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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 Aug 24. 2022

다꺼행_
21화. 여행할 땐 아프지 말기

즐기기만 해도 아까운 시간

걱정했던 대로 밤새 한숨도 못 잤다. 너무 추워서 다리도 제대로 못 펴고 새우처럼 구부리고 뒤척거리다가 옆에서 자는 작은 아이를 부둥켜안고 새벽녘이 되어서야 겨우 잠에 들었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났더니, 역시 목이 따끔거리고 온몸이 아프다. 2층이라 추웠을까? 그나마 다행히 작은아이는 잘 잔 것 같다. 그런데 원래 이불을 잘 덮지 않고 자는 녀석인데, 어젯밤엔 잘 덮고 잤던걸 보면 녀석도 춥긴 추웠던 것 같다.


1층에서 큰 아이와 함께 잔 남편도 엄청 추웠단다. 남편 역시 컨디션이 안 좋아 보였다. 그나마 다행히 큰아이는 괜찮은 것 같았다. 남편 말이 밤새 비가 내렸다는데... 난 비가 온 줄도 모른 채 추위에 떨고 있었나 보다.


가만히 서 있는데 속이 울렁거리고, 아무튼 내 몸 컨디션에 정말 새빨간 적신호가 켜졌다!!!  왠지 따끈한 걸 먹어야 할 것 같아서 라면을 끓이기로 했다. 근데 목이 아파서 그런지 라면도 많이 안 넘어가서 먹다가 포기했다. 남편은 억지로 좀 먹더니만, 다행히 좀 괜찮다고 했다.


아이들도 나도 제대로 준비도 못한 채 무작정 캠퍼밴을 끌고 다음 목적지를 향해서 출발했다. 그러다 가는 중에 길가에 잠시 차를 멈추었다. 아침에 어른들만 라면을 먹는다고 속상해하던 녀석들에게 간식도 좀 주고, 우리도 따뜻한 커피 한 잔 하려고 안전한 장소에 
주차를 했다. 그리고 환기를 좀 시킨다고 커튼을 여는 순간, 아뿔싸!!! 문을 열어놓고 잤구나! 어쩐지... 그렇게 추울리라 없었는데...  밤새 추웠던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 비가 내리고 기온이 뚝 떨어졌는데, 문을 열어 놓고 잤으니 차 안에 추운 공기가 꽉 찼던 모양이다. 


캠핑카 안에서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물을 끓여 컵라면에도 붓고, 내 커피잔에도 부었다. 오늘은 그간 아껴먹던 믹스커피를 한꺼번에 2개를 털었다. 왠지 그래야 정신이 들 것 같아서... 커피 한잔 마시고 나서 큰아이에게 노래 하나 틀어달라고 해 놓고 잠시 누워있다가 일어났더니 그제야 조금 정신은 조금 맑아지는 듯했다. 그런데 여전히 나의 행동은 굼벵이처럼 느리고 내 손은 가시가 달린 듯 닿는 곳마다 아팠다. 손만 닿아도 꼭 칼로 찌르는 듯 몸이 아프다. 아~ 이런 컨디션이 오래 가면 안 되는데...



와이토모를 떠나 북섬에서 온천으로 유명한 로토루아에서 오후 2시 반에 있을 양 체험을 하기로 했다. 가는 중간 길, 거의 30여분 정도 남았는데, 마침 가이드북에서 동화 같은 마을이라고 소개된 '티라우'를 지나던 우리는 커다란 강아지 모양의 건물을 보고 잠시 멈추기로 했다. 건물이 너무 예뻐서 들어가 봤는데, 
도움이 될만한 정보는 얻지 못하고, 괜히 이런저런 기념품 가게 구경만 하다가 아이들이 잔디밭에서 가지고 놀만한 플라잉-디스크 하나 구입했다. 


덕분에 시간이 애매해져서 오늘은 양 체험은 못하게 되어버렸다. 
그냥 숙소를 잡을까, 아님 뭐라도 할까 하다가 근처에 온천스파에 가기로 했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좀 몸이 좀 괜찮아지지 않을까...?! 마을 전체가 온천지대라는 로토루아에서 한 번은 해야 한다면, 오늘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리고 출발!



뉴질랜드 폴리네시안 스파에서 온천욕 즐기기

5시가 좀 못 되어 도착해 가족 스파로 들어갔는데, 뉴질랜드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폴리네시아 스파를 찾아갔는데, 시설이 생각보다 별로라서 실망하려던 참에 그곳에서 만난 이민 온 지 12년 되셨다는 아주머니께서 시설은 별로여도 물은 100% 진짜라고 하셨다. 그 말 한마디에 다시 냉큼 기분 좋아져 따뜻한 물, 뜨거운 물 오고 가며 나른하고 늘어지는 몸을 좀 풀었다. 처음엔 유황냄새가 이상하다며 코를 막던 아이들도 아픈 거 낫는 좋은 물이라니까 따뜻한 온천물에서 실컷 물놀이하다가 결국 마지막엔 나오기 싫어했다. 




저녁도 먹고, 숙소도 찾아가야 하니 서둘러 나와 숙소를 찾아가려고 차를 돌리는데, 너무 예쁜 건물이 발목을 잡는다. 알고 보니 로토루아 박물관이구나. 앞마당에 잔디도 너무 정갈하게 잘 만들어놓고, 야쟈수가 있어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곳이었다. 박물관에는 못 들어가 봤지만, 그 앞 잔디밭에서 잠시나마 티라우에서 산 플라잉디스크를 던지며 노는 아이들은 너무 즐거워 보여 마음이 좋았다.

로토루아 박물관 앞 잔디밭


날이 저무니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 아쉽지만 이동했다. 아이들이 너무 아쉬워했지만, 더 어두워지면 초행길에 위험할 수 있으니 출발해야 했다. 홀 이데이 파크에 도착해 고기만 얼른 구워 저녁으로 먹었는데 시간은 벌써 한밤중이다. 어쩜 이리도 시간이 잘 가는지 모르겠다. 캠퍼벤을 타고 북섬 여행을 시작한 지 벌써 3일째구나!!! 내일은 로토루아에 있을 거라 이동할 일은 없으니 마음이 왠지 가볍다.


오늘은 어제처럼은 안 추울 것 같긴 한데 혹시 몰라 아이들 양말까지 단단히 챙겨 입히고 나도 껴입고 누웠다. 마침 있는 줄도 몰랐던 히터도 보이길래 틀어놓았다. 
여행 막바지에 고생하기 싫은데... 내일 일어났을 땐 제발 정상 컨디션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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