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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노라 Jun 01. 2020

그림은 어떻게 보는거야?

그림 감상법

          <그림은 어떻게 보는거야?> -그림 감상법-


물이 담긴 컵에 빨대를 꽂으면 약간 사선으로 꺾여 보이잖아요. 꼭 그렇게 늦은 봄빛이 유리창 안 쪽으로 한 풀 꺾여 들어옵니다. 동그란 탁자가 초승달처럼 이울었어요. 그늘진 쪽으로 따뜻한 커피가  있습니다. 제 것이예요. 지금, 잠깐 짬을 내어 카페에 앉았습니다. 밖은 몹시 바람이 거세 보이네요.



  일 때문에 오랜만에 조르조 바사리의 <르네상스 미술가 평전>을 다시금 뒤적여봤어요. 거듭된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미술사에 육중한 무게를 가지고 있는 고전이죠. 전 원래 조각을 좋아해 옛 삼청동 야외미술관을 순례하는 것으로 미술에 입문(^^)했어요. 아직도 하염없이 내리는 실비에 온 나부(裸婦)를 내어 맡기고 제 청춘의 고단함과 질문을 들어주던 빗 속의 조각상을 잊지 못해요. 너덜너덜해진 오장육부에 "아직...  괜찮아." 하고 말을 해 주는 것 같았죠. 

  그런 위안을 님들도 느껴 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제가 부족하나마 기본적이고 간단한 미술감상 Tip(서양화 기준) 몇 가지 올립니다. 실용적인 접근이라고 해야 하나요?

**전시회를 가게 되는 경우



  첫째, 전시되는 작품의 제작연대, 화가에 대해 미리 조사하고 갑니다.

  모든 문화는 시대가 낳고 길러요. 시대를 이해하지 않고는 온전한 감상이 어려워요. 예를들면 전시 미술관에  '인상주의 화가 반 고흐' 이렇게 타이틀이 붙었다면  인상파가 활동하던 시기가 언제인지, 어떤 특징이 있는지, 과거와는 어떤 면에서 달랐는지 미리 검색해 보세요. 그리고 화가도요. 화가마다 자신의 화풍, 달리 말하면 철학이 있어요. 작품이란 그 화가의 삶과도 밀접하기 때문에 그걸 알면 그림을 이해하는데 훨씬 도움이 돼요. 화가의 내면을 상상할 수 있다면 작품의 깊이를 더 심도있게 느낄 수 있죠. 그리고 자신이 어떤 작품에 끌리는지도 알 수 있어요. 그것이 자신의 취향이죠. 

  둘째, 전시 기획의도나 주요 전시 작품이 무엇인지 안내문이나 큐레이터의 설명을 확인합니다.

  얼마 전 서울예당에서 <툴루즈 로트렉 전>이 있었어요. 안내문에 로트렉이 그린 포스터를 크게 실었고, 드로잉과 스케치 등 150여점을 볼 수 있다고 했지요. 그건 그의 회화 작품보다는 포스터와 드로잉이 중점이라는 사실을 말하고 있는 거예요. 실제로 로트렉의 회화작품은 얼마되지 않아, 전 좀 아쉬웠습니다. 로트렉의 회화작품엔 당시의 화풍과는 다른 그만의 특색이 있거든요. 변두리의 삶을 다루거나 물랭루즈를 중심으로 한 소재도 여느 화가와 달랐지만 회화적 표현기법에도 차이가 나는데 주로 스케치 위주의 단품이었습니다.


툴루즈 로트렉 <이베트 길베르>


  세째, 현대미술 전시라면 보다 더 적극적이고 열린 마음을 준비하고 먼저 느낀 후 제목은 나중에 참고합니다.


  '미술 전시회를 가는데 적극적이란 건 무엇이냐?'고 물으신다면 현대미술의 특징이 관람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완성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기에 온 몸으로 체험하고 화가(작가)와 소통하려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현대미술은 다분히 추상적이고 실험적이며 메세지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목을 보지 않고 직관적인 감각을 믿어 보시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난 이렇게 느껴."하는 고유의 느낌이 그 작품의 본질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도 합니다. 이해하려 하기 보다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피카소도 이런 말을 했답니다. "나는 보이는 것을 그리지 않고 생각하는 대로 그린다."


로버트 라우센버그 <버팔로>


  요즘 현대미술은 색,형태, 구도,바탕(캔버스)까지 파괴해서 이해가 쉽지 않지요. 그림이란 3차원의 세계를 2차원에 담는 거잖아요. 그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게 현대미술이기에 다양한 양식(미니멀리즘, 포스트 모더니즘 등등)이 출현했죠. 미술감상법 중 자유 감상과 관점 감상이라는 게 있어요. 내가 인물, 정물, 상상, 풍경 등 주제를 정해 그 부분들끼리 비교하는 방법도 있고 자유롭게 오감이 끌리는대로 하는 방법도 있는데 그림에 익숙치 않는데 전시회를 가게 되었다면 느낌을 믿어보는 것도 참 좋아요. 그림 비교해 감상하는 건 제가 다음 그림 소개하면서 자주 보여드리겠습니다.


** 전시회든, 도록이든 사전 준비없이 그림을 보게 되는 경우

  첫째, 전체를 왼쪽 상단에서 오른쪽 하단으로 천천히 읽어 봅니다.(동양화는 반대예요.)

  화면에 있는 선과 형태, 구도를 그대로 읽는 거예요. 이런 걸 분석적 감상이라고 해요. 회화는 선(Line), 형(form), 색(color)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선(線)은 모든 조형의 기본이죠. 여기에서 구도가 나와요. 수평, 수직, 사선 등의 구조는 그림을 안정되게 하기도 하고 불안과 운동성을 주기도 하지요. 형(形)은 우리들이 쉽게 이해할 때, 구상(사물의 모양을 구체적으로 알아볼 수 있는 형), 반추상(자연 대상을 인위적으로 변형, 생략, 강조하는 형). 추상(사물의 모양을 구체적으로 알아볼 수 없는 형)으로 나눌 수 있지요. 또 방향이나 원근에 따라 같은 형태도 달라보여요. 색(色)은 물체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색(고전적 색), 광선에 의하는 시각적 인상의 색(인상주의적 ^^), 내면이 반영된는 심상의 색(현대 추상적^^)이 있어요. 화면에 있는 선과 형과 색을 잘 읽어보세요.


구스타브 까유보트 <유럽 다리>


   금방 아시겠죠? 대각선 구도에 구상작품이고 색은 약간 빛에 의한 색을 표현하고 있어요. 이렇게 그림을 보면서 하나하나 분석해 보는 거예요.


  둘째, 회화의 표현요소를 살핀다면 더 재미있어요.

  회화는 밝고 어두움을 나타내는 명암, 부피나 무게를 느끼게 해 주는 양감, 재료나 대상의 물질감을 나타내는 질감이 있어요. 그림을 여러 번 주의깊게 보아야 알 수 있는 것이기에 자세한 건 이후, 그림을 소개할 때 조금씩 알려드릴게요. 한꺼번에 이해하려면 어려워지니까요. 그래도 축구를 재미있게 보려면 축구의 규칙을 알아야 하듯, 그림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그림의 기본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아야 해요. 명암은 제가 무리요의 그림을 소개할 때, 테네브리즘이라고 설명했을 거예요. 금방 이해하실 카라바조의 그림 하나 보여드릴게요.


카라바조 <의심하는 도마>


  어때요? 배경이 아주 어둡고 예수님의 창 자국을 확인하는 도마의 손에 빛이 떨어졌지요. 이렇게 강렬한 명암대비로 드라마틱한 구성을 만듭답니다.


  양감을 쉽게 이해하는 그림으로 페르난도 보테로의 그림을 보여 드릴게요.


페르난도 보테로 <욕실>


  밀가루에 이스트를 넣어 부푼 상태처럼 여인의 몸을 강조했죠. 물체의 입체감을 느끼게 하는 거예요.

  질감은 거칠거나 매끄럽거나 하는 물체의 표면이 드러내는 느낌을 말해요. 대표적으로 유리와 나무껍질의 표현 방식이 다른 걸 보면 "아하~" 하실거예요.


페테르클라스 <주전자가 있는 정물>


  천이 나타내는 질감과 금속의 주전자를 표현하는 질감이 다르지요.

  세째, 중세의 그림이라면 도상(圖狀)의 이해가 필수적이예요. 그 기본엔 성경이 있구요. 역사적 시각과 문화적 맥락을 통해 작품 속 상징이 어떤 의미인지 해석해야 하지요.

  특히나 중세의 그림은 도상학적 지식이 없으면 이해하기 어려워요. 신이 다스리는 시대였기에 성경에 기반한 여러 도상들이 존재하지요. 예를들어 식탁에 12명의 사람들이 모여 식사를 한다면 그건 예수와 열 두 제자를 의미한다던가, 천사가 여자에게 무언가 말을 전하고 있다면 <수태고지>를 상징하고 있다던가 하는 것이예요.


시모네 마르티니 <수태고지>


  수태고지란 천사가 동정녀 마리아에게 나타나 하나님의 아들을 가질 것이라는 말을 전하는 모습을 나타내는 것이지요. 그림에 나타나는 백합은 순결을 의미해요. 그림에 상징적 의미를 녹여 내는 중세의 미술은 도상학으로 풀어내는데 이해하려면 공부가 필요하죠. 그건 나중에 그림을 많이 본 후에 접해도 좋을 듯 해요.

  조금 이해가 되셨나요? 

  마지막 참고로 미술사를 아주 무식하고 굵게 나눈다면 다게르가 은판사진술을 완성한 1839년이예요. 이후 사진과 그림은 각자의 길을 걷게 되죠. 있는 것을 그대로 재현하는 건 시진이 완벽했죠. 그림이 절대 사진을 뛰어넘을 수 없었어요. 그래서 화가들은 사진과는 다른 길을 찾았던 거예요. 인상파라든가 입제파의 출생비밀이죠. 이후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는 그림이 나와요.실용적인 목적이 하나도 없는 작품, 순수한 美 자체가 목적이 되는 또는 색과 형태, 원근을 파괴하는 작품의 시작이예요.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화가들이 자신만의 작품을 위해 어떤 건 부수고 어떤 건 만들고 있죠.


루이 자크 망데 다게르


  정말 중요한 건 많이 보는거예요. 그 느낌을 온전히 담아내는거요. 또 작품이 그 나름의 법칙에 따라 성장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두어야 하지요. 굳이 해석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예요. 가장 기본적인 흐름만 머릿 속에 담고 일단 그림을 봐 보세요.


  위대한 스승 '곰브리치' 선생님의 말씀을 끝으로 글을 맺어요. 도움이 되었기를...

  "미술(Art)이라는 것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미술가들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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