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이란 엄마들 미치기 전에 하는 것이라는데
방학이란 선생님이 미치기 전에 하는 것이고
개학이란 엄마들이 미치기 전에 하는 것이라는 데요
(나는 선생님 이면서 엄만데…)
며칠 동안 찌는 듯한 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올 해를 반년 하고도 한 달을 꽉 채운 여름의 클라이맥스를 보내는 중이다.
오늘의 더위가 그때를 기억나게 하여 글을 쪄본다.
몇 해전 경기도 소재의 한 초등학교에서 5학년 전담교사를 맡아 두 어달 기간제 교사를 한 적이 있다.
15년 전에는 맛집과 빌라가 드문 드문 있었던 동네였는데, 세계적 저금리에 부동산 붐을 타고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는 아마 천여 세대의 가구가 입주를 했다고 들은 것 같다.
이렇게 큰 단지가 들어올 때는 보통 초등학교를 기부 형식으로 아파트에서 만들어 해당 시나 도에 기부하는데, 어찌 된 일 인지 이 단지는 계획 보다 학교 건립이 늦어져서 기존에 빌라 단지 부근의 조그마한 초등학교에 천여 세대의 학생이 전학(입학)하게 된 것이다.
말이라고 다 말이 아니 듯이 과밀이라고 다 과밀이 아니었다. 교실에 학생을 채우다 채우다가 부족해서 결국은 운동장에 컨테이너 박스를 세워 교실로 만들고, 체육 수업을 운동장에서 할 수 없게 되니 체육수업시수를 한 달에 한번 몰아서 한주는 근처 체육공원에서 체육 수업만 하는 날로 짜는 등 학사일정의 초고난도 창의력을 요하는 곳이었다. 아마 교무부장님과 관리자 분들 머리 아프셨을 것이다.
요즘 초등학교 교실을 가본 학부모님은 아시겠지만, 예전 우리 다니던 그 큰 교실의 규모가 아니다. 예전 50명 여명까지 수용하던 큰 규모의 사이즈가 아니고 약 18~20평 규모의 교실에 초등학교 30명이면 꽉 차게 되는 그 교실에…. 40명 ~43명 전 후로 배정이 된 것이다. 상상해 보시라. 초등학교 40명을 20평에 하루종일… 좁은 곳에서 울리는 우리 아이들의 깨방정 웃음 소리들 아아아!!! ^^;;
이럴 경우 어떤 일이 발생하냐면, 교실 내에 유휴 공간이 하나도 없는 것은 당연하고 칠판 바로 아래에서 고작 1미터도 안 되는 곳부터 첫 줄의 책상이 배치되고 물리적 공간 부족은 둘째 차지 하고 40분 여 수업 시간에 한 명씩 눈을 마주해 준다 해도 약 1분씩 학생별 아이컨텍이 이루어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과거 전쟁통의 학교모습과 비교할 만 한일이 21세기 수도권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교사는 수업시간 40분 안에 한 명씩 돌아봐 줄 수 있을까?
대수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10명이 있는 그룹에 1명의 꾸러기가 있다면, 40명이면 4명의 꾸러기가 100명을 모여두면, 10명의 꾸러기가 있다는 의미가 된다.
(비슷한 개념이 생각난다. 직장생활 밈으로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것이다. 어떤 조직에 가던 그 조직에 진상이 한 명씩 꼭 있다는 밈이다.
만약 새로운 조직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 조직에 어찌 된 일인지 진상이 없다? 그렇다면 그 진상이 나라는 것! 웃어 넘겨주시라 ^^)
어쨌든 그 4명의 꾸러기 주변에는 주변의 영향을 받는 앞 뒤의 아이들이 생길 것이고 그렇 다면 그 반은 수업 40분 중 처음 10분은 그 꾸러기들을 자세, 준비물, 태도 등을 살펴봐 주어야 해서 결국 교과를 수업할 시간은 30분 이하로 줄어들게 되고 나머지 착하디 착한 천사 같은 학생들 10명을 아이컨텍할 시간을 뺐어 쓴다는 뜻이 된다.
오히려 꾸러기들이 더 시간과 선생님의 관심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 학교는 당연히 힘들기로 소문이 났고 이를 증명하여 기간제교사 자리가 지속적으로 나고 전담 교사를 뽑기 위한 공고가 5차 이상 공지 된 것이다.
덕분에 감사하게도 내게 기회가 왔었지만.. 나 역시 손에 꼽는 힘든 학교였다
수업시간에 과목 전담선생님이 여러 번 말할 필요 없이 한 번에 수행하는, (책 펴세요, 바로 앉으세요, 선생님이 지도하는 데로 따라 하세요, 옆 사람과 떠들지 말고 선생님 말에 집중하세요~“같은 단순한 지시를) 즉, “학업을 하려는 학생”들이 선생님의 아이컨텍도 못 받는 그런 안타까운 상황이 수업 시간 동안 이어진다.
내가 근무한 두어 달가량 이런 일은 매일 매 시간 매 반 마다 반 복 되었다.
학업이 아닌 너무 많은 부수적인 일들에 에너지를 소모하여 정작 학생들에게 따뜻한 눈 빛, 관심, 사랑, 지혜를 주기보다는 수업 진도 나가기에 빡빡한 지경인 된다.
그 반에 혹시 많은 관심을 주어야 할 학생이 생겨, 크게는 선생님의 제어가 통하지 않게 된다면, 반의 나머지 다른 학생이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게 된다.
선생님의 시간과 관심이라는 피자를 나눠야 하는 제로섬 게임인 것이다. (수업 끝에 그날 배운 것에 대한 학생의 질문/피드백을 받을 생각은 꿈도 못 꾼다)
결국 그 모든 피해는 나머지 반 학생이 받게 된다. 교실은 도깨비 시장이고… 운동장에 뛰어놀 공간도 없고, 학생이 누려야 할 휴식시간도 보장받지 못하게 되고
그 당시 교실은 학생들 사이에 빈 틈이 없이 다닥다닥 붙어있기에 당연하게도 학생 간 분쟁도 더 많이 일어나게 되고, 조정해 주셔야 할 선생님은 탈진 상태가 되고..
(우리 학창 시절 기억나시나요? 두 명이 같이 앉는 책상을 써본 세대라면, 연필로 쫙 금을 긋고 지우개로 담을 쌓아 “내 자리 넘어오지 마!” 했던 일들 ^^그렇게 개인 공간에 대한 요구가 우리 때도 있었는데 말이죠)
과밀이 아닌 학교에서도 위와 같은 상황은 크기만 다를 뿐 과행동 학생을 분리하지 못한다면 그 교실의 양상은 유사하다.
이때 적절한 개입이 들어가지 못했다고 학부모의 오해에서 비롯된 (악성) 민원을 받게 되면 그 선생님은 지옥을 경험하게 되고
그 일은 매일 … 매일 일어나고 내일도 모레도 이 일이 반복된다는, 벗어날 수 없는 것은 공포이다!
우리는 학습권을 가지고 학생을 보호해야 한다. 과행동 학생을 제어하여 학생을 분리할 공간과 장소 그리고 인력을 배치하고 제어할 수 있는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삼복의 더위에도 선생님들이 주말마다 서울의 대규모 집회에 참여한다.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폭력을 당하게 될 상황을 막아 줄 최소한의 사회 구조적 법규는 있어야 하는 것에는 모두가 동의하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성숙한 사회에 필요한 촘촘한 법의 필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해 너무 비싼 빚을 지게 됐다
10여 년 전 그때 그 과밀 학교의 교감선생님께서 방학을 3주일 여 남겨두고 교직원 협의회 시간에 아이스브레이킹으로 하신 말씀이다.
“방학이란? 교사들이 미치기 전에 하는 것이고, 개학이란? 학부모님들이 미치기 전에 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죠 ^^ “ 웃자고 하는 말입니다.
곧 방학입니다. 선생님들 우리 힘내 보아요!
학생의 배울 권리와 교사의 가르칠 권리가 촘촘한 법 위에 온전하게 바로 설 수 있도록
서이초 선생님께 너무나 큰 빚을 지고 얻은 관심을 통해
공론화된 지금
그에 걸맞은 결과가 꼭 나올 수 있어야 한다.
기존세대가 희망해하던 새로운 천년을 여는 2000년에 태어났던 꽃다운 서이초 선생님을
학부모로서, 같은 길을 가는 동료로서 그리고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로서
마음 깊이 애도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