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2일, 우리 집에 새 식구가 생겼다. 희고 포실 거리는 하얀 털이 매력적인 비숑프리제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우리는 구름이라고 이름을 지어줬고, 그렇게 구름이는우리 집 막내가 되었다.
아침에 눈을 뜨면, 희고 작은 생명체가 우리 집 거실에 꼬물거리고 있었다. 엄마가 일어나면 밥을 주는 줄 알고,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온갖 애교를 떨며 따라다녔다. 사실 존재만으로도 애교가 차고 넘쳤다.
구름 이는 우리 집에 와서 약 한 달에 걸쳐 조금씩 적응을 해 나갔다. 그 사이 나는 방학이 끝나고 매일 출근을 해야 했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코로나 19로 원격수업을 하던 아이들이 집에 있으니 혼자서 외롭지 않게 있을 수 있었다. 코로나 제1의 수혜자는 아마 구름이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녀석은 외로움을 모른 채 유년기를 보냈다.
그 후로 2년 정도 시간이 흐른 지금.
마스크는 벗지 못했지만, 많은 일상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인생의 외로움을 강아지라고 피해 갈 수 있을까? 아침이면 모두 떠나고 아무도 없는 집에서 홀로 남아 짧게는 8시간에서 길게는 10시간이 넘도록 외로움과 싸워야 하는 구름이는 얼마나 힘들까? 그는 지금 인생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고통스러운 인내의 시간의 끝자락...
"차량이 들어왔습니다"
끙끙거리며 주인을 애타게 기다리다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면 나를 반기며 꼬리를 흔들며 중앙현관 앞에서 보초서는 하얀색 물체가 마냥 사랑스럽다. 신발을 벗고 들어오면 가방을 내려놓고 손을 씻는 그 잠깐도 기다리기 힘들어 예뻐해 달라고 발랑 뒤집어지며 배를 까발리는 반가움의 표현은 하루 종일 외로웠다고 투정을 부리는 것 같아 짠하기도 하고, 하루 종일 혼자 둔 게 미안해진다.
누나의 수제케익 3종세트와 함께하는 구름이 돌잔치
그런 구름이가 2돌을 꽉 채워 살았고, 3살이 되었다. 사람으로 치면 이제 벌써 청년이란다. 개춘기도 지나고 이제 조금씩 머리도 컸으니 고집도 세어지고, 혼자만의 시간도 즐기기도 하고, 산책할 땐 얌전하던 녀석이 괜히 지나가는 다른 강아지나 사람들에게 대꾸를 하기도 한다. 마냥 아기 같은모습이 조금씩 사라져 가는 듯하기도하지만 자연스러운 시간의 흐름이니 받아들이며 구름 이를 바라보게 된다.
구름이가 우리의 가족이 된 이후, 반려의 의미를 자주 생각해본다. 내가 키우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을 비비고 살아가고, 함께 눈뜨고 잠들며, 서로에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되어주는 소중하고 고마운 가족, 존재 자체로 존중받아야 마땅한 나의 가족,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우리집 막내. 구름이가 있어서 엄마는 참 고맙고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