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한 복숭아를 좋아하기로 했다

by onthequi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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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말했다.
“내일 복숭아 도착할 거야. 딱딱한 걸로 시켰어.”

나는 사실, 말랑한 복숭아를 더 좋아한다.

입에 넣으면 스르르 녹아내리는, 달고 부드러운 그 맛.

하지만 아빠는 그걸 몰랐다.
아니, 몰랐다기보다는
아마 예전에 내가 한 번쯤 맛있다고 말했던 걸 기억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번에도 내가 좋아할 거라 믿고 딱딱한 복숭아를 주문한 거다.


그 마음을 생각하니,

굳이 “나는 말랑한 게 좋아”라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응, 잘 먹을게” 하고 웃으며 대답했다.

그건 단지 과일 하나의 취향 차이가 아니었다.
아빠가 나를 사랑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였다.


아빠는 평생을 음식으로 마음을 전해왔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표현보다는 준비로.
퇴근 후 피곤한 몸으로
각자의 귀가 시간에 맞춰 나와 동생에게 따로 밥상을 차려주던 사람.

계절과 상관없이 하루를 마친 몸으로 주방 불을 켜던 사람.
그 작은 부엌에서 늘 우리 식탁을 먼저 생각했다.


주말이면 우리가 뭘 먹고 싶은지 묻고,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으로 정성껏 음식을 차려냈다.
멀리 출장을 갈 때면
우리가 좋아하는 반찬을 미리 해두고 떠났고,
일터에서 맛있는 걸 보면 사진을 보내거나 택배로 보내기도 했다.

아빠는 그렇게 자신의 하루와 마음을,
밥상에 담아 전해왔다.


나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고,
입맛이 없다고 짜증을 부린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 짜증마저 위로해 준 건, 결국 아빠의 밥상이었다.

아빠는 언제나 주는 사람으로 살아왔다.


그런데 나는,

언제 한 번이라도 아빠에게 뭔가를 준 적 있었을까.
나는 어떤 방식으로 아빠를 사랑하고 있었을까.


내일은 아빠가 보내준 딱딱한 복숭아가 도착한다.
예전 같았으면 옆으로 밀어놨을지도 모르지만
이번엔 천천히, 꼭꼭 씹어 먹으려 한다.
아빠가 그동안 내게 그렇게 사랑을 씹어 먹여줬던 것처럼.


나는 이제부터 딱딱한 복숭아를 좋아하는 사람이 되어보려 한다.
그 안에는 내가 미처 말하지 못했던 고마움과

조용히 받아온 사랑이 아주 단단하게 들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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