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여에 걸쳐 열일을 했던 코로나가 잠시 휴식을 취하는 모양입니다. 누구도 쉬지 않고 일할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이제야 동굴 속에 있던 인간들이 슬금슬금 세상으로 나옵니다. 공포 속에 움츠려 있었던 어깨를 폅니다. 친구들과 주먹으로 맞닿는 대신 손을 펴 악수를 합니다. 거품이 충분한 비누로 30초씩 씻었던 손입니다. 안부를 묻고 술자리를 갖습니다. 마스크로 가렸던 코와 입이 보입니다. 왜 이리 낯설지요?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아니요. 마스크를 벗은 제가요.
술 한 잔엔 술이 담깁니다. 두 잔엔 세상이 담깁니다. 세 잔엔 마음이 담깁니다. 친구는 세 잔째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앞으로도 마스크를 쭈욱 쓰고 다닐 거라고. 제 작은 눈으로 "왜에에?"하고 물었더니 네 번째 잔이 대답합니다.
"마음을 감추기 좋더라고."
우리가 감추고 싶었던 마음들이 코와 입에 있었는지, 아니면 술에 담겨 있었는지 모르지만 우린 마스크를 벗고 말없이 술병을 비웠습니다. 다섯 번째쯤 술잔에 별이 퐁당 빠졌습니다. 우리 반짝이는 별을 호호 불며 마셨습니다. 시나브로 밤이 깊어갔고, 우린 알게 되었지요. 저와 제 친구는 아직 동굴 속에 있다는 걸. 태곳적부터 날개와 다리를 함께 가진 박쥐가 사는 곳, 빛이 없는 곳, 그래서 자신의 모습이 어떤지 볼 수 없는 곳에 있다는 걸요. 그리고 이 작품, 르네 마그리트(Rene Magritte, 1898~1967)의 <금지된 재현, 1937>이 떠 올랐습니다.
르네 마그리트 <금지된 재현, 1937>
집에 돌아와 말끔한 헤어스타일에 양복을 단정히 입고 거울 앞에 선 이 남자에게 말을 건넵니다. 당신, 머리가 약간 곱슬이군요. 진한 암적색 상의가 당신의 그늘과 아주 잘 어울립니다. 게다가 목과 어깨를 나누는 와이셔츠의 흰 목깃이 너무 서늘해 어깨가 한결 고독해 보이네요. 당신의 귀에서 보헤미안의 노랫소리가 흘러나올 듯합니다. 혹 어딘가 여행을 다녀오셨나요?
거울 앞에 둔 에드가 앨런 포의 <낸터킷의 아서 고든 핌 이야기> 속, 깊고 황량한 바다를 여행하셨나요? 고래와 인어가 헤엄치는 어두운 바다 말입니다. 아니면 단테와 함께 "나를 거쳐가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릴지어다."라고 쓰여 있는 지옥의 문을 다녀오셨나요? 그곳에서 루시퍼의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 프란체스카와 파올로를 만나 보셨어요? 보셨다면 가엾고 안타까운 연인들의 눈물을 닦아주셨겠지요.
아니면... 아, 알겠습니다. 자신에게 쓴 편지를 들고 당신이 어디에 있는지, 스스로를 찾아다니셨군요. 우리에게 가장 먼 곳은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이니까요. 행정구역 어디에도 없는 자신의 본적! 자신의 주소!
자신의 주소를 찾고 있는 저 곱슬머리 남자와 저는 단 둘이 2차를 했습니다. 르네 마그리트가 재현은 금지라고 귀띔을 해 주어서인지 그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고 그의 뒷모습은 매번 달라졌습니다. 연극을 보고 난 뒤 벌렁거리는 가슴을 진정하지 못해 새벽녘까지 거리를 헤매던 스무 살 즈음의 나이기도 하고, 아이를 업고 옥탑방을 올라가는 서른 살의 나이기도 하고, 우울증에 빠진 엄마를 카페에 앉혀 놓고 사무실에서 안절부절못하던 마흔 살의 나이기도 했습니다. 혼자 <초보 글쓰기> 동영상을 보며 키보드를 누르고 있는 주착 바가지 오십이 된 나이기도 했습니다.
'그중 어떤 나'에게든 오래지않아 그가 쓴 편지가 도착할 것입니다.
PS : 제가 재미있는 퀴즈를 내려고 해요. 맞추시는 분들에게 제 책 <너, 이 그림 본 적 있니?>를 한 권씩 선물해 드릴게요. 선착순 세 분입니다. 댓글로 올려주세요. 제 핸드폰(010 6429 9515)을 알립니다. 문자로 성함과 주소 보내시면 개별 우편 발송하겠습니다. (별 일 아니고 꼬박꼬박 읽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 인사로요.ㅎㅎ)
얼마 전 올렸던 글에 나오는 퀴즈입니다.
문제 1) 이 그림의 주인공 별칭이 있었어요. 별칭을 써 주세요.
문제 2) 20세기 초, 독일 표현주의의 한 갈래로 전통과 진보, 원시와 문명, 과거와 미래를 잇는다는 의미의 미술 그룹 이름은 무엇일까요?
문제 3) 아래 그림이 들어간 BTS의 뮤직비디오가 있습니다. 곡 이름이 무엇일까요? (조금 어려울 수도)
가벼운 마음으로, 재미있는 하루 보내시라고 이벤트 했습니다. 참여해 주시면 뻘쭘(^^)하지 않고 기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