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알찬 마을
늦잠 자고 일어나서, 여유롭게 아침 먹고,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자기들끼리 놀고, 어른들은 각자의 시간을 좀 갖으며 카페 놀이하고...
그럴 줄 알았다.
아니, 그러고 싶었다!!
그러나 우리에게 카페 놀이는 사치였다.
요 녀석들!!! 우리를 가만히 두질 않는다!
그네 밀어달라, 같이 놀자, 밖에 벌이 있어서 혼자 못 나가겠다,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에휴~ 내 팔자에 무슨 카페 놀이란 말인가? 결국 끌려나가 놀이터에서 보초 서다가, 그냥 모두 함께 동네 구경 나가자는 남편 말에 차를 타고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와나카의 시내 분위기도 구경하고, 마트 위치도 익힐 겸.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시내가 있었는데, 아담한 마을이었다. 주민들은 와나카 호숫가에서 수영도 하고, 카약도 타고, 요트도 타며 너무 한가로운 시간을 질투날만큼 예쁘게 보내고 있었다. 우리도 차를 세우고, 호수를 구경하기로 했다. 멋들어지게 가지를 자른 커다란 나무 위에 올라가 보니 더 좋다. 내일은 도시락 싸서 수영복 입고 나와서 이곳의 사람들이 즐기는 것처럼 와나카를 즐겨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차를 타고 마을을 돌다 보니 저 멀리 공룡 미끄럼틀이 보이는 멋진 놀이터가 보인다. 뉴질랜드에서의 또 다른 재미는 뉴질랜드 곳곳의 어린이 놀이터에서 노는 것이다. 비슷한 듯 다른 놀이터들은 언제나 아이들에겐 최고의 공간이 되어주었다. 언제나처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놀이터에서 한참을 놀다가, 주변 호수의 한쪽에 모여있는 요트들이 궁금하다는 큰아이의 말에 요트 구경을 갔다.
'와우~ 멋지네. 부럽다. 나도 요런 요트 하나 내 차 뒤에 끌고 다니며 주말이면 아이들과 반짝이는 호수 위에 떠다니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가, '에이~ 욕심이 너무 크면 안 되지! 나도 나름 이렇게 즐겁게 살고 있다!'라고 생각하니 나 혼자서 부끄럽기도 하고, 알지 못하는 누군가에게 미안해지기도 했다.
이제 동네 구경은 웬만큼 했으니 마트 구경을 갈 차례다. 외식보다는 숙소에서 끼니를 해결하거나, 도시락을 싸다니는 게 편하고 익숙한 우리 가족에겐 마트는 소중하니까! 작은 마을인데 대형마트가 있었다. 아이들도 마트에 가면 괜히 좋아한다. 콩고물 하나라도 떨어질까 싶은 모양인데, 좋다 좋아!! 냉장고에 채워 넣을 과일과 채소 등을 사 가지고 숙소로 돌아가 스파게티를 해 먹기로 했다. 아마도 면요리니 남편이 메인 셰프가 되어 주겠지? 남편은 면 요리를 좋아했고, 잘했다.
아무것도 안 한 것 같은데 ,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다. 해가 긴 것 같아도 순식간에 하루가 지나가버렸다. 작은 듯 하지만 알찬, 이곳에서 내일은 아이들 눈 뒤집힐 만큼 재미난 곳을 찾아 놓았으니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면 좋겠는데, 아이들은 도통 잠이 들 생각을 안 했다.
안 그래도 자꾸 늦게 자는 녀석들 때문에 밤이 되면 조금씩 신경이 예민해지고 있는데, 저녁 후식으로 파인애플을 먹은 큰 아이가 혀가 자꾸 아프다고 했다. 피곤해서 혀가 헌 건지, 파인애플 때문인지... 어스번에서 샀던 꿀을 발라줬다.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야 할 텐데, 걱정이 되었다.
집을 떠나 타지에 있으니, 다른 것보다도 '아프다'라는 말에 바짝 긴장하게 된다. 비상약도 챙겨 왔고, 약국도 있고, 정 안되면 병원에 가면 되겠지만. 그래도 '안 아프고 돌아갔으면...' 하고 바라고, 믿으며...
오늘도 제발 자라고~ 자라고~ 사정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