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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 Aug 21. 2022

다꺼행_
19화. 새로운 여행의 시작,

캠퍼밴타고 뉴질랜드 북섬여행이 시작되었다

새벽 5시 반. 알람이 띠리링 울렸다. 북섬으로 가기 위해 9시 40분 오클랜드행 비행기를 타야 하기에 아침이 분주했다. 나부터 정리가 돼야 애들 챙기고 나갈 수 있으니 오늘 같은 날은 부지런 좀 떨어줘야 한다. 늦게 잠든 아이들은 차마 깨우기가 미안하게 곤히 잠들어있다. 어른들이 준비 마친 짐을 차에 다 옮기고 나서야 아이들 깨워 대충 옷을 입히고 출발했다. 


공항 근처에서 마지막 주유를 하고, 시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공항에 도착하여 남편은 렌터카를 반납하러 다녀오고 나서, 수화물을 부치고 나서 좀 기다리니 보딩 시간이 가까웠다. 언제나 설레는 티켓팅을 하고서 기내에 들어가 착석을 하니 한숨 좀 돌릴 수 있었다. 생각하면 사소한 일들이었지만, 긴장을 해서 그런지 아침나절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미리 좌석을 정한 상태라 창가 측에 자리 잡고 앉았다. 이륙하고 하늘에 올라 우리가 그동안 발로 밟고, 차로 누비던 남섬을 멀리서 바라보니 더 아름답기 그지없다. 이제 2시간이 채 안되면 북섬에 도착할 것이다. 뉴질랜드 북섬의 대표 도시인 오클랜드 공항에 도착하면, 우리는 이제부턴 7일 동안 캠퍼벤과 함께 하는 또 다른 여행이 시작된다. 얼마나 기다렸던 여행이었는지 모른다. 기대에 부푼 아이들만큼이나 나 역시도 너무 설레고 흥분됐다. 


국내선에서는 우유나 티 & 스낵이나 쿠키 정도의 간식만 주는데, 아침도 제대로 못 먹은 아이들은 그것으로나마 요기를 하고 나도 커피 한 잔 마시고 나니 벌써 오클랜드 공항에 도착했다. 수화물을 찾고 나서, 
우리를 픽업하러 오기로 한 캠퍼 벤 회사의 셔틀을 타고 이동했다. 대접받는 느낌이 편하고 좋았다. 


회사에 도착해서 아이들 핫초코 한잔씩 먹이고 구경하고 있는데, 반갑게도 한국인 직원이 우리를 위해 나오셨다. 영어가 능숙하지 못한 우리는 렌터카와는 다르게 캠퍼벤을 렌트하려니 좀 걱정이 되었는데, 다행이다. 설명을 한국어로 듣게 되었으니 마음이 놓였다. 그 직원이 남편과 함께 캠퍼밴이 주차된 곳으로 나가 차의 이용방법과 주의사항 이것저것을 자세히 알려주었다. 난 애들을 본다는 핑계로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같이 들어야 할까 잠시 고민했지만, 그냥 남편에게 맡기기로 했다. 


직원과 함께 나간 남편을 기다리며 회사 곳곳을 구경하는데, 한 편으로 책장이 있고 그 안에 각종 조미료와 소스, 티백, 티슈, 잼류, 오일, 일회용품, 캔류, 와인잔, 맥주 등 이런저런 물건들이 있었다. 판매하는 새 제품들은 아니었고, 대부분이 쓰고 난 것들이었다. 같이 구경하던 사람들을 보니 천천히 둘러보다가 바구니에 물건을 담아가고 있었다. 조심스레 물어보니, 캠퍼밴 여행이 끝난 사람들이 남긴 물건들 중에서 다시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을 모아둔 것이었다. 필요한 걸 가져가도 된다고 하기에, 
나도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맥주, 와인잔, 옥수수캔, 키친타월, 땅콩잼 등 몇 가지를 챙겨 왔다. 쓰고 남은 것이지만, 다음 여행자에게 도움이 될만한 물건들은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 여행자에게 아주 좋은 문화라는 생각이 들면서 왠지 모르게 뉴질랜드의 캠핑 문화에 호감이 가고, 신뢰가 생겼다.  


북섬에서 함께했던 우리의 캠퍼밴

그렇게 2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우리와 함께 할 캠퍼밴의 키를 받으니 이제 정말 여행이 시작되는가 싶다. 호화롭고 럭셔리한 캠퍼밴은 아니지만, 작은 체구의 우리 네 식구에게 딱 알맞은 아담하고 아늑한 7일간의 우리 차이자 우리의 집이 되어줄 캠퍼밴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아이들은 그 공간이 얼마나 좋은지, 엄마 아빠가 한 시간 정도 장을 보는데 마트도 안 따라갈 정도였다. 




일반 숙소보다 좁아서 짐을 정리해 위쪽에 수납장에 넣고, 장 봐온 것을 냉장고에 정리하고. 공항에서 약 한 시간 반 정도 떨어진 헤밀턴 시티 홀리데이 파크로 출발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난 녀석들은 낮잠 자고 남편과 나는 조심스레 길을 찾으며 갔다. 뉴질랜드의 북섬의 거리는 남섬의 한가롭고 자동차가 거의 없는 거리와는 다른 느낌의 좀 더 복작거리고 도시 냄새가 제법 났다.



남편은 캠퍼밴의 첫 운전이 좀 낯설고 어색했을 텐데도, 멋지고 안전하게 온 가족을 헤밀턴 시티 홀리데이파크에 데려다주었다. 무사히 도착해서 저녁 대충 해 먹고, 짐 정리 대충 하고, 드디어 캠퍼벤에서의 첫날이구나. 오늘 아침 너무 서둘러서 그런지 좀 피곤했던 하루였기에 남편과 맥주 한 잔 기울이며 늘어지니 좋다. 남섬과는 또 다른 북섬의 여행을 기대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도 모르게 잠에 푹~ 빠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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