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간관계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사실 사람들과 특별한 트러블 없이 잘 지내는 편이다.
적당히 거리를 두고, 다정함도 적당히 유지하며
조용히, 무리 없이 어울린다.
그래서 더더욱 ‘인간관계란 무엇일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한동안 내 안에 머물렀다.
그러다 문득 떠올랐다.
인간관계는, 어쩌면 모래 뺏기 게임이지 않을까.
처음엔 둘이서 함께 모래를 쌓는다.
서로의 마음을 한 줌씩 보태며, 조심스럽고 정성스럽게 성을 만든다.
함께 쌓는다는 믿음이 있을 땐 그 시간조차 따뜻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어느 순간, 게임은 시작된다.
한 사람이 모래를 조금씩 빼가기 시작한다.
슬쩍슬쩍, 말없이, 하지만 티 나게.
그리고 남은 한 사람은 그 구멍을 메우느라 애쓴다.
다시 한 줌, 또 한 줌.
그렇게 버티다 보면, 결국엔 균형이 무너진다.
깃발은 조용하고 빠르게 아래로 추락한다.
물론 모든 인간관계가 그런 건 아니다.
정말 건강하고 안정감 있는 관계는 함께 더 크고 견고한 모래성을 쌓아간다.
균형 있게 주고받으며, 서로의 마음을 존중하고 채워가며,
시간이 흐를수록 더 단단해지는 관계도 있다.
하지만 트러블이 생기는 관계에서는
이런 모래 뺏기 게임의 모습이 나타난다.
한 사람이 모래를 가져가기만 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이는 자신의 모래를 스스로 깎아내며 관계를 유지하려 한다.
그 둘은 방식만 다를 뿐, 결국 관계를 지탱하던 모래성을 서서히 허물어뜨린다.
남는 것은 허전함과 어느 한쪽의 깊은 소진일 뿐이다.
나는 이제 인간관계를
‘유지해야 할 것’이라는 책임감보다는
‘지켜봐야 할 균형’으로 바라보려 한다.
지금 이 관계는 함께 쌓고 있는가, 아니면 한쪽이 계속 잃고 있는가.
그 질문 하나로, 어떤 관계를 계속 이어갈지
어느 정도는 가늠할 수 있게 되었다.
인간관계는 결국 끝까지 무너지지 않는 성이 아니라,
함께 쌓는 행위 자체에 의미가 있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무너진다 해도, 그 시간 속에서 우리가 나눈 마음은
결코 사라지지 않으니까.
관계란, 결국 함께 손을 뻗는 일.
그리고 나아가 같은 방향으로 모래를 옮기는 일.
모래성은 한 번 무너져도 다시 쌓을 수 있다.
다른 사람과 새롭게 시작할 수도 있고,
여러 사람이 함께 더 넓고 단단한 성을 만들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관계는, 단절되기도 하지만 또 이어지는, 참 묘하게도 지속적인 것이다.
그 단순한 진실을, 나는 여러 번의 관찰과 질문 끝에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