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설명 아닌 추석 인사 ^^*

프레데릭 모건 <나눔>

by 안노라

불쑥 추석 인사를 하고 싶어 졌습니다. 마음의 근수가 모자라 이름 있는 날을 살뜰히 챙기지 못하는데 오늘 밤은 담벼락에조차 말 걸고 싶네요.


꼬마에게는 "추석에 깨송편 고르는 행운 있기를."

소년에게는 "엄마 모르게 용돈 받기를."

청년에게는 "내일에 대해 질문받지 않는 하루이기를."

장년에게는 "술과 피로가 잔을 넘치지 않기를."

노년에게는 "숭숭 벌어진 이 사이로 웃음이 새어 나오길."


그리고 이 넉넉한 추석, 우리 모두는 프레데릭 모건(Frederick Morgan, 1847~1927)의 어린 숙녀가 될까요? 어린 숙녀는 수줍어하며 맨발로 지나가는 오누이에게 빵을 건네네요. 숲의 왕자는 금방 알아들었습니다. 아이들의 언어는 솔직하고 단순하니까요.


"같이 먹자. 친구야."


프레데릭 모건 <나눔>


제게 응원을 아끼지 않는 밴친님들에게 이 사랑스러운 그림과 제가 좋아하는 최분임 선생님의 시 한 편을 추석 선물로 보냅니다. 정을 꾹꾹 눌러 담은 고봉밥과 도란도란 이야기로 맛을 낸 나물과 덕담으로 푹 재어 놓은 갈비로 배가 둥그런 보름달이 되시길 바랍니다. ㅋㅋㅋ


<월담>

-최분임-


옆집 감나무 가지 담을 넘어왔다

햇살 묻은 이파리들 덩달아 따라오고

감꽃들 손 흔들며 마당을 들어섰다


풋감이 쿵, 이마를 찧고


바람이 근황을 부풀리는 동안

저쪽 가지들 일제히 허리를 틀어

담장 안 그늘 화문석을 짜기 시작했다


옆집 마당이 풀어놓은 짐승

고요의 눈동자가 담장을 향해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PS : 고향 내려가시는 길이 설레지요. 고단하시더라도 넉넉하고 많이 웃는 명절 되세요. 글구 최분임선생님의 <실리콘 소녀의 꿈>이라는 시집을 읽고는 참 좋아서 소개해 드리고 싶었네요. 앞으로 제가 좋아하는 시인의 다른 시들도 그림과 함께 가끔 소개해 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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