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읽기를 실패한 사서교사의 분석 (주의:핑계 아님)
시류를 따르지 않으면 도태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얼리어답터가 아닌 나는 자주 느낀다.
*신제품을 남보다 빨리 구입해 사용해 보는 사람들을 뜻 하는 신조어
예를 들어,
1. 젊은이들이 죄다 무선 이어폰 (일명 콩나물)을 끼고 다니 때,
2. 키오스크에서 아아나 햄버거를 능숙하게 주문을 할 수 없을 때,
(샷추가 옵션 찾는 거 나만 힘듦? 키오스크 인터페이스 이게 최선이에요? 확실해요?),
3. ChatGPT로 하루 만에 뚝딱 버무려 과제 제출하는 동기를 볼 때 등등,
얼리어답터까지는 아니어도 "현행화가 안되다가는 도태되겠는데? 하며 소비를 하게 된다.
(그 후로, 사춘기 아들의 핸드폰에서 유튭을 막기 위해 접근을 막아냈을 때 내가 너무 멋있었다 하지만, 뛰는 중년 엄마 위에 나는 사춘기 아들은 카카오*을 통해 우회하여 접촉한다 반채팅방이 있는 카카*톡은 아예 막을 수 없어서 15분씩 스크린 타임 승인을 하고 있다 )
때는 바야흐로(요즘 이런 표현 아무도 안 쓸 텐데 나는 연식이 있으니 마음껏 써본다)
흠 흠, 바야흐로~
아나바다 운동과 중고거래 플랫폼의 등장이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한 “ 사회운동과 맞물려,
미니멀리즘이라는 개념이 유행할 때라서 나도 시류를 이용해 물건들도 정리해 보고자 했었는데,
중고거래 장터나 지역 아나바다 플랫폼에 물건들을 헐값 놓아 처분한 후에 무료로 내놓아도 유독 정리되지 않는 물품이 있었으니 그것은 “책”이었다.
그나마 아이책은 지속적인 수요층이 있지만, 내 책은 정~말 인기가 없었다
결국 분리수거 날에 재활용으로 정리했다.
놀라지 마시라 참고로 나는 책이 전혀~~ 아깝지 않은 사서다
잠시 설명하자면,
내가 운영했던 초등학교 도서관의 지론은 "책은 소모품"이라는 명제로 운영 됐었다.
사실, 학교도서관 장서는 회계처리상 "자산"에 속한다. 하지만 학교도서관 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파손이나 분실된 책은 폐기 처리 하여 회계장부에 처리할 수 있는 규정이 있다
하지만 보통의 사서교사들은 책을 폐기했다가 생기는 문제를 두려워하기도 하고...
일 년에 한 번씩 해야 하는 폐기절차가 우선순위 업무에 밀리기도 하고(도서관은 진짜 할 일이 많다 ㅜㅜ),
혹은 진심으로 책 버리는 걸 싫어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서가에 더 이상 꽂을 곳이 없을 정도로 책등부분-책을 꽂았을 때 제목이 보이는 부분이 다 찢어지도록
빽빽이 책이 들어차있는 곳이 많다 폐기처리를 못하는 도서관이 많다는 것이다.
혹은,
(나이가 지긋하신...) 관리자 분 중 어떤 분은 장서의 양에 목숨을 거시는 분이 있다
(일부임을 말씀드립니다 , 전부 다 그렇다는 것 아님!)
그럴 경우, 최신성이라는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있다고 감히 말씀드린다.
초등학교 도서관에 그 학교가 개교할 때 산 “명심보감” 한자 책…이 웬 말이란 말인가?!!!
학교도서관의 목적은 책을 보존하는 보존도서관이 아니다
우리 학교에서 무슨 규장각 장서와 같은 귀중 본과 같은 국보를 보존하는 곳이 아니라면
학교도서관의 10년 이상된 최근 3~5년간 한 번도 빌려간 내역이 없는 도서는 과감히 폐기해야 한다
(학교도서관 운영 편람에 다 있다 하지만, 양서를 다 버릴 수는 없으니 놔두는 것인데… 암튼 제말 뜻을 이해하실 거라고 믿는다)
즉,
장서의 량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장서의 회전율이 중요한 것이다.
학교도서관이란 원래 학교도서관운영위원들의 검수에 따라 “양서”가 선별되어 입고되는 곳이다. 즉 학생들이 양서를 읽을 수 있도록 어느 비율 정도 최신성을 유지해야 한다.
그래서 서가도 빽빽이 채우는 것이 아니라 한 칸마다 10센티 정도는 항상 여유를 둬야 한다
(랑가라단 관장님 또 소환한다 “도서관은 성장하는 유기체”입니다)
그렇다
"랑가라단"님께서 또 말씀하시길 "Books are for USE!"라고 하셨다.
나도 책은 열심히 보고 돌려보고, 굴려보고, 나눠보고, 신나게 보고, 타보면 냄비 받침으로도 쓰고 그리고 더러워지면 분리수거로 슝~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몇몇 남기고 싶은 책이 있지만
근본적으로 책의 가치는 지식을 전달하는 매체인 것이지 보존과 보물로 아이들이 만지고 편하게 꺼내보지도 못하도록 하는 엄격한 도서관 사서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 마음으로 운영했었다.
각설하고(이 표현도 참 고전적이다)
집에 있는 아이의 동화 전집책과 내 책과 장난감으로 포화 상태가 되어 정리하고 난 즈음 전자책을 사용해 보고자 야심 찬 소비를 했다
킨들 실패기!
처음 아마존의 킨들을 구매했을 때는 육아에 찌들기도 했고, 한국에 도입된 초창기라 읽고 싶은 책이 없는 경우도 있어 첫 시도는 핑계 있게 좋게 실패!
두 번째에는 한국에 어느 정도 자리 잡아 책의 출시도 빠르고, 나름 시간도 생겨 도전해 보았다가
어째서인지 계속 같은 페이지를 읽게 되고
진도가 나가 몇 장 넘겼는데 희한하게도 앞장이 생각이 안 나서 다시 앞장으로 돌아가서 읽기를 여러 번 반복하다가 포기하여 실패!
세 번째는 아이패드로 대학원 공부 중 논문 읽기 실패! 읽어도 읽어도 글이 이해가 안 됐다.
(지금 의심하는 그 이유가 맞다 논문이어서 그런 거라고 핑계 대 본다 ㅎㅎㅎ)
세 번의 실패를 겪고 나서는 “아! 나는 요즘 사람이 되지 못하는 거구나” 라며 조용히 혼자 조용히 실망했고
난 역시 MZ를 따라갈 수 없어하며 책상서랍 속에 크레*를 피라미드 속 깊은 곳에 미라를 봉인하듯 경건하게 숨겼다.
요즘 대학생/대학원생들은 패드로 공부도 하고, 논문 읽고, 과제도 하고….. 잘만 하던데 왜 나는 안될까?라는 자괴감 실망감에 빠져 한동안 정말 퇴물이 된 거 같아서 슬펐었다.
그런데!
나만 그렇지 않고 백여 장 되는 논문도 꼭 출력해서 읽는다는 대학원 동기의 말에 용기 내어 검색하다가 알게 된 정보가 있었으니 그것은 종이와 화면을 인식하는 뇌파가 달라 종이가 아닌 화면을 통해 학습할 때 하이베타파 일명 스트레스파가 더 활성화된다는 사실이다.
즉, 인간은 스트레스 상태가 아닌 안정적 뇌파일 때 기억에 더 잘 남는다는 것이다.
이래서 시험 보기 전 벼락치기 하며 외운 것들이 시험만 끝나면 깡그리 잊히는 느낌적인 느낌이, 느낌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심지어 뉴스에도 나왔다.
지금 까지 나의 느낌적인 느낌이 확인이 되는 순간이었다.
회사에서 하는 업무는 긴장 상태에서 해야 되기 때문에 큰 영향이 없었던 것일까?
(이와 관련된 논문을 좀 더 찾아봐야겠다/아시는 분 댓글로 부탁드립니다 ^^)
역시 인간은, 아직은! 물리적 매체인 종이를 더 필요로 하겠다
(지구야 미안해)
역시 우리는 아직 도서관이 필요하고 사서가 필요하다는 결론이다
그리고, 나는 현행화가 안 된 독자가 아니라 뇌를 더 알아야 할 침팬지
(박문호 박사님이 말씀하신 것처럼)인 것이다.
책 빌리러 동네 도서관으로 가보자
정말 시원하고 쾌적하다.
오늘은 지역 공공도서관(작은도서관) 방문을 추천하며 글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