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동굴 앞엔 언제나 당신들이 있었다

기다려줄게라는 말

by 작은나무

동굴에 들어간다는 표현을 안다. 흔히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 하는 시기라고도 한다. 동굴에 들어가는 원인은 우울감일 수도 있고, 중요한 과업을 위한 것일 수도 있고 사람마다 다양하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후자였다.


나름 큰 결정이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한다는 걸 스스로 알기에, 감수하더라도 해야 할 일에 집중하고 싶었다. 힘든 것은 스스로 감당해 낼 테니, 모두 이겨낸 채 좋은 소식을 가지고 돌아왔을 때 반겨주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그렇게 한동안 사람들과의 만남에 일절 나가지 않았다. 만나자, 운동하자는 약속에도 거절로 일관했다. 이런 행동이 반복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주변 사람들과의 연락도 뜸해졌다. 괜히 섭섭하기도 했지만 조금만 더 견뎌내서 해보자면서 지냈다.


계획대로 되면 좋으련만 예측할 수 없는 게 우리네 삶이려나. 실패는 거듭되고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수록, 만족스럽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 더욱 깊게 동굴로 들어가게 되었다. 동굴이 깊어질수록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보이지 않았다. 이제 정말 남은 것이라곤 용기를 내 초라한 모습으로 동굴 밖을 나오는 것뿐.


꼭 좋은 소식과 함께 아니어도 돼


그렇게 힘겹게 나온 만남에 건네준 주변 사람들의 말. 부족하고 초라해 보일 거라 생각한 나의 모습은 그들에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여태 혼자 큰 착각을 하고 있었나 보다. 그렇게 다시 억지로라도 사람들과 만나기 시작했다. 이전의 거절에 꾸중을 듣기도 하고, 대화를 하며 생각을 정리하기도 하면서.


신기한 건, 동굴 속에선 그렇게 안 보이던 길이 오히려 사람들을 만나면서 방향이 잡히고 좋은 기회와 소식이 생기게 되었다. 그러면서 적어도 나는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 사람였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얼마 전 GD가 복귀하고 유튜브 '집대성' 채널에서 빅뱅이 다 같이 모였다. 그 콘텐츠에서 태양의 말이 정말 인상적이었는데, 사랑해란 말 대신 쓸 수 있는 단어가 무엇이냐는 한 팬의 질문에, 널 기다려줄게라고 답했다고 한다. 상대방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음에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부담 주고 싶지 않아 그저 옆에서 묵묵히 기다려주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져 따뜻했다.


어쩌면 주변 사람들도 이와 같은 마음이었을까. 그렇다면 정말이지 감사한 마음뿐이다. 감사한 마음을 잘 표현하며 나도 그런 관계가 되어주고, 유지할 수 있게 노력해야겠다. 아, 그리고 앞으로는 더 이상 동굴에 들어갈 것 같지는 않다.


출처: 집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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