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로서 개인 작업을 살짝 했다. 오래간만에 에펙도 돌리고 작업을 했다. 슬슬 나의 포트폴리오를 좀 더 정리해보고 싶고, 그리던 만화에도 이제 박을 수 있는 brand identity가 생겼다. 뭔가 덜 다듬은 거 같지만 여기서 우선 손을 뗐다.
미끼는 대학 때 생긴 별명이다.
살면서 들어본 별명은 그렇게 많지 않다. 나는 굉장히 평범하고 예쁜 이름을 가졌다. 그래서 그 당시 핫한 이름이었던지 동명이인이 많았다. 내 이름에 관해 관심도 없는 사람이 내 전 여자 친구 이름이네라고 말한다거나, 전화나 문자가 잘 못 오는 경우가 많다. 생각보다 이런 이슈가 자주 발생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그래서 해탈하면서도 조금 짜증이 났는데 그 일을 해결해줄 어떠한 description이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별명으로 불리길 선호했고 이름으로 불리면 많이 어색하다.
깨구리 혹은 미끼가 내가 가졌던 별명이다. 나를 어떻게 부르는지 생각해보면 이 사람은 언제 만났던 사람인지, 이 사람은 어디서 만난 사람인지 명확하다.
회사 생활하면서는 오랜 기간 동안 영어 이름을 썼다. 영어 이름 쓰는 게 처음에는 오글 거렸지만 내 이름은 이제 내가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게 참 좋았다. 만약 다음에 또 영어 이름을 가질 일이 있다면 그때는 또 제2의 이름을 가지고 싶다.
사실 이름이 뭐 그렇게 중요한가 싶긴 하지만 그 이름으로 불리면 그냥 나는 똑같은 '나'지만 조금 더 그 이름에 맞게 살려고 노력한다. 말하고 보니 어쩐지 내 본명으로 불리는 내 생을 하찮게 여기는 기분이 좀 들지만 본명으로 이루고 싶은 삶도 있고, 창작자로서 내가 가진 이름으로 살고 싶은 인생도 있는 것이다.
이름이 무척 중요하진 않지만 삶을 바라보는 방향에 도움은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