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교사인 엄마의 “아이 스스로 책 읽게 하는 방법”
학교도서관에는 다양한 학생이 옵니다
1. 만화책 보러 오는 학생
2. 숨어서 연애하려는 학생
3. 쉬는 시간에 숨바꼭질 장소로 숨으러 오는 학생
4.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 독차지 하러 오는 학생
5. 사서선생님께 스티커나 사탕 받으러 오는 학생
6. 친구 구경(책 구경 아님 주의)하러 오는 학생
7. 반에서는 같이 놀 친구가 없어서 외로워 시간 보내러 오는 학생
8. 있어 보이기용 책 빌리러 오는 학생
9. 아침독서 책 안 갖고 와서 빌리러 오는 학생
그리고 드디어 진심으로
10. 책 읽고 싶어서 빌리러 오는 학생
이처럼 학교도서관은 정말 쓰임이 많은 곳입니다. 저는 학교도서관이 정말 좋아요! 진심입니다. 그래서 이 일을 하나 봅니다
(그런데 저에게 도서관이란 육아를 피해 도망가는 곳이기 도하며, 제가 읽고 싶은 책을 희망도서목록에 슬며시 넣어 다음 도서 구매 때 살 수 있는 음흉한 마음을 해소하는 곳이기도 해요. 그런데 참 신기하죠 제가 읽으려고 몰래 산 책인데 다른 선생님들이 먼저 빌려가서 저의 음흉한 계획이 매번 실패합니다)
위의 10번의 학생을 제외하고 1번부터 9번까지 학생이 학교도서관에 오면 사서교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더러는 눈을 감아줘야 하기도 하고요, 더러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안타깝지만 어떤 학생을 반으로 돌려보내야 하기도 하죠.
그 판단은 사서교사의 몫입니다.
저는 주로 책을 추천해 줍니다. 예전 현대카드광고에서 “인간이 태어나는 것은 욕망이 태어나는 것이다 “라는 비슷한 뉘앙스의 광고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렇죠 학교도서관에 오는 학생들은 모두 다양한 니즈를 해결하기 위해 옵니다. 그들은 서로 다른 생김새뿐 아니라 목적을 가지고 도서관에 옵니다. 따라서 사서교사인 나는 다양한 목적을 충족시키는 것뿐 아니라 사서교사의 교육적 목적을 달성해야 합니다. 그 첫 번째 질문은 “너 뭐 좋아해? 요즘 무엇에 관심 있어? “라고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학생들은 처음에는 당황하다가 이내 곧 “먹는 거요, 축구요, 아이돌이요, 학생인권이요(네 이 답변을 받는 날은 “학생 인권 교육”에 대해 배운 날입니다 ^^*)라는 답을 합니다.
학생들에게 도서관 분류학을 가르치는 일은 아주 쉽습니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방법 들이죠.
예를 들어 한 학생이 있습니다. 반바지 아래에 보이는 다리 부분만 까무잡잡하게 탄, 그의 머리는 바짝 자른 상고머리에 더불어 탄탄한 팔에 날렵한 움직임으로 서가 사이사이를 날아다니듯 사뿐히 뛰어다니며 술래가 되어 숨어있는 아이들을 찾아내는 학생이라면 대번에 이 학생은 축구를 좋아하고 혹은 학년에서 축구 꽤나 하는 아이로 소문났을 겁니다. 이런 학생에게는 준비해 둔 네이마르나 손흥민 전기를 소개하기 위해 600번 예술스포츠 코너로 데려갑니다. 그 학생은 다음번에는 술래잡기가 아니라 진짜로 스포츠 선수들 전기를 빌리러 또 옵니다. 이 학생을 위해서는 나중에 다른 운동선수 전기나 유학영어 기초 책을 소개해 주며 마음속 축구유학준비를 꿈꾸게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스포츠 선수로 해외를 나가게 될 수 있으니까요 운동선수가 되지 않더라도 스포츠와 관련된 인재가 될 수 있겠죠 혹은 스포츠를 사랑하는 일반 직장인이 되더라도 영어 한자라도 혹은 관련 스포츠 룰 하나라도 가르쳐 둔다면 훗날 국제심판이 될 수 도 있겠지요.
다른 학생은 처음에는 그저 아침 독서 책을 챙겨 오지 않아서 담임선생님이 도서관으로 책 빌리러 보낸 학생입니다. 이 학생은 누가 봐도 질풍노도의 시기를 걷는 듯 눈을 온통 가린 머리스타일의 앞머리에, 의욕이라고는 한여름 아스팔트처럼 눌어붙어 늘어져버린 의지에 그러나 이글이글 타오르는 마음속 깊은 방향 없는 분노는 당연히 813.8 한국소설 그중에서도 청소년문학으로 인도합니다. 처음에는 책을 손에 받아 드는 것도 싫어합니다. 이럴 땐 서가 깊이 들어가서 조용히 이 책 주인공이 겪고 있는 초반의 갈등 부분만 은밀히 속삭여 말해줍니다. (절대 큰소리나, 다른 학생의 관심이 가도록 명랑하게 이야기 해주지 않는 것 ! 그것이 노하우 입니다. “너에게만 은밀히 알려주는 것 같은 느낌으로요” 그럼 이 친구는 그다음부터 제가 읽으라 하지 않아도 창비 아동문학이나 문학동네, 사계절 출판사와 같은 청소년 총서로 묶어놓은 서가에서 지박령 처럼 살게 됩니다. 다음에 도서관에 올땐 입구에 있는 저의 눈을 피해 제가 추천한 813 한국문학 주변을 서성이며 문학의 깊이에 시나브로 빠지게 되죠. 사춘기만큼 외롭고 막연하고 위태로운 시절이 어디 또 있답니까? 질풍노도의 시절을 보내 본 작가들의 다양한 물음과 고뇌를 풀어낸 어구들을 접하게 해 주는 겁니다. 간접경험이라도 뜨거운 마음은 나눠질 테니까요. 꼭 같은 고민은 아니더라도 아픔이 있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읽어보는 것 또한 동병상련 같은 마음을 갖게하여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사춘기의 아이들을 책속에서라도 소속감 동질감을 느끼게 해줄것 입니다.
사춘기는 그런 시기 이니까요
코로나로 정부가 유동성을 늘리자 한동안은 주식이나 비트코인과 같은 금융으로 부자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부자가 되고 싶은 학생들이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학생의 몽타주를 보고 진심으로 숫자나 복리를 통한 기술적 부자가 되는 방법을 추천해 줄 학생인지 혹은 자기계발의 영역이나 마음가짐 혹은 생활 습관을 배울 수 있는 책을 추천해 주어야 할 학생을 구별하여 전자의 경우 300번대 사회과학으로 보내고 후자의 경우 100 철학 혹은 990번 전기 역사인물 등으로 보냅니다.
단순히 서가의 분류된 있는 책으로 학생을 보내는 것이 아닌 몇 개의 책을 꺼내어서 작가의 이력이나 책의 대략적 내용을 스포일링 해줍니다. 그리고 덧붙여 “나는 정말 재미있게 읽었는데 너는 어땠는지 읽고 다음에 말해줄래?”하면, 학생들은 저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라도 그 책을 읽어 옵니다. 그리고 그 책의 내용을 저에게 설명하려 하겠죠 혹여 읽어오지 못한다면 “그 부분인 너무 어려워서 무슨말인지 모르겠더라구요~” 합니다. 그럼 저는 “그치 그치 나도 그 부분 좀 어렵더라~ ”하며 북토크가 시작됩니다. 그렇습니다. 그렇게 음흉한 사서교사의 독서지도를 향한 가스라이팅(?)이 성공한 예가 됩니다.
제가 이러한 에피소드를 나열하는 것은 학생 개개인에게는 각각의 흥미 부분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학생 각자가 현재 가장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나 흥미 있는 분야를 선별하여 제공한다면 억지로 앉혀서 독후감을 쓰게 하고 수행평가 점수를 준다는 협박이나 회유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요즘 MZ 세대의 친구들이 MZ대해 가장 분통을 터트리는 부분이 1980년도 출생하신 우리부서 부장님 부터 MZ인데 그 나이 범위가 너무 넓을 뿐더러, 각각의 개성을 몰살해 버리는 하나의 카테고리에 넣은 작태를 인정 하지 못한다는 것이죠 개개인의 개성을 몰살하는 억지로 구겨 넣는 구획화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것이 좋은 남학생에게는, 더 잘 뛰어놀던 선배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아이돌이 되고 싶은 학생에게는 BTS 가 읽었던 원태연의 시집을 추천하며, 반에서 주인공이 되고 싶어하는 초등학교 1학년 학생에게는 핵인싸 종이접기 책을 추천해 주면 되는 것입니다. 구성주의 교육학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학생에게 환경을 만들어주고 스스로 펼칠 수 있도록 가이드를 조금 해주는 정도일 것입니다. 빌 아이어스는 (Bill Ayers)는 “자녀가 당신에게 요구하는 건 자신들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 달라는 것이지 온 시간을 바쳐서 자신들의 잘잘못을 가려달라는 게 아니다”는 말처럼, 우리는 학생들의 흥미와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선학들의 지혜를 연결해 주는 것입니다. 평가를 통해 잘잘못을 가리는 것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찾을 수 있도록 사랑과 격려를 해주는 것일 겁니다.
학교도서관의 목적은 학교구성원에게 교육과정을 지원하는 곳이며 자료와 매체를 기반으로 다양한 학문과 교과 주제를 학습자가 자기 주도적이고 창의적인 전략과 과정을 통해 지식과 정보를 통합하고 문제를 분석 및 해결하며 소통하여 다양성을 경험하는 즉 삶에 적용할 학문을 배우고 성장하는 교육적 장소인 것입니다.
(학교도서관 융합독서교육을 위한 교육방법 및 모형개발, 한국문헌정보학회지 조수연 조미아 2022)
이 어려운 과정을 아이들이 주입식 교육으로 찾아낼 수 있을까요?
학교도서관을 전문인력이 맡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교육학에서 제시하는 학생의 교육목적을 향해갈 때 학교도서관의 역할이 중요할 것입니다.
인도출생의 수학교수로 도서관 관장을 맞았던 학자 랑가라단은 도서관 5법칙 중 “Every books, its reader”라는 말로 독자별로 맞는 책을 제공하는 것이 사서로서 핵심 역할 중 하나라고 했습니다. 저 또한 학생들이 도서관을 탐험(explore)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동안 헬리콥터 맘이라는 말이 유행어였습니다. 이 종류의 부모들은 군대에 간 아들이 손발톱을 못 깎을까 봐 걱정을 하며 부대에 전화를 한다고 합니다. 정해준 길을 가는 학생들의 단편적 부분이겠죠.
남들이 정해주는 지식이 아닌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고민하고 혹은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의 길이 맞는지 학습을 하는 틈틈이
내가 나아갈 길의 선학자나 선지자들의 상황을 이해하고 공부하며 간접 경험을 통해서 아이 스스로 유니콘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연습하는 , 지혜를 찾아보는 곳이 바로 학교도서관입니다.
랑가라단의 말처럼 자신이 원하는 주제를 자신이 선택하여 습득하여 “스스로” reader 가 되어야 유니콘이라는 leader가 될 수 있지요
유니콘이란 내가 원하는 방향을 스스로 생각할 때 찾을 수 있는 것이고 그 생각하는 힘은 학교도서관에서 나옵니다.
내 아이를 유니콘으로 키우고 싶으신가요? 시작하는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네가 요즘 가장 관심있는게 뭐야 ? 학교도서관에 방문해서 그 분야의 서가를 방문해 보렴! “
자 이제 시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