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월요일 출근 전 일출 등산하기!
수요일 전체 회의에서 세고생 두 번째 여행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 마침 연말과 연초가 가까워서 마린이 ‘‘월요일 일출 보고 출근하기'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일출 나쁘지 않은데?’라는 생각도 잠시 이른 새벽 또 산을 올라야 한다는 현실을 자각했다. 이번에는 모두가 공평하게 가위바위보로 당첨자를 정하기로 했는데, 기분 좋게 이긴 사람이 떠나야 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하늘도 무심하시지, 이번에도 나와 마린이 당첨되었다. 어떻게 한라산 멤버 그대로 당첨될 수 있지?
촬영 당일,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대충 옷을 껴입고 출발했다. 입김이 호호 나오는 추운 겨울 공기에 피곤한 눈이 확 떠졌다. 새벽의 도시는 고요하면서도 뜻밖에 활기찼다. 이른 시간에도 분주히 움직이는 택시, 첫 차를 기다리는 사람들, 가게 문을 닫는 사장님, 오픈 준비를 하는 알바생, 강아지 산책을 시키는 주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하루를 시작하거나 마무리하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5시 반, 기원정사에 다 같이 모였다. 아직도 어색한 인트로 영상을 찍고, 헤드랜턴을 머리에 착용한 후 아차산 등산을 시작한다. 초입은 조명과 표지판 덕에 어렵지 않았지만, 올라갈수록 조명이 없어 머리 위 작은 헤드랜턴 불빛만 의지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가던 중 갑자기 마린과 세이지가 뒤쳐지더니 조용해졌고, 장난친다고 갑자기 해드랜턴이 꺼버렸다. ‘으아..무서워요.’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두 명이서도 무서웠을 새벽 산행을 세명이 함께라 정말 다행인 것 같다. 우리는 라이트를 껐다 켰다 서로 장난을 치며 산을 올랐다.
중간 지점에 도착해 숨을 고르며 고개를 들어보니 멋진 서울 야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정면에는 서울 야경 불빛들이 반짝이고, 위를 올려다보면 작은 별들이 하늘에 반짝이고 있었다. 반짝이는 서울의 불빛과 하늘의 별들이 어우러진 픙경을 찍고, 돌탑도 쌓으며 촬영에 열중하다 보니 예상보다 일찍 목적지에 도착했다.
“저 진짜 놀랐어요. 아무도 없을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이 좀 있어요.”
일출 시간보다 훨씬 이른 6시 30분에 아차산 1보루 도착했는데, 우리보다 일찍 온 등산객들이 있어서 깜짝 놀랐다. 월요일 새벽에 우리 외에도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니 이 사람들은 뭐 하는 사람들일까? 1보루에서 야경을 충분히 감상한 후, 일출을 기다리며 전투식량 떡국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봉투에 떡과 스프를 넣고, 적정선까지 물을 부워준 다음 밀봉하면 알아서 끓여지는 키트로 불이 없어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키트다. 영하 10도의 추운 날씨에 발가락이 아플 정도로 차가워진 나는 참다못해 떡국 봉투 위에 살포시 발을 올려둔 채 발을 녹였다. 세밀한 발 조절로 떡국에 담그지는 않았으니 오해하지 않길 바란다. 드디어 완성된 떡국을 한 입 먹어보는데 굉장히 짠 소금물 같은 거만 때면 맛이 나쁘지는 않았다.
7시 반, 우리는 아차산 일출을 보며 떡국으로 차가워진 몸을 녹이고, 급하게 하산을 했다. 급하게 하산한 이유는 출근 때문이 아니라 세이지가 급하게 화장실을 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세이지는 나와 마린을 뒤로하고 날다람쥐처럼 빠르게 내려가 무사히 볼일을 마쳤다고 한다. 산 아래서 다시 만나서 간단하게 고픈 배를 채우고 9시 반 즈음 사무실 출근을 완료했다. 고난도 운동 덕분에 이날은 하루 종일 졸다가 일을 다 끝내지 못하고 퇴근을 했다. 오늘은 콘텐츠 촬영했으니 못다 한 업무는 내일로 미뤄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