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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 Jul 25. 2022

다꺼행 _ 7화. 별이 빛나던 밤

집 떠 나온 지 일주일째 되던 날


어느새 정든 크라이스트처치와의 이별의 날이다. 체크 아웃이 10시라 마음이 바빴지만, 조금씩 여행에 적응해 가는 아이들의 신속한 준비 덕분에 아침식사까지 하고 체크아웃을 할 수 있었다.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해글리 공원을 뒤로하고, 렌터카 회사에 들러 보여주지 못한 국제면허증을 보여주러 갔다. 찝찝한 일을 해결하고 나서 조금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크라이스트처치와의 작별인사를 할 수 있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그렇게 우리는 2번째 도시, 레이크 테카포 lake Tekapo로 향했다. 아름다운 호수가 많은 뉴질랜드에서도 손에 꼽히는 밀키블루 호수로 유명한 레이크 테카포는,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약 3시간 정도 걸리는 곳이었고, 아카로아로 향하던 길만큼이나 여유롭고 아름다웠다.  


아이들은 차 안에서 잠이 들었고, 남편과 나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름다운 길을 드라이브했다. 우리의 이야기의 대부분은 "우리~ 나라 선정 정말 잘했어!!! 그리고 여행 오길 정말 잘했어!!!" 자화자찬이었다. 사실 많이 걱정되고 두려웠다. 너무 막막하기도 했었다. 일을 저질러 놓았기에 용기 있는 척 떠나오긴 했지만, 남편도 나도 걱정이 한가득이었는데,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걱정이 조금씩 안도감으로 바뀌고 있었다.


그나저나 테카포로 향하고 있었지만, 사실 숙소도 정해져 있지 않은 상태였다. 정말 무슨 배짱이었을까? 중간에 애쉬버튼 Ashburton이라는 작은 마을을 지나가다 i-site에 들렀다. 숙소 정보를 얻기 위해 들렀는데, 운 좋게 그곳에서 친철한 직원의 도움으로 테카포에서 묵을 숙소 2일 예약하고 결재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테카포 다음 목적지로 염두해 두고 있던 마운트 쿡 MT. Cook의 숙소도 해결하고 싶었지만, 위치가 외곽이고 안쪽이라 비싸고, 선택 가능한 숙소도 많지 않다는 정보만 얻고 그곳을 나서야 했다. 아쉬운 소식이었지만, 그래도 i-site에 들러 얻은 수확은 꽤 컸다.

그리고 달리고 달리니 - 웰컴 투 레이크 테카포.!!!
뉴질랜드의 캠핑장 같은 곳인 홀리데이파크Lake tekapo motel & holidaypark에 도착했다. 멀기도 하고, 초행길이라 은근히 걱정이 되었는데, 무사히 도착해서 다행이라 생각하며 체크인을 하기 위해 사무실에 들어갔다. 그런데 이럴 수가!!! 조금 전 우리는 i-site에서 분명히 오늘과 내일 묵을 숙소를 예약하고, 이틀 치의 방값을 지불하고 왔는데, 예약된 사항이 없고, 게다가 오늘은 방도 없단다ㅠ.ㅠ 어떻게 하지?

정말 조용히 넘어가는 날이 없구나.


직원과 이런저런 대화를 하던 남편이 오더니, 오늘은 조금 떨어져 있는 곳이긴 하지만, 더 좋은 숙소를 차액 없이 지내고 내일은 우리가 원래 예약한 숙소에서 지낼 수 있게 되었단다. 와우! 이건 또 무슨 상황이지? 여행은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우리를 아주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었나 놨다 한다. 내일 숙소를 옮겨야 하니, 짐을 풀고 싸는 수고로움이 있게 되었지만, 체크아웃 시간을 12시로 늦춰 아침에 서두를 필요는 없단다. 천만다행! 아예 잘 곳이 없거나, 우리의 생각보다 비싼 숙소에 묵는 것보다는 훨씬 좋은 조건이니 감사할 따름이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우리의 두 번째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는 넓고, 깨끗하고, 한적했다. 아이들은 침실에 2층 침대가 있다고 너무 좋아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니 당연히 우리 부부도 행복했다. 그래도 금강산도 식후경이지! 슬슬 배가 고파진 우리는 일단 컵라면을 먹기로 했다. 아이들은 라면 준다고 또 좋아 난리다.




호수 주변과 내일 묵을 숙소를 둘러보았다. 이곳은 캠핑하는 사람, 캠퍼밴을 이용하는 사람, 자동차로 여행하는 사람, 백배커들이 모두 이용하는 곳인 것 같았다. 상상 이상으로 아름다운 호수도 너무 좋았지만, 서로 다른 다양한 여행의 형식으로 세계 각지의 여행자들이 모두 모인 이곳이 나는 너무 마음에 들었다.


설렘에 콩닥거리는 심장소리에 발맞춰 숙소 주변을 산책하듯 돌아보고 나서, 숙소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세계에서 가장 작고, 아름답다는 '착한 양치기의 교회'와 '양몰이 개 동상'을 보고 왔다. 밤이라 닫힌 교회 안은 들어가 보지 못했지만, 해질녘의 호수와 너무나 멋지게 어우러지던 교회와 동상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그 안에 우리가 있었으니, 완벽한 작품이 되었다.

레이크 테카포의 착한 양치기의 교회는 참 아름답다

그렇게 하루가 잘 마무리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름다운 밤은 되지 못했다. 누가 누구랑 자는지, 누가 어디서 자는지에 대한 논쟁으로 꽤 오랜 시간이 흘러버리고, 평화로워야 할 밤은 엉망이 되어가고 있었다. 하루 종일 소비한 에너지보다 잠자리 선정에 대한 논쟁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 듯 했다. 한참을 실랑이하다가 결국 둘째 아이는 엄마랑, 첫째 아이는 아빠랑 잠을 자기로 했다. 그 대신 내일은 반대로 자기로 하고 마무리되었다. 이게 그리도 중요하단 말인가? 아이고. 그래도 내심 한편의 마음은 좋았다. 왜냐하면, 논쟁의 중심은 두 녀석 모두 엄마랑 같이 자고 싶다였기 때문이라서.


남편과 아이들은 잠들고, 잠이 오지 않아 잠깐 밖에 나갔다가 우연히 본 테카포 밤하늘의 반짝이던 수많은 별들과 환한 달을 잊을 수가 없다. 아무리 사진을 찍어보아도 그 아름다운 별을 담을 수 없어서 너무 속상했다. 어쩔 수 없이 내 눈만 담아야 했다. 가만 생각해보니, 뉴질랜드에서 처음으로 바라본 밤하늘이었다.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별이 빛나던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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