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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 Oct 06. 2022

다꺼행_
24화. 택시를 타고 배운 인생

인정사정없는 뉴질랜드 교통비

오클랜드에서 맞이하는 첫날, 화창한 아침!!! 우리는 4시까지 캠퍼밴을 반납해야 하고 또 오클랜드 숙소를 찾아가냐 하니 여유롭지만은 않은 하루 일정이었다. 아침 먹고, 본격적으로 짐을 싸기 시작! 짐들을 꺼내 다시 캐리어에 넣고, 남은 음식들도 챙겨 넣고, 쓰레기 정리하고... 음악을 틀어놓고 남편과 나는 하나하나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남섬에서 북섬으로 넘어올 때 한국에서 사 왔던 짐들이 많이 줄긴 했지만, 여행하며 늘어난 음식들도 만만치 않게 많았다. 아직 일정이 남았으니 필요한 음식이지만, 이 많은 걸 어떻게 다 먹고 가지? 조금 지나면 짐스럽겠지만, 지금은 우리에게 소중한 재료로 샌드위치를 만들어 점심을 해결하고, 정든 캠퍼밴을 반납하러 갔다. 


일주일 전, 설레는 마음으로 들렀던 캠퍼 벤 회사에 도착한 우리는 다음 만남을 약속할 없음을 너무나 알고 있어서 아쉬운 마음으로 캠퍼벤과 마지막을 인사했다. 이제 우리는 또 뉴질랜드에 처음 도착했을 때처럼 또다시 뚜벅이가 되었다. 남편 말이 오클랜드 시내에 있는 숙소까지 가려면 적어도 20Km이고 차를 타고 30-40분은 가야 한다고 하는데. 예상 비용이 70N$라고 했다. 생각보다 비싼 금액이라 걱정하던 차에 다행히 캠퍼밴 회사와 계약된 택시로 35N$만 내고 우리의 숙소 주소 바로 앞까지 편하고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택시를 타고 숙소로 이동하는 길에 보았던 구름들이 떠오른다. 뉴질랜드의 이름이 "길고 흰 구름의 나라"라 하더니만 정말 긴 구름들이 말로는 설명할 없는 감동과 기쁨을 주었다. 


도착해 둘러본 숙소는 호텔처럼 럭셔리하지는 않아도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참 편할 것 같은 곳이라 맘에 들었다. 
짐을 풀고 아이들은 둘이서 사부작사부작 엄마 아빠 놀이와 병원놀이를 한참을 했고, 이제 운전 걱정 없는 남편은 맥주 한잔하며 오클랜드 관련 팸플릿을 보며 한가로운 오후를 보냈다. 어느덧 5시쯤 되었을 때, 이렇게 하루가 가는 게 조금은 아쉬워 오클랜드의 시내 거리 구경 차 밖에 나가보기로 했다. '우리나라 청담동 같다는 퍼넬 거리를 갈까, 새로 뜨고 있다는 뉴마트 쪽으로 갈까, 오클랜드 대학 쪽으로 갈까...' 하다가 일단 대학 쪽으로 가며 돌아보기로 했다. 

우리나라와 다른 모습의 뉴질랜드의 횡단보도

도착해 둘러본 숙소는 호텔처럼 럭셔리하지는 않아도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참 편할 것 같은 곳이라 맘에 들었다. 짐을 풀고 아이들은 둘이서 사부작사부작 엄마 아빠 놀이와 병원놀이를 한참을 했고, 이제 운전 걱정 없는 남편은 맥주 한잔하며 오클랜드 관련 팸플릿을 보며 한가로운 오후를 보냈다. 어느덧 5시쯤 되었을 때, 이렇게 하루가 가는 게 조금은 아쉬워 오클랜드의 시내 거리 구경 차 밖에 나가보기로 했다. '우리나라 청담동 같다는 퍼넬 거리를 갈까, 새로 뜨고 있다는 뉴마트 쪽으로 갈까, 오클랜드 대학 쪽으로 갈까...' 하다가 일단 대학 쪽으로 가며 돌아보기로 했다. 



작은 아이는 요즘 꽤가 늘어 아빠가 있으니 맨날 안아달라고 한다. 이미 우리나라 나이로 5살이나 되었고 한 달 동안 제법 커서 이젠 안고 걷기엔 좀 무리일 텐데, 남편은 작은 아이가 안아달라고 하면 아무 말 없이 힘껏 안아준다.  큰 아이는 오르막길도 많고, 계단도 있었던 거리가 꽤나 힘들었을 텐데. 투정을 부리기도 하지만, 엄마손도 잡고 걷다가 혼자서도 씩씩하게 걷다가 하며 나름 잘 걸어주었다. 거리는 내 느낌엔 우리나라 서울 느낌과 비슷했다. 남편은 외국 느낌이 난다고 하는데, 난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사방에서 들려오는 영어로 하는 대화 소리와 외국인 가득한 거리가 많이도 익숙해진 모양이다. 청담동 느낌 난다는 퍼넬 거리도 그리 특별해 보이지 않았다. 


혼자 걸으며 잘 따라오던 큰 아이가  슬슬 힘들어해서 얼른 마트부터 찾았다. 아이들은 세상 어느 점에서도 구멍가게나 마트, 편의점 이만 만사 오케이가 된다. 아빠의 등에 업혀 잠들었던 작은 아이도 마트의 기운을 느낀 것일까? 세상모르고 잠들었던 아이가 마트에 도착하니 어느새 일어나 마트에서 신나게 돌아다니고 있다. 


이제 슬슬 지쳐가니 거리 구경은 그만하기로 하고 숙소로 가기로 했다. 지도상으로 2.4km, 약 30분을 걸어야 하는데 어른들은 실컷 걷지만 아이들 힘들까 싶어 택시를 타기로 했다. 
마침 오는 길에 보았던 택시 장류장으로 가던 가던 중, 복작거리는 피자가게가 눈에 딱 들어왔다. 오클랜드의 피자 맛집인지 사람들이 엄청 많고, 창문으로 보이는 피자들이 맛깔스럽게 보였다. 배가 고팠던 걸까? 남편이 '애들 먹일까?' 하는데, 그간 맨날 같은 식사가 지겨웠을 거 같아서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남편은 메뉴판에 그려진 피자를 이리저리 살피더니 하나를 주문했다. 그런데 주문한 피자를 받아 열어보니 비주얼이 심상치 않다. 애들 먹이려고 산 피자가 아무래도 어른들 몫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일단 어쩔 수 없으니 택시를 타기로 했다. 

택시비에서 오는 알 수 없는 상실감을 피자로 채웠다

정류장에 도착한 우리는 서 있는 택시에 탔다. 택시기사님은 밝은 에너지의 분이었다. 10분도 안 되는 시간이었는데, 꽤나 많은 이야기를 나눈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우리에게 호의적으로 말을 걸었고 호탕하게 웃었다. 아이들이 함께 타자 카시트에 안 타면 법에 걸리니 아이들을 잠시 고개를 숙이고 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불편하겠지만 짧은 거리니 잠시만 참으라고 했고, 다행히 아이들은 재밌다는 듯이 잘 따라주었다. 또 우리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삼성폰을 보여주며 자기는 삼성폰을 쓴다고 얘기하며 우리와 공감대를 형성하며 짧은 시간이었지만, 참 즐거운 대화를 하며 숙소로 왔다. 내리기 전에 택시비를 듣는데 18N$라고 했다. 일단 돈을 내고 내렸다. 그리고 계속 찜찜해한 오빠가 뭔가 속은 거 같단다. 말 많고 잘 웃고 성격 좋아 보이던 그 할아버지!!! 사기꾼이었어? 프런트에 가서 물어본 오빠가 다행히 속은 거 같지는 않단다. 워낙 오클랜드 택시가 비싸다고 했단다. 그냥 오클랜드 물가에 무지했던 우리가 18달러에 세계 경제에 대한 진짜 공부를 했다. 그리고 다행히 피자는 우리를 위로해주었다. 진짜 맛있었다. 도우랑 치즈가 너무 맛있고, 먹다 보니 돼지고기를 얇게 썰어 올린 토핑도 너무 잘 어울린다.


오늘의 에피소드를 안주삼아 이런저런 얘기하가가 '내일은 뭐할까?' 하다가... 어느덧 또 11시 넘어갔다.

남섬의 크라이스트처치-테카포-마운트 쿡-테 아나우-퀸스타운-와나카-퀸스타운을 거쳐, 북섬의 해밀턴-와이토모-로토루아-마타마마타 그리고 우리 가족 여행의 마지막 종착역 오클랜드. 오해 아닌 오해로 좋은 시작은 못되었지만, 이곳에서의 3일도 안전하게 건강하게 잘 보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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