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랜드의 외곽에 있는 호윅 역사마을에 가기 위해 아침 먹고 집을 나섰다. 프런트에서 버스 편과 정류장을 확인하고 열심히 걸어갔는데, 눈앞에서 버스를 놓쳐버렸다. 다행히 20분 정도 기다리니 다시 버스가 왔고, 버스로 약 40분 정도 달리고 버스에서 내려 제법 걷다 보니 보이는 호윅 역사마을은 규모가 생각보다 크지는 않았다. 어쩌면 어른의 눈에만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은 그만큼으로도 충분했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어른의 입장에서 크게 기대를 한 건 아니었고, 아이들에게 다른 문화를 보여주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뉴질랜드 아이들의 정겨운 민속촌 소풍
뉴질랜드의 옛날 생활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의미 있는 나들이에서 마침 초등학생쯤으로 보이는 뉴질랜드 현지 아이들이 전통의상을 입고서 소풍을 나온 듯한 풍경도 만날 수 있었다. 대한민국 아줌마 중 둘째가라면 서러울 오지랖이 발동하여 그 아이들과 사진도 찍고, 옛날의 모습으로 수업을 듣는 아이들의 모습은 나의 직업이 교사여서 그런지 더 인상 깊고 재미난 경험이었다. 나중에 한 아이에게 나이를 물어보니, 6살이란다. 우리 큰 아이랑 동갑내기들이구나!!! 그래서 그런지 왠지 더 친근하고 관심이 생겨 한참을 그들을 쳐다보 그 자리에 머무르다가 마저 둘러보고 역사마을을 나왔다.
우리에게 남은 얼마 안 남을 시간을 더 특별하게 만들기 위해 조금 서둘러야 했다. 오후 3시 15분에 요트를 타려고 예약을 해놓기 때문에 마음이 급해졌다. 아이들 걸음을 고려해야 하고, 지도 하나 달랑 들고 찾아다녀야 하는 어딜 가도 초행길이라 여유시간이 늘 필요하니까. 땡볕에 걷기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재촉할 수밖에 없었다. 비록 아이들을 위해 여유롭고자 하는 일정이라도 시간 예약이 되어있는 것은 방법이 없을 때도 있다.
다행히 1시 10분 버스를 타고 다시 숙소 근처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잠이 들어버린 큰아이는 내려서도 잠이 덜 깨어 힘들어했다. 그렇게 멀지도 않은 거리인데 어제처럼 택시비 폭탄을 맞자니 싫고, 버스 편은 모르겠고, 그렇게 아이들과의 걷기 우여곡절 끝에 요트 선착장 도착했다. 그야말로 고생 끝에 낙이 왔구나! 기분이 한결 나아진 아이들은 요트 탄다고 살짝 기분도 좋아졌다. 덩달아 우리 부부도 불편했던 마음이 풀어졌다.
부모가 지갑을 열게되는 이유
3시 15분이 되자, 요트에 올랐다. 제일 먼저 티와 쿠키를 주더니 이런저런 간단히 설명을 하고, 출발하며 닻을 올리기 시작했다. 세계에서 인구당 요트 보유율 가장 높다는 뉴질랜드! 바닷가, 호숫가 어딜 가도 요트는 늘 사진 속에 있었는데... 나도 결국 한번 타보고 가는구나 생각하니 남편에게 고마웠다. 늘 내가 생각하지 못 한 일정을 고민하고 실행에 옮겨주니 가만히 앉아서 떡을 날름날름 받아먹듯 여행 내내 즐거웠다. 요트 타는 1시간 반 동안 요트의 도시, 오클랜드 항구의 분위기도 한껏 느끼고, 비록 거닐진 못했지만 하버브리지도 지나가 보고, 크기며 모양도 다양한 배들도 실컷 구경하며 시원한 시간을 보냈다. 큰아이와 남편은 직접 요트를 운전해보는 유니크 경험도 했다. 큰아이의 그 환한 미소를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이런 맛에 힘들고 부담스러워도 아이들을 위해 떠나고 걸으며 지갑을 열게 되는 걸까?
숙소에 도착하니 6시가 넘었다. 아이들 씻기고 고기를 구워 저녁 먹이고, 어느 때처럼 맥주 한잔에 피로도 풀고 벌써부터 아쉬운 마음을 털어낸다. 몸은 무지 피곤해서 얼른 편히 누워 자고 싶긴 한데, 또 오늘이 마지막 밤이란 생각에 쉬이 잠들지 못할 것 같은 밤이 그렇게 지나고 있었다.
끝이 없을 것 같은 여행의 마지막 날이 드디어 오고 말았다. 어제 늦게 잤는데, 아침에 일찍 눈이 떠졌다. 오늘 밤 12시를 기점으로 우리 가족은 아름다운 뉴질랜드와의 작별을 고하고 비행기에 올라야 한다. 믿고 싶지 않고 믿기지도 않지만, 현실은 짐을 싸고 체크아웃을 하고 나서, 짐을 숙소에 맡기고 있었다. 그리고 오클랜드 동물원에 가는 버스를 탔다.
숙소 바로 앞 정류장에서 약 15분 정도만 가는 되는 가까운 곳에 있는 어느 블로거가 '동물들을 위한 동물원'이라고 소개했던 오클랜드 동물원이 있었다. 자연을 많이 닮아 있는 넓은 우리 안에 최소 안의 안전장치만으로 울타리가 있던 오클랜드의 동물원은 우리나라의 동물원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는데, 광활한 자연이 인상적인 나라에서 만난 동물들과의 만남에 꽤나 기대가 컸다.
뉴질랜드의 국조인 '키위새'를 제외하면, 대부분 우리나라 동물원에서 볼 수 있는 동물들이긴 하지만 정말이지 볼만했다. 어린아이들과 함께 오클랜드에 간다면 꼭 가봐야 할 곳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길에서 만났던 어느 한국 청년이 비추라길래 갈까 말까 하다가 그래도 아이들은 동물원이면 좋아할 꺼라 믿고 갔는데...
엄마의 입장에서는 꼭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즐거웠던 동물원 피크닉! 12시부터 5시 30분 문을 닫도록 떠날 줄 모르던 녀석들은 지도를 들고 정말 신이 나서 뛰어다녔다. 이게 마지막 일정인지는 알고 그리 신이 났던 걸까 싶다. 엄마는 가는 시간이 그렇게 아깝던데...
우리의 마지막 일정을 오클랜드 동물원에서 마무리했다
다시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와 짐을 찾고, 택시를 타고 공항에 도착으로 향했다. 공항에서 저녁을 간단히 해결하고, 잠시 쉬고 있기로 했다. 일기도 써야 했고, 사진도 다시 보고 싶고, 뉴스도 궁금했다. 그런데 순간 방금까지 옆에 있던 큰아이가 없음을 알아차리고 나서 나는 순간적으로 휩싸이는 불길한 예감에 정신줄을 놓은 듯 공항을 헤매며 아찔한 아빠를 따라 구경을 간 줄도 모르고 혼자서 쌩쑈를 하며 울고불고 난리를 친 에피소드를 제외하면 우리의 첫 여행은 제법 순조롭게(?) 마무리되었다.
밤 비행기인 탓에 공항에서 늦도록 보낸 시간이 좀 길다 싶었지만, 덕분에 오늘 하루를 온전히 오클랜드에서 보낼 수 있어서 나름 알찬 31일간의 여행이 이젠 끝이다. 꿈꾼 듯 한 달... 이젠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그 추억은 영원히 우리 가족 가슴에 스며들어, 언제나 돌이켜봐도 아름다운 꿈 꾼 듯 기억되기를...
가져간 체온계와 비상약들이 무용지물이 되고, 기침소리 한번 안 하고 잘 지내 준 사랑하는 아이들아, 엄마가 짜증 많이 내서 미안했고, 정말 사랑하고 감사하고 고마웠어.
일정 짜고 온 가족 챙기느라 고생 많았던 남편, 정말 고맙고 사랑해요. 애들 챙긴다고 고생한 나도 고생 많았다고 칭찬해주고 싶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구상의 마지막 낙원, 아름다운 뉴질랜드야~ 정말 반가웠어! 내가 나중에 손주 손녀들이랑 다시 너를 찾을 때까지 꼭 지금의 모습 그대로 있어주겠니?? 그때까지 너와 함께한 소중한 추억들을 곱씹으며 나도 열심히 잘 살고 있으마^^ 그리고 비행기 안. 싫지만, 아쉽지만, 이제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