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포장하지 않으면 불안한 나에게

by onthequiet


나는 보여지는 것에 예민한 사람이다.

보이는 외모만이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처럼 보일 지를 신경 쓴다.

말투, 표정, 눈빛, 무심한 듯 던지는 한마디 말조차도

‘어떻게 받아들여질까’를 먼저 생각한다.


어쩌면 나는, 현실에서 인스타그램 속 삶을 사는 사람 같다.

치부는 감춰야 하고, 망설임은 들키면 안 된다.

나는 똑똑하고 단정하며, 매끄러운 사람이어야 한다.

게을러 보이지 않고, 궁핍해 보이지 않고,

누구에게든 괜찮은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원한다.


그렇다고 해서 겉을 화려하게 꾸미는 건 아니다.

나는 겉모습보다, 나라는 사람 자체가 어떻게 ‘느껴지는가’를 더 신경 쓴다.

그래서 더 긴장되고, 더 조심스럽다.

그게 피로로 다가올 때도 많다.

가끔은 다 내려놓고, 아무것도 아닌 사람처럼

텅 빈 마음으로 살아보고 싶다.

하지만 그게 잘 안 된다.

나는 눈치를 많이 보는 사람이다.

사람들의 표정, 말투, 공기의 결까지도 민감하게 감지하는 나로서는

아무렇지 않게 산다는 게 오히려 더 어려운 일이다.


나는 알고 있다.

이런 애씀의 바탕엔 어쩌면 ‘수치심’이 있다.

들키고 싶지 않은 나의 모습들,

내가 스스로 부끄럽게 여기는 구석들이

언제든 발각될까 봐,

나는 선을 그리고, 거리를 두고, 포장을 한다.


물론 그 모든 애씀이 괴롭기만 한 건 아니다.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이고 싶은지를 안다.

그 모습에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노력은

어쩌면 삶을 더 단단하게 만들기도 한다.

나는 내 삶을 가꾸는 데서도 분명한 즐거움을 느낀다.


하지만 가끔은, 나와 다른 결을 가진 사람들을 보며 부럽기도 하다.

모난 대로, 투박한 대로 살아가는 사람들.

시선보다는 마음에 충실한 사람들.

그들은 나보다 더 자유롭고, 더 개성 있어 보인다.


무엇이 더 좋은 삶일까.

나는 그렇게 확신하지 못한 채, 여전히 나를 가꾸고 다듬는다.

그런 내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불필요한 위장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나에게는 그것도 ‘살아내는 방식’ 중 하나다.


언젠가는 나를 괴롭히던 시선들 사이에서도

조금쯤 느슨해도 괜찮다고,

그렇게도 사람은 괜찮은 존재라고

조용히 스스로를 안심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진짜 나는 늘 이 안에 있었고,

애써 보이려 했던 나도 결국은

그 진짜 나를 지키기 위한 모습이었음을

이제야, 조금씩 이해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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