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랑을 하면 손을 잡고 키스할까요?

고장난 마음을 삽니다 (1) 뇌에서 말하는 사랑과 애착

by 안노라

단순한 하루 일과조차도 한 줄 써지지 않는 3월입니다. 신종 코로나 19가 제 안의 자모음마저 떨게 만들었나 의심했답니다. 과도한 불안 예방 차원에서 오늘 자판에 청심환 먹이고, 소독제도 뿌렸어요.ㅎㅎ 휴일이니 심리학에서 말하는 가볍고 재미있는 예를 올려볼까요?


왜 사랑을 하면 손을 잡고 키스할까요?


여러분 중 몇 분은 풍부한 경험으로 즉답이 가능하시겠지요? 전 잘 모른답니다.(ㅋㅋ) 고래서~~ 책을 들여다봤답니다. 뇌 때문이라네요. 정말 손잡고 키스하는 걸 뇌가 간섭하는걸까요?


고대 이집트에서 파라오가 죽으면 몸을 씻어 향기 나는 기름으로 닦은 뒤, 왼쪽 콧구멍 속으로 길고 뾰족한 갈고리를 넣어 뇌수를 빼내었습니다. 뇌는 다음 세상에서 필요 없다고 생각했지요. 뇌수를 뺀 다음 왼쪽 갈비뼈 밑을 갈라 간, 허파, 창자, 위를 꺼내 카노푸스 단지에 담았습니다. 카노푸스 단지는 호루스 신의 네 아들을 조각한 단지인데 사람 모양엔 간을, 원숭이 모양엔 허파를, 재칼 모양엔 위를, 매 모양엔 창자를 보관했지요.


카노푸스 단지


심장은 영혼을 담고 있다고 여겨 몸 안에 넣어 두었습니다. 나중 저승의 신 오시리스 앞에서 심장의 무게와 깃털의 무게를 달아 심장이 가벼우면 영생을 얻게 된다고 믿었거든요. 보관 마지막 순서는 입을 벌리는 의식을 통해 저승에서도 이승처럼 먹고 마실 수 있게 했습니다. 그래서 각종 부장품들도 함께 넣었지요. 진시황릉의 토용도 같은 의미입니다.


이렇듯 무시당하던 뇌가 인체의 주요한 기능에 걸맞은, 제 자리를 차지한 것은 17세기 이후입니다. 관찰과 실험의 결과로 우리가 느끼고 생각하는 거의 모든 것들을 뇌가 관장한다는 것이 밝혀졌지요. 인간을 인간이게 만드는 건 뇌의 앞 부분에 있는 전두엽입니다. 쉽게 말해 인간의 뇌에서 전두엽을 제거 하면 동물과 똑같아집니다. 아니, 동물보다 못하게 됩니다. 그럼 뇌가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알았을까요? 먼저 이 분을 소개합니다. 이름은 '피니어스 케이지'입니다.


피니어스 케이지



피니어스 게이지는 미국의 철도 공사 감독관이었습니다. 공사장에서 일하던 도중 다이너마이트가 폭발하였고 그 충격으로 철 막대기가 게이지의 왼쪽 뺨에서 오른 쪽 머리 윗부분을 뚫고 지나가게 되었지요. 그는 두개골의 상당 부분과 왼쪽 대뇌 전두엽 부분이 손상되는 심각한 상처를 입게 됩니다. 사고 후 한 달이 지나자 그의 신체는 다행스럽게 회복이 되었습니다만 흥미로운 건 게이지의 성격과 행동양상이 사고 전과 완전히 달라진 것입니다. 그는 감정의 기복이 심해져 자주 화를 내었고 난폭해졌으며 끈기나 인내를 요하는 작업은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모든 면에서 소년 같았지만 동물적인 성욕은 성인 남성이었다."고 묘사되어 있습니다. 사람과 어울리지 못해 결국은 보호소에서 죽게 됩니다.


중추신경계와 뇌


피니어스 케이지의 경우처럼 인간은 뇌에 대해 더 많은 부분을 연구했습니다. 다음 그림을 보세요. 뇌에서 자극을 받아 들이는 민감도의 면적으로 만든 <신체 감각 지도> 입니다. 뇌는 신체 노출부위에 더 쉽게 친밀감을 느끼고 이런 친밀감을 민감하게 감지하는 부분이 손과 혀라고 해요. 뇌는 손 자극을 가장 예민하게 느끼고 입술과 혀가 뒤를 잇네요. 아하~ 그래서 사랑하게 되면 손을 잡으려 하고 키스가 하고 싶은거구나. 감정도 결국은 뇌가 인지하는 만큼이라는 거지요.


<신체감각 지도>


또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고, 가슴에 품고, 키스하고 싶은 인간의 스킨십은 심리 안정에 아주 중요하다고 하지요. 심리학에서 말하는 '접촉'에 대한 얘기를 나눠볼까요? 야생 조류는 알을 깨고 나와 처음으로 본 대상을 자기 어미라고 생각한답니다. 유기체가 학습을 통해서가 아닌 본능에 따라 수행하는 인식이지요. 알에서 깨어났는데 움직이는 검은 장화를 보았다면 장화만 졸졸 따라다닌다고 해요. 삶과 즉 음의 수많은 갈림길을 이어온 DNA가 생존할 수 있는 확률이 가장 높은 방법은 엄마의 보호 안에 있는 것이라고 알려준 것이죠. 콘라드 로렌츠(Konrad Lorenz)라는 학자가 각인(impringing)이라고 명명했습니다.


쥐라기 공원 중


인간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아직도 끊임없는 논란의 중심에 있는 프로이트가 우리의 무의식에 이 각인과 같은 결정적 시기(critical period)가 있다고 주장했어요. 구강기에(출생~2세 정도) 수유 욕구를 안정적으로 충족시켜 주어야 한다는 이론이었죠. 이때가 '애착 형성의 시기'이고 정서적 바탕을 만드는 기간이지요.


학자 해리 할로우와 로버트 짐머만(Harry Harlow &Robert R Zimmerman)은 '애착 형성 시기와 조건'을 알아보기 위해 새끼 원숭이가 태어난 직후 어미로부터 격리시켜 독립된 방에서 자라게 했다가 1년 후 무리에 집어 넣었습니다. 처음엔 고개를 처박고 귀퉁이를 돌면서 무리에 적응을 하지 못했지요. 한참 시간이 지난 뒤, 실험 원숭이는 집단 내에서 난폭하고 공격적이고 쉽게 흥분하는 원숭이가 되어 있었습니다. 적절한 방법으로 의사소통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고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하지 못해, 요즘 언어로 분노조절 장애 원숭이가 된 것이지요.


<원숭이 애착 실험>



또 다른 실험으로 갓난 원숭이를 친어미와 떼어 놓고 165일간 벨벳으로 만든 대리모와 철사로 만든 대리모가 키우는 실험을 했습니다. 새끼 원숭이는 우유가 있는 철사로 만든 엄마보다 부드러운 벨벳 엄마에게 꼭 붙어 떨어지지 않으려 했어요. 배가 고프면 벨벳 엄마에게 다리를 붙이고 철사 엄마 쪽으로 고개를 내밀어 우유병을 빨곤 다시 돌아왔지요. 접촉 위안 (Contact Comfort - 대상과의 따뜻한 접촉을 통해서 얻게 되는 안도감)이 애착형성의 결정요인이라는 걸 여러 번의 실험으로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실험의 조건을 다양하게 변화시켰다. 어떤 철의 여인은 얼어붙을 만큼 찬 물을 새끼들에게 퍼부었고, 어떤 여인은 뾰족한 것으로 새끼들을 찔렀다. 하지만 새끼들은 어떤 고문을 당해도 어미 곁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 그들은 어떤 일이 있어도 어미를 단념하지 않았다. 좌절도 하지 않았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신은 강인했다. 아무리 상처를 입어도 새끼들은 다시 기어 왔고, 아무리 추워도 엉뚱한 곳에서 따뜻함을 구했다. 이러한 행동을 설명할 만한 강화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오로지 접촉의 어두운 측면, 영장류 동물들의 관계에 대한 진실만 있을 따름이었다."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중에서>


Love is touch 라고 해야 할까요?


존 레논 love is touch

그럼 인간에게도, 부드럽거나 따뜻한 접촉은 영향을 미칠까요?

윌리엄과 바그(Williams &Bargh)는 호기심이 많은 사람들이었나 봅니다. 이런 소소한 실험을 한 거 보면요. ㅎ 피실험자가 건물 로비에 도착해 실험실까지 가는 동안 엘리베이터에서 뜨거운 커피를 잠깐 들어달라고 부탁했어요. 한쪽은 차가운 커피를 들어달라고 하고요. 변인을 커피의 온도에 둔 것입니다.


위 일러스트는 구글 <연애의 과학>에서 가져 왔습니다.


이후 실험실에서 전혀 모르는 이에 대한 사진을 주고 평가를 하게 했습니다. 역시나... 뜨거운 커피를 들어주었던 피실험자들이 높은 확률로 사진 속의 인물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더라는 거예요. 조사가 끝나고 자신이나 친구에게 줄 선물을 선택할 때도 따뜻한 커피를 들었던 피실험자들은 타인을 위한 선물을 더 많이 고르더랍니다.

위 일러스트는 구글 <연애의 과학>에서 가져 왔습니다.

물리적 온도가 다른 사람에 대한 지각뿐만 아니라 자신의 행동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입니다. 물리적 따뜻함은 타인을 더 따뜻한 사람으로 평가하게 하고 우리를 더 따뜻한 사람으로 행동하게 유도한다는 거지요. 그러니 손을 내밀어 악수하는 효과가 작진 않겠네요? 또 어려운 미팅이 있을 때, 따뜻한 차 한 잔 하고 시작하는 것이 훨씬 미팅을 부드럽게 풀겠는데요?! ^^


손을 잡았거나 키스했을 때의 물리적 따뜻함은 우리의 행동을 더 따뜻하게 유도하겠지요. 하지만 요즘은 손은커녕 눈 마주치기도 두려운 시기입니다. 어서 이 시기가 지나가기를... 그래서 뜨겁게 손잡고, 안고, 키스할 수 있기를...


봄이 오기도 전에 봄이 갈까 두려워요. 제가 좋아하는 시 한 편 띄웁니다.


봄 날은 간다


이렇게 흐린 날에 누가

문 앞에 와서

내 이름 불러주면 좋겠다

보고 싶다고 꽃나무 아래라고

술 마시다가

목소리 보내오면 좋겠다

난리 난 듯 온 천지가 꽃이라도

아직은 네가 더 이쁘다고

거짓말도 해주면 좋겠다

-구양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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