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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움직이는 춤

영화 속 그림이야기. 1 <종횡사해>

by 안노라




대부분 휴가기간이시지요. 입 안을 상큼하게 하는 간식처럼 머리를 시원하게 하는 가벼운 이야기 올립니다. ^&^

<영화 속 그림. 1>

요즘 먹고사는 일에 대한 자료 준비로 하루에 책 한 권, 영화 2편 씩을 꼬박꼬박 보고 있습니다. 언뜻 들으면 "와아~" 하시겠지만 일로 보는 책과 영화는 역시나 재미없다는 걸 알려 드립니다.ㅎㅎ 인생이 갑자기 예정치 않았던 곳으로 우회하는 바람에 팔자에 없는 이 꼴이 났습니다.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ㅠㅠ

게다가 방학은 엄마들에겐 전시(戰時)입니다. 삼식이 둘(느루, 느루 오빠)이 머릴 맞대고 하루 종일 서프라이즈를 하는 통에 베란다까지 전쟁터입니다. 매서운 태풍이 저희 집에 상륙한 것이 틀림없습니다. 첫 번째 부상자가 접니다. 치명적입니다. 일에 속도가 붙지 않아 끙끙대고 있습니다. 글도 안되고 영화도 집중이 안되고...

아무래도 이 글 마치면 119를 불러 둘 중 하나는 처리해야겠습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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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영화를 보다 보니 영화 속, 이 장면에 이런 '족보'가 았었구나 싶어서 웃습니다. 패러디이기도 한 장면들을 보면서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을 느끼네요. 어제 혼자 웃었던 장면을 소개합니다.


<종횡사해> 유튜브에서 가져왔습니다


1991년 작, 오우삼 감독 작품 <종횡사해>입니다. 1991년이니 30년쯤 된 데다 워낙 유명해 이 영화는 대부분은 아실 거예요. 그림 도둑에 관한 이야기지요. 아해(주윤발)와 홍두(종초홍), 제임스(장국영)가 주인공입니다.(아! ~~ 영원한 미소년 장국영입니다) 위 동영상처럼 샹들리에를 이용, 공중에서 그림을 낚아채는 건 <미션 임파서블>에서, 와인 잔으로 적외선 센서를 탐지하는 아이디어는 <앤트립 먼트>와 <오션스 트웰브>에 변용되었네요. 훌륭했습니다. 그런데 와인으로 적외선을 탐지할 수 있는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전 와인을 마실 줄만 알지 활용할 줄은 모르니...쩝!!!


특히나 앤트립 먼트는 제가 '멜 깁슨' 다음으로 좋아하는 '숀 코넬리'가 나와요. 매력 철철(^^)입니다. 캐서린 제타존스는 이때가 최고로 아름다웠던 것 같아요.

가끔... 용모가 탁월한 여자와 남자를 보면 신이 위대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제 내면엔 약간 유미주의 경향이 있어서인지 '아름답다'는 단어에 속수무책입니다. 특히나 여자의 몸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전 여자들은 '여자'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신감을 가질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동의를 바라는 건 아니고... 제 생각..., 바로 깨갱 ㅎㅎ) 잠시 캐서린 제타존스의 아름다움을 살짝 곁눈질하는걸루. ^^


<엔트립먼트> 유튜브에서 가져왔습니다


아직 보지 못하신 분들을 위해 내용을 살짝 흘리며 그림을 소개한다면...

아해, 홍두, 제임스는 고아였던 그들을 길러주었고 일(절도)을 가르친 사부 밑에 명화와 골동품 등을 훔칩니다. 하지만 언젠가 이 일을 그만두려고 하지요. 셋은 서로 의지하고 아해와 홍두는 사랑하는 사이입니다. 영화 초반부에 그들이 훔친 명화가 나오지요. 모딜리아니의 <앉아있는 잔느 에뷔테른의 초상, 1918>이예요


모딜리아니 잔느 1.jpg 아마데오 모딜리아니 <앉아있는 잔느 에뷔테르느의 초상, 1918>


잔느는 부모님과 신에게 충분한 사랑을 받은 딸이었습니다. 경제적으로도 여유로운, 신실한 가톨릭 집안의 재능있는 여인이었죠. 그녀는 자신이 뛰어난 화가가 되길 꿈꾸었습니다. 자신의 누드를 그린 그림으로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지요. 하지만 1917년 모딜리아니를 만납니다. 그리고 모딜리아니의 재능과 그의 슬품을 사랑하게 되었지요. 어디에도 머무를 것 같지 않은 모딜리아니를 자신의 가슴으로 초대했고 그는 그 초대에 기꺼이 응합니다.


b_i5dUd018svcr0kipytrzl01_tf1wqf.jpg?type=e1920_std 아마데오 모딜리아니 <노란색 스웨터를 입은 잔 에뷔테른의 초상, 1918>


이 그림은 <노란색 스웨터를 입은 잔 에뷔테른의 초상, 1918>이에요. 모딜리아니의 탁월한 구성과 미묘한 색조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기에 그의 작품엔 눈동자가 없다고 하지요. 모딜리아니의 내면을 바라보는 잔의 푸르고 맑은 눈은 그녀의 사랑과 함께 모딜리아니를 전설이 되게 했습니다.


아메데오 모딜리아니(1884~1920)는 서른여섯에 결핵성 뇌막염으로 세상을 떠난 불우한 화가입니다. 가난한 이탈리아 유대인이었고, 파리의 이방인이었어요. 그는 벨 에포크 시대(대략 1886~1910)라고 하는 유럽 문화의 절정기에 달랑 화구 하나만을 들고 파리로 옵니다. 당시 파리는 국적을 초월해 모든 예술가들의 인큐베이터였어요. 회화에선 우리들이 아는 인상파, 신고전주의, 사실주의 등이 꽃피웁니다.

그는 파리의 변두리를 기웃댔어요. 가난했고 외로웠지요. 툴루즈 로트렉과 세잔의 영향을 받았지만 자신의 화풍을 어떻게 구축시킬지에 대한 나침반은 가지고 있지 못했어요. 어릴 때부터 몸이 약했던 모딜리아니는 파리의 다락방에서 더욱 쇠약해집니다. 또 젊음이 주는 치기와 재능을 펼치지 못하는 열악한 미술시장은 그를 술과 마약에 빠지게 했어요. 그런 그에게 '잔'이라는 여인이 나타납니다. 그는 서른넷, 그녀는 스물이었지요. "불같은 사랑"이라는 건 이 두 연인을 위한 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잔은 그에게 와, 하염없이 모델을 서 줍니다. 고독했던 그의 심장에 입 맞추고, 그의 팔에 딸을 안겨주기도 했지요.

1920년, 모딜리아니는 파리의 한 자선병원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며 죽습니다. 모딜리아니가 죽기 전 그녀는 그에게 말합니다. “천국에 가서도 당신의 모델이 되어 드릴게요.” 모딜리아니가 죽은 다음날, 잔 에뷔테른은 그녀 부모님의 집, 5층에서 뛰어내려 그를 뒤따라갔습니다. 그녀의 몸에 8개월 된 아이가 있었지요. 모딜리아니는 아직도 그녀와 그녀의 아이를 캔버스에 그리고 있겠지요.

이제 영화에 나왔던 두 번째 그림을 볼까요? 아해와 제임스는 그들을 키운 사부의 주문으로 파리의 박물관에서 리스로 옮겨지는 이 그림을 훔칩니다. 폴 데지레 트루이베르의 <할렘의 여시종>이라는 작품이에요.


6_26gUd018svchj4e12mfadla_tf1wqf.jpg?type=e1920_std 폴 데지레 트루이베르 <할렘의 여시종>


오리엔탈리즘이라고 하지요. '서구에서 바라보는 동양'에 대한 시각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환상적인 섹슈얼리즘이 엿보이지요. 1g의 감정도 담지 않고 그녀는 우릴 가만히 보고 있습니다. 좁은 어깨 아래로 누구의 손도 닿지 않은 듯 뽀얗고 놀란 가슴은 그녀가 아직 어리다는 걸 말해줍니다. 그녀의 자유가 속박당해 있다고 암시하는 걸까요? 팔뚝과 손목을 연결하는 장식은 빛나지 않습니다. 커다란 받침에 있는 목이 긴 병을 들고 무언의 말을 건네는 그녀의 그늘지고 깊은 눈동자를 우린 피해 갈 수는 없겠군요.

이 작품을 그린 폴 데지레 트루이베르(Paul Desire Trouillebert, 1829~1900)는 프랑스 국립 미술학교, 에꼴 데 보자르에서 그림 공부를 했습니다. 나중 밀레와 같은 바르비종파에 속했고 자연경관을 많이 그렸지요. 그의 그림이 장 밥티스트 카미유 코로(1796~1875)의 작품과 흡사해 <삼총사>의 작가로 유명한 알렉상드르 뒤마가 코로의 그림인 줄 알고 구매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가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지 못하고 코로의 화풍과 유사해지면서 풍경화의 생명이 단축되었지요.

여담입니다만 알렉상드르 뒤마에겐 사생아가 있었습니다.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 또는 '소(小) 뒤마'라고 하지요. 이 소 뒤마가 <춘희>의 저자예요. 이 소설을 원작으로 베르디가 작곡한 오페라가 <라 트라비아타>입니다. "축배의 노래"가 있는 그 오페라.

마지막으로 제임스가 <할렘의 여시종>을 훔치려 미술관을 파악하던 중, 스쳐가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 그림이 벽에 걸려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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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벽면에 메릴린 먼로의 얼굴이 보입니다. 현대 팝아트의 기수, 앤디 워홀(Andy Warhol, 1928~1987)의 <메릴린 먼로>입니다. 전 개인적으로 앤디 워홀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의 자본주의의 속성을 파악하는 눈은 탁월했다고 인정합니다. 크게 볼까요?


3_g8dUd018svcmnv3da9zgy2l_tf1wqf.jpg?type=e1920_std 앤디 워홀 <메릴린 먼로>


앤디 워홀은 “대통령도 나와 같은 코카콜라를 마신다.”는 말로 "예술의 평등성"을 대량 살포했습니다. 부유하든 가난하든 현대인들은 모두 맥도널드에 가고 코카콜라를 마시니까요. '문화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에 투덜댔던 20세기의 젊은이들은 열광했습니다. 그는 소비사회가 갖고 있는 특징을 핀셋으로 집어내어 슬라이드 글라스에 올리고는 현미경으로 확대했습니다. 그리고 "실크 스크린" 이란 현대적 기술에 "예술의 평등"이라는 혹하는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메릴린 먼로는 무한히 복제되었지요. 컵으로, 포장지로, 셔츠로. 그녀는 지금 미국 청년들의 가슴과 등에 안기고 업혀서 거리를 쏘다니고 있습니다.

앤디 워홀을 현대미술의 아이콘이라고 합니다. 동의합니다. 앤디 워홀은 20세기, 드디어 아우라가 사라진 시대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전 왠지 삼림과 초원을 호령하던 맹수의 시대가 가고, 생존의 찌꺼기를 핥는 하이에나의 시대가 온 것 같은 서글픔을 느낍니다.

이제 영화로 돌아가 볼까요?
사부(증강)의 지시로 '할렘의 여시종'을 훔치는 과정에서 아해가 사고를 당합니다. 그림은 놓쳐버렸지요. 시간이 흘러 홍두와 제임스는 결혼을 약속합니다. 하지만 죽은 줄 알았던 아해가 휠체어를 타고 나타났고 사부는 할렘의 여시종을 다시 한번 훔쳐달라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그동안의 일이 사부가 꾸민 계략이었음을 알게 되지요. 셋은 다시 한번 뭉칩니다.

이 영화에서는 이후의 여러 영화에 영향을 미치는 명장면들이 나오는데 그중 휠체어 댄스씬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미 비포 유>라는 영화에서의 휠체어 댄스 장면이 바로 떠 오르는 건 저만이 아니겠지요?

먼저 <종횡사해>의 휠체어 댄스입니다.



정말 '홍콩 느와르 '라는 말이 실감 납니다. 아직은 범죄에 '낭만적'이라는 수사를 넣어도 가능한 시기였지요. 그리운 시대입니다. 그들은 '종횡사해'라는 영화 명처럼 휠체어를 타는 상황에서조차 인생을, 세상을 종횡하는 포효와 여유가 느껴집니다.

그럼 이번엔 <미 비포 유>라는 영화의 휠체어 신을 보여 드릴게요.


"더 가까이 와요." 이 대사는 정말 아름답지 않습니까? 사랑이란 상대에게 더 가까이 가는 것이고 더 가까이 오기를 허락하는 것이겠지요. 윌(샘 클라플린)의 6개월 임시 간병인인 루이자(에밀리아 클라크)의 허식 없는 자유로움과 아름다움이 한껏 돋보이는 장면입니다. 평소 그녀의 솔직함은 윌에게 진정성을 느끼게 했지요.

루이자를 사랑하게 된 윌은 '존엄사'를 택한 것이 자신의 자유로운 의지이듯, 그녀를 한껏 자유롭게 해 주려고 합니다. 정작 소중한 건 무엇에도 걸림 없이 자유롭게 훨훨 날도록 했을 때, 비로소 살며시 깃드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주먹을 꽉 쥐었을 때, 손안에 있는 건 네 것이 아니다. 손을 활짝 폈는데도 남아있는 것이 네 것이다."라고 저희 엄마가 알려 주셨거든요.

비가 하염없네요. 누군가 그러더라고요. 비는 내리는 것보다 오는 게 좋다고. 그대도 그렇게 내게 오라고...(물론 제게 한 말은 아닙니다.ㅎㅎ) 밤은 주저 없이 다가오고 비는 망설이지 않고 온 몸에 스미는 날입니다. 오늘은 영화 한 편 보시면 어떠신지...

아, 마지막으로 영화 오션스 트웰브(Ocean's twelve)의 레이저 씬입니다. 편안하고 여유로운 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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