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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 Sep 01. 2022

다꺼행_
23화. 언제나 아쉬운 마지막

But,  슬퍼하지 말자! 완전한 끝은 아니니까! 

밤새 작은 아이가 또 실수를 했다. 남섬에선 한 번도 실수를 안 했었는데, 캠퍼밴에서만 벌써 두 번째 실수다. 왜 그럴까? 잠자리가 불편했을까? 아니면 어린아이에게 다소 긴 여행 일정이 체력에 무리가 되는 걸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새로 잠옷을 갈아입히고 다시 한번 더 쉬를 누이고, 다시 자려고 누운 시각이 새벽 4시 반이었다. 그때부터 거의 잠을 못 잤다... 그런데 하필 이런 피곤한 날은 웬일로 아이들도 일찍 일어난다. 8시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오늘의 목적지는 남편이 가고 싶다는 마타마타에 있는 Hobbiton호비튼이다. 출발하기 전에 사과랑 바나나 하나를 먹은 작은 아이가 도착하자마자  "엄마, 나 몸상태가 안 좋아."라고 말했다. 아이가 하는 말에 조금 놀라 얼른 아이를 살피기 위해 다가가면서도, 며칠 전 내가 아플 때 했던 말을 말을 따라 하는 것 같아서 속으로는 조금 웃기도 했다. 그런데 이 녀석이 갑자기 토를 해 버렸다. 아이의 말은 진짜였다. 잘 안 씹고 삼키는 경향이 있는 작은 아이가 과일을 대충 씹어 삼킨 후에 바로 차를 타고 1시간이나 커다란 차의 뒷좌석에 앉은 채 이동을 해서 속이 안 좋았던 모양이다. 그렇게 속을 비워내고 조금 쉬니 오히려 괜찮은지 조금 있다가부터는 이것저것 먹을 것을 찾길래, 점심을 먹었다.



기념품 가게에서 미리 만나는 호비튼


1시 15분부터 시작해 2시간 동안 호빗 튼 을 구경하기로 했는데 시간이 좀 남은 우리 가족이 기념품 가게에서 구경을 하던 중 남편이 아이들에게 영화 관련 책자를 보여주자 아이들은 사진을 보며 난쟁이들이 사는 마을이라며 신기해했고. 기념품 가게에서 파는 다양한 장난감과 신기한 물건들 역시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한껏 기대가 찬 상태로, 커다란 관광버스를 타고 호비튼 투어가 시작되었다. 

반지의 제왕이나 호빗 같은 영화를 별로 안 좋아해서 보지 않았던 나는 잘 모르겠는데, 남편은 저쪽에 호빗들이 살던 집이 보인다며 이리저리 둘러보며 신기해했다. 오랜만에 가족을 위한 일정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곳을 찾은 여행이라 그런지 남편은 더 열심히 관람하는 것 같았고 난 그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늘 가족의 입장만 생각하더니 오늘은 좀 상기된 듯한 남편의 모습에 한편으로는 미안하기도 했다. 남섬의 퀸스타운에서 마지막에 반지의 제왕의 촬영 장소라던 디어 파크는 문을 닫아 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북섬에선 호비튼을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언덕 아래에 구멍을 파내고 만든 아기자기한 호빗 집들... 딱 우리 가족 사이즈만 한 작고 예쁜 동네가 동화 속 같이 예뻤다.


호비튼에 도착하니 세트가 아니라 그냥 하나의 마을이었다


정말 신기한 건 그냥 세트장이라 대충 집이나 소품 정도만 남아있을 줄 알았는데, 모든 게 살아있는 자연 그대로였다. 어찌나 보존을 잘해놓고 관리해 놓았는지, 텃밭에 먹을 수 있는 진짜 채소들이 자라고 있고, 꽃들도 알록달록 예쁘게 피어있었다. 곳곳에 관리인들이 직접 관리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는데,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성과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듯했다. 약 2시간의 투어가 끝나갈 무렵, 아그로돔처럼 진저 맥주와 사이다의 시음도 있었는데, 뜨거운 햇볕 아래서 관람한 뒤라 그런지 시원한 맥주와 음료가 꿀같이 달고 더운 속을 달래주었다. 

 
아쉬운 관람이 끝나고 우리는 캠퍼밴으로 돌아왔다. 이것으로 일정을 끝내고 오늘은 약 2시간 반은 걸리는 북섬의 대표도시 오클랜드로 넘어가기로 했다. 내일은 그간의 6박 7일간의 캠퍼벤여행을 마치고 캠퍼벤을 반납해야 하는 날이다. 오늘은 꽉 채우면 내일은 아침부터 이동한다고 바쁠 테니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넘어가서 
오클랜드 공항 근처의 캠퍼벤 회사에 반납하기 수월하게 오클랜드 공항 근처의 홀리데이파크에서 묵으려는 나름의 찰진 계획이 있었다. 


오클랜드의 공항이 가까워지고 있다

아이들은 긴 드라이브에 어느새 잠이 들고, 나는 이제 점점 도심과 가까워지는 듯해 정갈한 풀밭에 자유롭게 노니는 동물들과 작별인사를 하며 아쉬운 시골길을 지나왔다. 어느새 편도 3차선의 뉴질랜드에서 만난 도로 중 제일 넓은 듯한 고속도로에 들어서고 약 7시경에 우리는 공항 근처의 캠퍼벤파크에 도착했다. 아마도 공항에서 운영하는 듯한 이곳은 무인시스템이었고, 가격 거품도 없고 시설들이 깔끔하게 관리되어 있어서 너무 좋았다.



아직 우리의 여행의 완전한 끝은 아니지만, 여행의 여러 가지 계획이 하나씩 하나씩 마무리되어 가니 뭔가 나. 일주일간 우리에게 집이 되어주고, 카페가 되어주고, 식당이 되어주고, 놀이터가 되어준 마이티와의 헤어짐이 아쉬운 밤을 보내려니 언제 또 이런 여행을 할까 싶어 더 아쉬움이 큰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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