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에 관하여
2023년 12월. 우연하게 찾아온 기회로 롱블랙과 인터뷰를 했다. 연말 기획인 '롱블랙 피플과 함께한 시간을 나누다' 스페셜 노트 특집에 가볍게 소개되었다. 유명인이라도 된 것처럼 40분 동안 삐약거리는 나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시고 담아주신 롱블랙 팀에게 감사했다.
나는 포기가 빠르고 산만해서 자주 도망치는 바람에 버려진 애매한 재능들이 많다. '진득하지 못해 능력 없는 사람'으로 치부되기 싫어 부끄럽게 여기곤 했다. 그 열등감을 아득바득 극복하는 과정에서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십 잡스' 박재민 배우를 알게 되었다. 고민에 대한 조언을 듣기 위해 무작정 SNS로 연락해 답변을 받았다.
안녕하세요:) 아까 너무 두서없이 답변을 드려서 걱정했는데 이렇게 연락이 오셔서 참 다행입니다.
정말 많은 분야를 공부하시네요? 저도 그랬던 기억이 납니다. 체육교육과 경영학, 정책학을 각각 대학, 대학원에서 전공을 했었습니다. 다른 분야에도 관심이 많아서 인문대, 법대, 농생대, 자연대의 타과 전공 수업들을 수강했던 기억도 납니다. 다른 과 학생들이 듣는 전공 수업을 들었으니 얼마나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았는지 아시겠죠ㅎㅎ
그런데 저는 각기 다른 전공들을 공부하면서도 항상 한 가지 관점을 견지하려고 애썼던 것 같습니다. 바로 '스포츠적인 관점에서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가 그것이었습니다. 경영학을 복수 전공하면서도 '스포츠 분야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고, 정책학을 하면서도 '스포츠 정책으로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습니다. 물론 수업 내용은 스포츠와 전혀 상관이 없었죠.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공통분모를 잘 찾는 것, 혹은 잘 설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스포츠'에서 그 해답을 찾았었고요. 공통분모가 생긴다면 그때부터는 조금 쉬워집니다.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면서 잉여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거든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일정 수준의 단계에 접어들었을 때 세분화를 했었습니다. 예를 들어, 스포츠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비보잉, 스노보드, 농구라는 종목을 굉장히 좋아하고 열심히 연습했었는데, 기초 체력과 몸 쓰는 능력이 어느 수준까지는 공통되게 필요하더라고요. 그런데 그 이후에 각각의 종목들이 저에게 다른 비전을 제공해 준 것이죠. 비보잉은 '교육'으로, 스노보드는 '해설'로, 농구는 '행정'으로 말이에요.연결고리를 그런 식으로 찾았던 것 같습니다. 공통분모를 찾고, 세분화를 시킨 뒤, 전문성을 기르고, 다시 그 영역들을 연결시키면서 저 만의 블루 오션을 찾는 과정을 반복했습니다. 다양한 관심이 있는 만큼 더 멋진 인생을 살게 되실 것 같네요.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언제든 답장 주세요:)
그래, 방법을 몰랐다 뿐이지 애매하다고만 생각했던 재능들이 엮어져 때론 새로운 가치를 전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성장의 챕터는 사람마다 다른 시간에 머무른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겐 어렵게 뗀 첫걸음의 순간이, 또 누군가에겐 가로막혀 넘어졌던 순간이, 또 어쩌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이를 악물었던 순간이 가장 성장했던 순간일 수도 있지 않을까.
첫 시작의 설렘을 떠올리며 오늘의 고됨을 응원하고,
이 악물고 노력했던 순간에 마주한 당신을 위로해 주고,
만들어나갈 미래에 대한 희망이 앞으로 나아갈 원동력이 될 수 있는.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란, 누군가 자신에게 그 길을 왜 걸어왔냐고 물어봤을 때, 자신의 가치관에 빗대어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다라는 말을 알고 있다. 뜨겁고 차가웠던 나의 그때가, 누군가의 지금에 차갑고 또 뜨거운 영감이 되어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