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질문이 가끔은 나를 움츠러들게 한다.
단순히 숫자를 묻는 말 같지만,
그 뒤에는 ‘그 나이면 갖춰야 할 것들’이라는 보이지 않는 목록이 숨어 있는 것 같다.
결혼, 아이, 재산, 안정적인 직업. 하지만 나는 그 어느 것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나이를 말하는 순간, 내 이야기까지 함께 꺼내는 일이 힘들었다.
돌아보면, 서른이 넘어서야 나는 ‘나이’라는 것을 진짜로 의식하게 됐다.
그전까지 나이는 단지 숫자였고, 나를 규정하지도, 가로막지도 않았다.
매해 달라지는 나이를 그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살았다.
하지만 서른 이후, 나이는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보이지 않는 장치가 됐다.
하고 싶은 일, 가고 싶은 곳, 보고 싶은 것 앞에서 나라는 사람보다 나이라는 숫자가 먼저 떠올랐다.
‘이 나이에 가능할까?’,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았을까?’
그 질문들이 나를 한 번 더 멈춰 세웠다.
그 무게는 생각보다 컸다.
꿈과 소망, 열정을 이야기하는 것이 마치 주제넘은 일처럼 느껴졌다.
마치 내가 너무 늦게 도착한 사람인 것처럼.
그래서일까, 나이를 의식한 후부터 나는 점점 조심스러워졌다.
심지어 누군가를 우상삼아 좋아하는 마음조차, 나이라는 경계선 앞에서 작아졌다.
좋아하는 감정에 나이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그렇게 나는 걸음을 늦췄고, 가끔은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며 후회했다.
그때 조금 더 용기 냈더라면, 지금은 달라졌을까 하고.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안다.
이렇게 후회를 품고 있는 나도, 결국 지금을 살아내고 있다는 걸.
나이와 함께 더 단단해질 수 있다는 걸.
아마 나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나이라는 장치를 잠시 꺼두고, 한 번쯤 다시 마음껏 뛰어보는 연습 말이다.
그리고 깨닫게 된 건,
나이가 때로는 나를 멈추게 했지만,
그 멈춤 속에서 내가 진짜 원하는 것들이 선명해졌다는 사실이다.
어차피 나이라는 건, 가만히 있어도 시간과 함께 찾아온다.
그래서 나는, 지금 이 나이를 자각한 순간부터 조금 다르게 살아가고 싶다.
흘러가는 대로 맞이하는 나이가 아니라, 하루하루를 채우고 쌓아 올려 얻어낸 나이.
그렇게 마주하는 한 살이라면, 조금은 더 나를 자랑스럽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