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름 Aug 07. 2022

다꺼행_
17화. 굿바이, 와나카

그리고 다시 만난 퀸스타운

작고 아름다운 마을, 와나카에서만 4박 5일 일정은 한 곳에 길게 머무르니 번거롭지 않아 좋고, 해가 길어 많은 걸 보려도 애쓰지 않아도 되니 여유로워 좋았다. 느지막이 한 두 가지 정도 구경하고 동네 구경하고 한참을 놀다가 숙소에 들어와도 해가 중천이었다.


오늘은 느지막이 브런치를 먹고, 과일이랑 빵 같은 간단한 간식을 싸들고,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퍼즐링 월드'에 다녀왔다. 밖에서 보면 참 아기자기하고, 뭔가 흥미진진할 것 같은 외관이어서 괜히 더 기대가 되는 곳이었다. 


제일 처음엔 1.5km나 되는 2층짜리 대형미로인  그레이트 메이즈부터 시작했는데, 
빨강, 노랑, 파랑, 초록지붕을 찾아야 하는 엄청 큰 대형미로였다. 기본코스는 30-60분 안에 4개의 지붕 중 하나만 찾아 다시 시작점으로 되돌아가면 것이고, 난코스는 1시간-1시간 반안에 4개를 순서대로 찾고 마지막 시작점을 찾으면 되는 것이었는데, 우리는 그냥 내 맘대로 4개 찾은데 의의를 두기로 했다. 사실 그것만으로도 너무 벅찼다. 12시 정도부터 약 1시간 반을 그렇게 땡볕에 뛰고, 걷고, 계단을 오르내리는데도 큰 아이는 신이 나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길을 찾느라 정신이 없고, 엄마와 아빠 역시 그래도 체면 차린 다고 열심히 길 찾기에 여념이 없었다. 특히 남편이 고생을 많이 했다. 아직 어린 작은 아이를 안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온 몸이 땀으로 젖었다. 오랜만에 극기 훈련 같은 코스가 나 역시도 쉽지는 않았다. 뛰어다닐 때는 좀 힘들었어도 막상 색깔 지붕을 하나씩 찾아낼 때 그 기쁨은 제법 컸고, 무엇보다 큰 아이가 힘듬보다 즐거움을 더 크게 느끼는 듯해서 다행이었다.


와나카의 또 다른 즐거움, 퍼즐링 월드


더위에 지친 우리들은 에어컨이 시원한 휴게실에서 달콤한 아이스크림 하나씩 먹으며 다양한 퍼즐을 가지고 놀며 땀도 식히고, 또 다른 재미를 즐겼다. 퍼즐링 월드에는 대형 퍼즐 말고도 
홀로그램 홀, 기울어진 집, 따라오는 얼굴, 착시현상을 이용한 에임스 룸 외에도 신기한 그림과 작품들이 있는 일루젼 룸이 있어서 천천히 모두 구경하고 나왔다. 잔디밭에서 간식을 먹고 인증숏을 찍는 것까지 모두 합쳐 4시간은 거뜬히 놀은 것 같다. 대형 미로만 있었다면 입장료가 좀 비싸다고 느꼈겠지만, 전체를 다 둘러보니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혼을 쏙 빼고 4시간을 놀고 나니 어느덧 오후 4시가 다 되어갔다. 남편이 숙소 근처에 대단한 규모에 테이스팅이 프리라는 와이너리가 있다며 가보자고 했다. 뉴질랜드에 와서 많이 경험한 것 중의 하나인 와인을 만드는 곳은 어떤 곳인지 궁금해졌다. 우리의 숙소, 아스파이어링 홀리데이파크를 지나 약 3-4분 거리에 있는 Rippon 와이너리에 도착했는데, 입구를 지나 안으로 들어가니 생각보다 규모가 너무 커서 제법 놀랐다. 차를 타고 달리고 달리고 또 달려도 포도밭은 계속되었다. 어느 정도 가다 보니 레스토랑 같은 건물이 보여서 주차를 하고 조금 걸어가니 건물 옆으로 산과 호수가 어우러지는 경치가 또 볼만했다. 한켠의 잔디밭에서는 야외 결혼식이 한참 진행 중이어서 잠시 구경도 하고, 서너 가지의 와인을 테이스팅 하고서, 자연을 바라보며 한참을 넋을 놓고 앉아있었다. 와나카의 숨은 명소를 또 만났다. 잊지 못할 듯!!!

리뽄 와이너리에서 와인은 입을 즐겁게 해 주었고, 풍경은 눈을 쉬게 해 주었다. 


그렇게 뛰고 놀고 돌아와서는 또 놀이터로 직행하는 징~한 녀석들이다. 아마 놀기 대회 나가면 1등 거머쥐고 늠름히 돌아올 녀석들이지 않을까? 그 넘쳐나는 에너지가 부럽기도 하고, 어쩔 땐 감당이 안되기도 하는구나. 그래도 아파서 기운 없는 모습보다야 훨씬 나으니 이 또한 감사한 일이겠지? 


어느덧 4일이 훌쩍 지나 내일은 와나카를 떠나 여행 중반에 잠시 들렀었던 퀸스타운으로 가야 한다. 천천히 머무르며 더 오랜 시간을 보내서 왠지 더 아쉬운 와나카의 마지막 밤! 가드 북에 왜 '언젠가 살고픈 도시'로 손꼽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은... 시간을 붙잡고 싶은 밤이로구나! 아쉬울 때 쿨하게 떠나며, 확실하게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거 그거 조금 멋진 것 같은데, 그거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왠지 자신이 없어진다. 




10시까지 나가야 해서 마음은 바쁜데, 조금만 더를 수도 없이 외치며 버티다가 겨우 일어났다. 애들은 너무 놀면 자면서 앓는다더니 어제 너무 무리했는지 작은 아이가 밤에 잠을 설치는 바람에 남편도 나도 잠을 거의 제대로 못 잤다. 작은 아이도 거의 9시 반이 되어서야 겨우 일어났다. 와나카를 떠나기 전에 공룡 놀이터에서 애들 좀 더 놀리고 싶기도 하고, 멋진 호수를 바라보며 브런치를 먹고 싶어서 간단히 남은 재료로 샌드위치로 도시락을 쌌다. 


뉴질랜드에는 곳곳에 벤치와 테이블이 참 많다. 자연이 너무 좋으니 피크닉 문화가 너무 자연스러운 이곳은, 매일매일이 소풍 가는 것처럼 기분이 싱그럽고 좋다. 호수가 잘 보이는 곳에 자리 잡고 앉아 먹는 샌드위치!!! 사실 샌드위치의 맛은 그냥 그랬는데, 눈이 맛있으니, 입도 덩달아 함박웃음을 짓는다. 역시 음식은 야외에서 먹는 게 맛있다. 식욕 왕성한 엄마 아빠와는 다르게, 일어난 지 얼마 안 되어 그런 건지, 피곤한 건지 입맛이 별로 없는 것 같은 아이들은 억지로라도 조금 먹으라며 잼 바른 식빵에 바나나와 우유를 먹여 놓으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 안 그랬음 뭐라도 먹기 전까지 계속 신경이 쓰였을 거다. 


와나카의 시내는 일요일이라 그런지 가족단위 사람들도 더 많고 아침부터 활기가 느껴졌다. 놀이터도 북적거려서 미끄럼틀이나 다른 놀이기구를 타려면 조금 기다리거나 서로 눈치를 봐야 했지만, 그마저도 아쉬운 마지막이다. 이제 정말 안녕이구나, 와나카여! 


그렇게 다시 퀸스타운으로 향했다. 가는 길이 1시간 남짓이고, 한번 다녀와 거리도 숙소도 익숙한 곳이라 그런지 '과연 어떤 곳일까?' 하는 기대보다는 '오늘은 뭐하지?' 정도의 수수한 설렘이 있었다. 가는 길에 Arrowtown애로운 타운이라는 작은 시골마을에 들르기로 했다. 퀸스타운에서 약 15-20분 거리니 멀지도 않았다.


애로우 강에서 금맥이 발견되어 한때 뉴질랜드에서 가장 부자마을이기도 했다는 애로우 타운의 시내 거리는 정말 작은 시골마을을 연상케 했다.  큰아이가 갓난아이였을 때 우리가 잠시 살았던 '강원도 영월'의 시내를 보는 것처럼 정말 작고, 정겨운 마을이었다. 마침 박물관이 있어 잠시 들어가 구경하기도 했고, 어느 
기념품 가게에서 모자를 하나 건진 남편은 아주 만족스러워했다. 일요일이라서 도서관과 옛날에나 볼법한 멋진 우체국에는 못 들어가 봤지만, 그 앞에서 한참을 놀던 아이들이 참 그림 같아 보였던 곳에서 한참을 시간을 보내고...

 

작은 시골마을 애로운타운에 잠시 들러 소박한 여유를 즐겼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퀸스타운의 YHA.

이번엔 숙소를 공동주방을 안 쓰고 우리 방안에 모든 게 다 있는 아파트먼트로 잡았다. 좀 비싸긴 하지만, 아무래도 주방이 있어야 편할 듯하고, 새로운 숙소 스타일도 궁금했다. 짐을 풀고, 아이들 늦은 점심 먹이고, 잠시 앉아 쉬는데 아직도 5시다. 


그냥 좀 앉아서 누워서 쉴 수는 없는 걸까? 왠지 애들이 지겨울 것 같은 생각에 또 나갔다. 한번 와봤다고 퀸스타운 거리는 큰 아이도 다 아는 듯하다.
이리저리 까불면서 잘도 다닌다.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사탕가게에 들러 달달한 것도 하나씩 사주고, 엄마가 좋아하는 서점에도 들러보고, 지나가면 기념품 가게에서 마그네틱, 티셔츠와 모자, 화장품, 볼펜이나 이런저런 장난감 구경하고 다니며 퀸스 타운 거리를 산책 삼아 구경하다가 잠시 작은 시내가 흐르는 잔디밭에 앉아서 쉬었다. 유유히 흐르는 시내에서 만난 오리들 구경에 또 한 번 흠뻑 빠진 녀석들의 


다시 돌아온 퀸스타운

그냥 좀 앉아서 누워서 쉴 수는 없는 걸까? 왠지 애들이 지겨울 것 같은 생각에 또 나갔다. 한번 와봤다고 퀸스타운 거리는 큰 아이도 다 아는 듯하다. 이리저리 까불면서 잘도 다닌다.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사탕가게에 들러 달달한 것도 하나씩 사주고, 엄마가 좋아하는 서점에도 들러보고, 지나가면 기념품 가게에서 마그네틱, 티셔츠와 모자, 화장품, 볼펜이나 이런저런 장난감 구경하고 다니며 퀸스 타운 거리를 산책 삼아 구경하다가 잠시 작은 시내가 흐르는 잔디밭에 앉아서 쉬었다. 유유히 흐르는 시내에서 만난 오리들 구경에 흠뻑 빠진 녀석들은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또 신나서 한참을 놀았다.


가을은 가을인가 보다. 아이들 반팔채로 나왔는데, 해가 지니 기온이 제법 쌀쌀하다. 카디건을 챙겨 나오지 않은 터라 감기 걸릴까 걱정이 되었다. 더 놀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구슬려 숙소로 들어왔다. 이제까지 잘 버텨준 여행이 2/3 지나고 열흘 정도 남았는데, 마지막까지 아프면 안 되니까.


한 달간의 여행을 계획하고 떠나온 지 20일. 이젠 여행이 아니라 생활인 것 같은 착각에 빠져버린 요즘이다. 김치찌개가 죽도록 그립지도 않고, 빵과 샌드위치가 지겨울 듯 물리지도 않는다.
 여행 내내 나와 함께 하는 갈색 크로스 가방과 꽃무늬 백팩만 빼면, 현지인 포스 제법 나는 우리. 하긴, 크라이스트처치 마지막 날 들렀던 한양 상회의 사장님이 여행 5일째에, "이젠 뉴질랜드인 포스 좀 나시는데요!?" 했더랬지...

마자, 샌드위치나 빵, 고기보다 김치에 밥 좋아하는 내가 지금까지 한식 한 번 안 찾고 버티는 거 보면 난 역시 적응력 좀 우수한 인간인 듯싶다. 남편도 인정했고. ^^ 


오늘 밤은 자면서도 엄마가 그리운 아직도 아가 같은 작은 아이가 잠 못 드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덕분에 나도 좀 푹 잘 수 있도록. 

이전 16화 다꺼행_ 16화. 친절한 오지랖 벨기에아저씨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