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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 Aug 15. 2022

다꺼행_ 18화. 뉴질랜드 남섬을 떠나며

이별의 아쉬움보다는 행복한 추억이 더 소중하지요

다행히 밤새 작은아이는 잘 잤다. 다만 새벽에 자꾸 어디선가 물 떨어지는 소리가 거슬렸다. 남편이 남섬 있는 동안은 날씨가 괜찮을 거라고 했었는데... 잠결이었지만 걱정되어 날씨를 검색해보니, 오늘은 괜찮은데 내일은 비가 온다는 예보다. 그리고 그 물소리는 아마도 위층에서 샤워하는 소리인 듯하다.


아침으로 누룽지를 끓여 먹이고, 이제 슬슬 음식을 정리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와서 난 남은 식빵 정리차 샌드위치를 이미 든든히 먹었는데... 인터넷을 뒤져보며 한참을 고민하던 남편이 내일 하려던 곤돌라와 점심 뷔페와 루지를 오늘 하자고 하자고 했다. 멋진 점심 뷔페가 기다리고 있었건만, 서둘러 먹은 아침이 좀 야속하긴 했지만, 상큼한 샐러드와 과일, 초록입 홍합요리와 해산물, 눈이 즐거운 후식을 기대하며 부지런히 움직이며 조속한 소화를 돕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다.


스카이라인은 뉴질랜드에서 단 2곳 오클랜드와 퀸스타운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데, 블로그의 정보에 의하니 퀸스타운의 가격이 더 비싸긴 하지만, 전망은 훨씬 좋다니 더 기대가 된다. 또 어떤 장엄한 자연으로 우리를 놀라게 해 줄지. 기대에 가득 찬 우리는 티켓팅을 하고 나서, 곤돌라에 올라탔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남편은 긴장모드,

아이들은 이리저리 둘러보며 재미모드,

퀸스타운의 시내가 모두 보이는 경치에 나는 감탄모드.


2시까지가 뷔페 입장 마감이라길래 먼저 식사부터 시작했다. 점심 뷔페라서 그런지  음식의 종류는 많지 않았지만, 실속 있고 야무지게 식사하며 바라보는 바깥 풍경은 정말~ beautiful, wonderful, fantastic~!!!

식사를 마친 후, 라운지에서도 차마 발길이 안 떨어져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한참을 구경했다.

스카이 곤돌라를 타고 450m를 타고 올라와 마주한 풍경


배도 부르고, 아이스크림까지 다 먹은 아이들은 이제 슬슬 밖에 나가 놀고 싶은 시간이 되었나 보다. 루지 타러 가자는 큰아이의 성화에 귀여운 m&n's 헬멧을 하나씩 골라 쓰고서, 리프트 타고 올라갔다. 처음 시작 전에는 루지 운전에 대해 설명 들어야 했다. 뭐 영어로 설명했지만, 조작이 쉬워서 그런지 어렵지는 않았다. 엄마는 작은 아이랑, 아빠는 큰 아이랑 짝을 지어 드디어 스타트~


내려다보이는 멋진 풍경에 더하여 터널도 있고, 굽은 도로도 있고, 제법 가파른 내리막도 있어 스릴만점 코스다. 곤돌라를 타고 왔다 갔다를 반복하며 끊어온 티켓을 모두 소진했지만, 아쉬움에 잠시 머물러 한참을 놀았다. 어른들에게는 차마 자리를 뜰 수 없는 풍경을 선물하고, 아이들에게 스피드와 스릴을 선사하는 모두를 만족시키는 가히 퀸스타운 최고의 시간이었다.


'아이들이 조금만 더 크면 하이킹이나 트래킹도 참 좋을 것 같은데... 굳이 뷔페를 먹지 않아도 맛있는 퍼그 버거 하나에 맥주 한 병, 과일 조금 도시락 싸서 올라와도 참 좋을 것 같은데...'이런 아쉬움은 두 번째 뉴질랜드 여행의 일정으로 살짝궁 미뤄둬야지.  12시쯤 올라갔는데, 4시가 넘어서야 곤돌라를 타고 내려왔다.

아이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던 시간과 장소


땅으로 내려와서 어제 갔던 공원에 가자는 큰아이의 주문에 맥주와 음료수 가방에 넣고서 또 나갔다. 거리도 걷고, 잔디에 앉아 맥주도 마시고. 좋다. 오전에 만났던 보지 않고서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그림 같은 풍경도 좋지만, 그냥 우리 집 앞 공원의 친구 같은 소풍도 나에겐 참 좋았다.


그렇게 거짓말 같은 하루하루가 가버리고 내일이 남섬에서의 마지막이구나 생각하니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이 참 야속하다. 게다가 내일은 비 소식이 있어 더욱 아쉬운 마음이지만, 그래도 그동안의 고마운 시간들과 날씨에 감사하며 내일을 멋지게 마무리해야지 싶다.


한참 늦은 시간인데, 큰아이가 갑자기 가이드북을 달라더니 자기가 다녀온 곳의 사진을 찾아본다. 남편은 인터넷을 하며 다음 일정을 준비하고, 작은 아이는 누워서 뒹굴거리고, 나는 짐을 대충 정리했다. 그리고 밖에는 퀸스타운의 젊은이들의 활기 넘치는 이야기 소리와 음악이 들려온다. 어떻게 보면 잠자리에 들기에 소음 같지만, 나에겐 또 다른 문화를 느끼게 하는 음악과도 같았다.




다음날, 예보대로 비 내리는 아침이다. 비 온다는 핑계로 느지막이 일어났다.


다행히 비는 오전 내로 그쳤는데, 바람이 불고 날씨가 제법 쌀쌀했다. 아침 먹고, 옷 단단히 입혀서 반지의 제왕 촬영장 소라는 "Deer park"로 가려고 했는데, 정확한 주소를 몰라 좀 헤매다가 동네 주민인 듯 보이는 어떤 아저씨에게 물으니, 이런,, 2년 전에 문을 닫았단다..


방법이 없으니 차를 돌렸는데, 다행히 드라이브하기에 너무 좋은 코스. 호수를 끼고 보이는 퀸스타운의 모습은 참 예뻤다. 퀸스타운에 처음 도착했을 때 남편이 '스위스 느낌'난다 했는데... 난 안 가봐서 모르겠지만, 분명 여왕이 좋아할 만큼 예쁜 도시인 것 사실인 것 같았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 와카티푸 호수에서 유명한 증기선을 탈까, 그냥 호숫가에 놀까 고민하다가 호숫가에서 놀기로 했다. 토마토, 삶은 감자, 우유, 입이 즐거운 아름다운 퍼그 버거 먹고 나서 아이스크림 가게로 갔다. 샤벳이 너무 맛있는 그 아이스크림가게 안은 날이 추워서 사람들이 모두 가게 안으로 들어와 복작거렸다. 호수가 보이는 창가에 자리 잡고 앉아서 한 시간 남짓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는데 나는 그 시간이 너무 재미났다.


일상같은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맛있는 음식과 평범한 시간들


그러고 나서 늘 가던 와카티푸 호수의 다른 쪽으로 길을 정하고 가보니 또 다른 풍경의 호숫가가 보였다. 옆에 놀이터도 있어서 아이들 놀기에 적당한 곳인 듯 보였다. 놀이터에서 놀기도 하고, 개를 호수로 데리고 나온 주민이 반려견과 노는 모습도 구경하고, 호수에 돌을 던지며 물수제비도 띄웠다. 따뜻한 햇볕 아래, 호수에 앉아 저만치 보이는 퀸스타운의 시내를 바라보며 또 한참을 보냈다. 시간은 참 잘도 흐른다. 그러다 해가 넘어갔는지 좀 쌀쌀해져 숙소로 돌아왔다.


와카티푸 호수에서의 아름다운 시간도 이제는 안녕. 굿바이 퀸스타운!


숙소로 돌아와 아이들은 공동 휴게실에서 블록놀이를 잠시 하고, 나는 밀린 일기를 썼다. 저녁도 먹어야 하고, 아이들 씻겨야 하니 시간이 많지 않았지만, 여유롭고 좋았다. 방학숙제 밀린 것처럼 하루하루 일기가 밀렸었는데, 오늘로 깔끔히 해결했다! 빚 청산한 것처럼 뭔가 개운한 이 느낌^^


그리고 이제는 더는 미룰 수 없는 남섬의 마지막 날. 마무리 시간이다.


'지금 여기, 이곳에 있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아. 어떻게 휴직 생각을 했을까?' 생각할수록 신기해하는 오빠와 그런 '나의 생각을 함께해주고 실천해줘서 고맙다'는 나는 함께 맥주와 와인을 마시며 한참을 얘기했다. 여행의 또 다른 묘미! 진솔한 대화 속에서 우리 부부는 또 한 번 서로에게 고마워하고 감사한 마음을 가지며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한밤중에 전쟁 같은 짐 싸기 시작되었다. 그동안 짐이 준 듯했는데, 국내선이지만 비행 기을 타야 하니 이래저래 걸리는 게 많았다. 액체류, 겔류 등 다 가방에 넣으려니 가방이 터질 듯하다. 한국에서부터 가져온 라면은 거의 줄지도 않아서 그것만도 한 짐이구나.


이제 12시가 넘었으니 이제 5시간도 못 자고 일어나 퀸스타운 공항으로 가야 한다. 렌터카도 반납해야 하고, 아침 비행기라 새벽부터 좀 서둘러야 할 것 같다. 가까스로 정리가 끝나고 누웠는데, 문득 슬퍼진다. 얼마나 있었다고 벌써 정이 들었나 보다. 잠이 안 오는 걸 보면.


아름다운 남섬의 그 모든 순간들은 여전히 생생하다. 크라이스트처치의 싱그러운 해글리 공원, 별처럼 반짝이던 테카포의 호수, 마운트 쿡에서 맛본 빙하 아이스크림, 와나카에서 맛본 와인, 퀸스타운에서 퍼그 버거와 샤벳, 그리고 스릴 만점 루지 모두 벌써 행복한 추억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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