저격했다. 그러나 좋은 영화라고 느낄 수 있었던 핵심 포인트는 동기화였다.
GV(관객과 소통하는 시간)에서 감독님이 말씀하시길 관객들이 고등학교 혈기왕성한 시절의 두근거림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같은 여자로서, 과거의 나도 같은 고민을 했고, 그때의 감정을 똑같이 겪었기 때문에 주인공에게 몰입할 수 있었다. 28분이라는 러닝타임이 아쉬울 정도로 아름다웠고, 혈기왕성한 그 시절의 두근거림은 올 여름 내내 깊은 여운으로 남겨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